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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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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리움


BY 하늘사랑 2005-10-30

10년이 다 되어 가는 빨간 목욕바구니에 이것저것 담아서 한 아이는 업고 한 아이는 걸려서 목욕탕엘 갔다. 내가 유일하게 단골로 가는 “유일탕”이 소문도 없이 2주째 문이 닫혀 있고 가지 않던 곳을 갈려고 하니 낯설고 불편하지만 “성주탕”이라는 곳엘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지만 시설 이용에 대한 불편함 보다는 내 몸의 불편함이 더 크기에 500원이나 더 비싼 그곳엘 오늘도 다녀왔다.

그곳은 시설은 크고 잘 되어 있지만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음료수 하나를 먹을려고 해도 때를 밀어 주는 아줌마를 불러서 냉장고 문을 열쇠로 열어서 사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정들지 않은 곳이라 혹시나 작은아이가 울어도 얼른 씻어서 밖에 보내어 놓으면 봐 주겠다는 친절한 아줌마가 없기에 내게는 더없이 불편한 곳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것이 오픈 되어 있었던 곳. 음료수 하나라도 그냥 꺼내어 먹고 스스로 가기 전 알아서 계산을 해서 아줌마에게 돈을 주면 되었던 곳.
어쩜 그런 와중에 요구르트 한 개의 값이라도 모른 척 하고 가버리는 사람도 없지 않아 있을테지만 그 조차도 아는 척 모르게 넘어가 주는 때밀이 아줌마의 넓은 아량이 참으로 맘에 들었던 곳인데 벌써 몇 주째 문을 닫고 있으니 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계속 문을 열지 않으면 어쩌나 싶어 속이 탄다.

아직도 우리 집엔 변변한 그릇 세트도 없이 손님을 맞이하며 살고 있다. 골목시장을 오가며 허름하게 사 두었던 1000원 짜리 그릇들을 꺼내고 꺼내어서 요긴하게 사용을 하고 있고 아직 그 누구도 내 면전에서 “왜 그릇들이 이 모양 이냐”고 핀잔을 준 사람도 없으니 나에겐 그것들 조차도 버리기 아까운 어느새 정이 들어 버린 살림들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어떤 곳이라도 부족하지만 마음이 편하면 단골이 되어지는 법이고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그릇들 일지라도 내 손으로 내 마음으로 장만한 살림이기에 때 묻은 손때에 정이 들어 쉽게 버릴 수도 또한 초라해 보이지도 않는 법이니 살아가면서 세련되고 좋은 것들만이 내 마음을 전부 채워 주지는 못함은 분명한 사실이겠지.

내 편리에 의해서 쉽게 변해버리는 마음을 가지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먼저 만나서 정이 들었다고 하여 그 사람을 내 곁에 오래 두기 보다는 새로운 내 이익을 위한 파트너로 한사람을 선택하는 일회용 심리가 물들어 가고 있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 진다. 나 역시도 가족이라는 한 사회의 구성인으로서 그 어떤 의미에서 외면되어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있을 수 없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설마 가족은 내게 그렇지 않겠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아직도 나에겐 언젠가는 죽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그 외에도 요즘 내가 가지게 된 무서운 두려움 중에 하나는 내가 알아 왔던 모든 사람들에게 나 역시도 잊혀져 간다는 것이다.

살면서 잊혀져야 함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난 아직도 내가 몇 안되는 사람들이 자주는 곳의 편안함으로 언제고 나를 찾아 주기를 바라고 내가 산 물건에 대한 애착심으로 초라하지만 버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나 또한 그들에게 그런 사람으로 남아 있고 싶다.

하지만 나 역시도 지금 내게 있어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한 사람만을 생각하며 살아간다. 가족이라는 테두리에서 그들만을 바라본체 그들만의 말만 들으며 그대로 행하며 살아간다. 그러고 보니 나 조차도 내 주위의 나를 아는 이들에게 곰살맞은 안부를 한번도 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구나 싶다.

내일이라도 오래된 나의 옛 동료들에게 간단한 안부의 전화를 해주어야 할까 보다. 난 아직도 당신들을 내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고 살아갑니다. 아직도 새로운 친구보다는 오래된 내 친구가 더 편하다고 꼭 말해 주어야 할까 보다.

 

__하늘사랑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