시골소읍의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진학했을때 담임선생님은 어떻게든
인문계를 진학하라고 하셨지만, 그건 내맘대로 되는게 아니었고 하는수없이 명문이라고
하는 여상에 원서를 써주었지만 그당시 웬만하면 인문계 진학하던 시절이었으므로
모든 여상은 다 미달이었다...
한동네에서 또래 친구들은 모두 야간 고등학교나, 아니면 일명 공순이가 되었으므로
당시 내나름대로는 친구들과 난 뭔가좀 다르다,, 이런생각도 했던거 같다, 걔들은,
공부도 못했으니까...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아무튼 우리들의 미래는, 학교를 졸업하면 즉시로 돈을 벌어 집안생계에 보태야 된다는
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었고, 어린 어깨들에 얹힌 짐이 너무도 무거웠건만,
우린 그런것도 인식하지 못한채, 오로지 그 시골동네를 탈출하여 넓은 도시로
나온것에 환호했다..
토요일이면 터덜거리는 시외버스를 타고 시골집으로 돌아와 농사일돕고, 일요일 오후
까지 일하다가 막차시간이 다가오면 후다닥 옷갈아입고 쌀, 김치등을 싸들고 가는 생활의 연속이었지만(당시 엄마의 강요에 못이겨 무우도 한번 가져간적이 있었는데 여고 교복차림에 왠 무우?? 난그걸 들고 버스에 오를 용기가 없어 무우를 다 버리고 간적도 있었다, 엄마
정말 미안했어 그때...)
그래도 난 좋았다.. 너무너무 좋았다..
내친구랑 놀러가도 가려면 꼭 끼어서 따라오는 동생도 없고(그래서 친구들이 나랑 안놀아
준적도 많았다)잔소리하는 엄마도 없고, 술주정하는 아버지도 없었으니깐....
외로움... 그까잇거.. 내가 누리는 자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남의 손가락질을 받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불꺼진 싸늘한 자취방에 돌아와 석가탄에 불붙여 연탄불 피워놓고 방이 데워지길 기다리며
두꺼운 이불 뒤집어쓰고 방이 따뜻해지길 기다리며, 티브이도 라디오도 없는 그방에서
나의 유일한 취미인 책을 읽었다...
책을 살돈이 어디 있었겠는가, 주인집 거실에 굴러다니는 책, 그당시 공장에 다니던
막내이모가 보던 이상한 잡지,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다 본책등등 가릴처지가 못되었다..
당시에 읽었던, 대지... 이런책도 기억에 남지만,, 차타레 부인의 사랑.. 이런책도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