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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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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이름으로


BY 가을단풍 2005-10-15

보따리가 너무 컸다.

하긴 4년이 훨씬 넘게 쓰던 물건인데.

어제 드디어 화실문을 박차고 들어가 짐보따리를 챙겨들고 나왔다.

안녕.

나는 어머니의 이름으로  잃어버린 우리 아이 유년을 찾아주러 떠납니다.

눈물이 쏟아질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맹숭 맹숭했다.

그래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려있는거야.

몇일전 남편에게 화실을 그만 두겠다고 했더니 생각외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당신 그거 안하면 뭐할건데"

두 딸마져 아연실색하고 나섰다.

유일하게 반색을 하는 아이는 우리 막둥이

"엄마 그럼 내일부터 화실 안다녀."

"응"

"그럼 엄마. 나 학교가면 낮잠도자고 찜질방도가고 운동도하고 그러다가 나오면 놀아줘야돼.".......

큰딸아이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우리 엄마 불쌍해서 어쩌나."


작은 딸아이는 한층더 심각하다.

"엄마 이다음에 늙어서 우리한테 안놀아준다고 징징대면 어떻해."

 

잠시 망설이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우막둥이의 잃어버린 유년을 찾아주기위해 붓을 놓았던 것이다.

아니 잠시 쉰다는것이 옳겠지.

나는 어머니라는 이름을 가졌지게 내 아이를 지키기위해 그렇게 한것이다.

며칠전 친구가 하던말이 떠올라서 씁쓸했다.

"그래 요년아, 니 새끼 주둥이에 맞있는거 해서 쏙쏙 너주고 집안청소 말갛게하고,잘났다 잘났써.....

머리가 어지러웠다.

40 이 다되서 늦게 막둥이를 낳았다.

그래서 남 못났는 세째딸을 낳고 말았다.

아들을 바라다가 태어난 딸이기에 태어남자채가 축복이 아니었다.

예쁜줄을 몰랐다.

어느때는 내가 세째를 낳았다는 사실을 잃어버리기도 했었다.

 

한번은 이런일도 있었다.

두딸에게 공부를 시키다가 커피를 마시려고 주방으로 가려하는데 뭔가가 발에 툭 걸렸다.

이게 뭐지하고 바라보았더니 아뿔싸 내 막내딸.

안고 앉아서 공부를 시키다가 잠이든 아이를 잠시 무릎아래로 내려놓았다가 그런일이 생긴것이다.

그러나 우리 막둥이는 요조 숙녀처럼 참신하게 자랐다.

성격도 제일 원만하다.

세 아이중에 제일 건강하다.

한약을 먹여도 언니들만 먹였다.

감기가 들려도 언니들이 먹다만 약 한방으로 깨끗이 끝났다.

조금 훙이 있다면 지 아빠가 늦둥이라고 지나치게 애지중지해서 혀가 약간 짧아졌다.

가끔씩 엄마 소리를 똑바로 못하고 "앰매"하고 소리를 낸다.

이 아이는 아빠를 닮았나보다.

두 아이를 기르던 패턴을 함께하기에는 너무 억울했다.

예능을 좋아하는 두 언니들에 비해 예능에 취미가 없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려하지 않았다.

뭘좀 해보려고하면 시여이~(싫어)

하면 다시 손을 댈수가 없었다.

세월이가면서 막둥이라 더 어쩌지 못하고 쩔쩔맸다.

더구나 내가 그림을 그린다고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학원으로 나돌렸다.

어느날부터 갈등이 시작되었다.

내가 뭘 하겠다고 이 아이를 이렇게 방치하는가.

그때부터 아이에게 꼼꼼히 시간을 쏟았다.

그러나  아이에게 정성을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헛점이 더 보여졌다.

그리고 큰아이들은 기르면서 생긴 노하우랄까

초등학교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깊이 깨달았다.

모든 경험을 초등학교때 쌓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래야 중고등학교때 그 지식을 풀어쓰면서 사회까지 연결된다는것을 알았다.

내가 이러는게 아니구나

아이들 기르는것도 한때인것을

좀더 애한테 정성을 들여야 되겠구나.

그래서 붓을 집어 던진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보고 미쳤다구.

멀쩡하게 잘 크고 있는 애들한테 연연해서 그렇게 좋아하던 붓을 던지느냐구.

그러나 어머니의 몴도 큰 법이다.

몇일전 "엄마 나 영어학원 바꿔줘 언제까지 애기들 공부방에 넣어둘거야."

알았다 알았단다 이제부터 너를위해 최선을 다하리다.

어제는 들판으로 나가 그림을 그렸다.

상에 연연하지 않고 들판에서 하루 논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척 여유로웠다.

솜사탕도 사주고 닭꼬치도사주고 아이스크림도 사주면서 사진을 팍팍 찍어줬다.

이제부터는 잃어버렸던 너에 유년을 찾아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