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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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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자와 벌거벗지 못한 자


BY ja1108 2005-10-16

  야간 업소의 대기실, 술 손님들이 더러 안을 기웃거리곤 하더니,

한 남자가 나를 꼬집어 불러달라했다.

내가 어째서 술 기운에 목청이 높아지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으며, 그 자리에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적당한  옷을 골라 입지 못해 허둥대고 있었다.

 

 잠이 깬 것은 모기 때문이다.

왼쪽 팔에  모기에   물려 부어 오른 팔을  긁적이는데, 꿈이  생각났다.

 꿈을 꾼 것은  남자의  나체라곤 기껏해야 남편과 아들 혹은  남자라하기엔  어린 아이들의 몸 밖에는 본 적 없는 내가 하룻사이 너무 많은 남자의 알몸을 본 탓이라 생각이  든다.

 

 낮에 난생처음  모  요양원 목욕봉사를 갔었다.

같이 간 일행들이랑 역할을 나누다 보니 , 내가 하게 된 일은 할아버지를 씻기는 일이었다.

 휠체어에 앉아 기다리는 할아버지들과 인사하며 탕에 들어가 기다리니,

문이 열리고 할아버지 한분이 들어왔다.

앙상하게 마른 할아버지의  알몸을 보는 순간 당혹감이 밀려왔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은 남자가 아닌, 병자를 씻기는 일임을 되뇌이며, 할아버지의 검버섯 오른 건조한 피부를  씻어내었다.

 서있는 할아버지의 발을 숙여씻다 고개를 든 순간 그의 늘어진 씨앗주머니가 눈 앞에 출렁했다. 

 남자의 자존심이 터진 홍시처럼 늘어진 채  젊은 여자 앞에서 무력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니, 왠지 슬픔이 밀려왔다.

 등을 시원하게 밀어 드리고 싶었다.

이태리 타월을 손에 끼우고  굽은 등을 힘 주어 밀었다.

  할아버지는 흠흠거리며 이곳저곳 밀어달라 주문을 했다. 

  목욕하는 내내  할아버지는 눈을 감고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11시 반까지 내가 제대로 목욕수발을 든 건 세 분의 할아버지 였다.

 두번째 할아버지 너무나 곧은  몸을 하고 있어 ,혼자 씻게 내버려 둘까 싶은 정도였는데,  손목에 시계를 차고 있었다.

 염려스러워 시계를 풀자했더니, 둘째 딸이 사준 방수시계라 자랑하며 마다했다.

 

 세번째  할아버지는 다른 분들과 다르게 몸집이  좋고  나이도 육십대 후반 정도 밖에 되지 않은 듯했는데, 등에 비누칠하는 내게 아래를 가리키며,

씻어 달라했다.

 모른체 할 수도 없고, 그냥 덤덤하게 씻어 주었더니, 한참후 "봐, 섰어."했다.

 정말 8월의 고추처럼  봉긋해 있었다.

 서른 여섯의 여자가 키워 낸 것 치곤 보잘 것 없긴 했지만, 분명 터진 홍시는 아니었다.

  탕안에는  뜨거운 김으로 가득해지고, 내 머릿 속도  덩달아 뿌옇게 변해갔다.

 

    그리고 목욕봉사가 끝나  건강한  성인 남자를 만났고, 나는  낮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했다.

 아무리  노인환자라해도 인격적으로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냐며, 여자들이 벌거벗은 남자의 몸을 씻기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그들은 수치스럽지 않겠는가하고.

나는 또다른  혼란에 빠졌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건축설게를하는 그는

"내가 요양원을 설계한다면, 그런 건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까?"하고는

 한참 말이없었다.

내가 한 일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일이었는지 의아해 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당혹스런 날이었다.

 

벌거벗은 채 내 앞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들은 술집대기실에서 허둥대던  내 심정이었을까.

어둠 속에서 모든 사물이 흐릿하게 잠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