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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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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 멀어져 간다...


BY 은하수 2005-10-10

이번 주말 내내 남편이 직장에 붙들려 있었다.
아빠가 없을 때 나를 쳐다보는 큰놈의 눈빛은 뭐라 할까.
암탉을 바라보는 늑대의 눈빛이랄까.
눈에 장난끼가 가득한 것이 오늘 저 아짐을 어떻게 찜쪄 먹을까 하는 눈빛이다.

어제 오후엔 집 앞 슈퍼에서 오락을 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엘 갔다.
해는 이미 산꼭대기에 걸려 어느덧 저물어 가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둘째는 자전거를 타고 큰놈은 지가 홍길동인줄 아는지 여기 번쩍 저기 번쩍하고
나는 인라인을 탔다.
요즘 한참 재미가 나는 중이다. 스트레스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
운동하러 나온 @@@호 아줌마를 만났다. 인사를 했다.

저녁시간이 되어 밥을 먹자니 녀석들이 사 먹자고 한다. 효자들이다.
메뉴를 놓고 두 놈이 내 양팔을 잡고 줄다리기를 한다.
큰놈의 돈까스가 둘째의 삼겹살을 이겼다.                        
쇼핑센타 지하의 식당가의 자리는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주말만 그런 건지 평일에도 그런 건지 암튼 호황이었다.
녀석들은 돈까스를 먹고 나는 충무김밥을 먹었다.
먹고 나도 허전해 오뎅을 또 사먹었다.

서점에 들러 책구경을 하다가 책을 사서 돌아왔다.
나는 10권의 책을 훑어본 뒤 그 중 괜찮은 요리책을
둘째는 만화책을 큰놈은 만화책을 사겠다는 걸 우겨서 세계단편집을
샀다. 대신 게임장난감을 사주기로 하였다. 만화책보다 몇배나 비싼. ㅠ.ㅠ

집에 돌아올 때는 밤 공기가 어느새 싸늘하여서 걸음을 서둘렀다.
둘째가 잠바를 벗어 달래서 입혀 주었다.


일요일아침 중천에 떠있는 해를 보며 늦으막이 일어 났다.
도토리묵을 가지고 @@@호에 간 큰놈이 찐고구마를 얻어 왔다.
찬밥 한덩이를 김치 다진거랑 볶아 뭉쳐서 만든 주먹김밥과
고구마로 아침을 대충 먹었다.

남편은 직장에 가고
아이들은 누워 TV보는 걸 100원을 쥐여서 운동하고 오라며 밖으로 쫓았다.
찬란한 햇빛이 밖에서 나오라고 손짓을 하였지만 못 본척하고
아이들 방을 정리하기로 하였다.
장난감 바구니를 거꾸로 해서 다 쏟아놓고 버릴 것과 안버릴 것을 구분했다.
좀 멀쩡한 것만 다시 담고 떨어져 나온 용도도 알 수 없는 부품조각들과
퍼즐조각들을 모두 봉지에 버렸다.

침대 밑에 굴러다니는 못쓰는 베갯솜, 바둑알, 구슬, 연필, 먼지도 다 쓸어 내었다.
옷장에 처박혀 코골며 자고 있던 찌든 베갯잇도 실밥을 뜯어 빨래통으로 내쫓았다.
이불먼지도 탈탈 털어 가지런히 침대에 눕혀 놓았다.
책도 바구니와 책장에 나눠 담고 옷가지도 정리하였다.
빗자루로 구석의 티끌까지도 살살 쓸어서 버렸다.
이렇게 손바닥만한 방 한칸 정리하고 마루랑 책방이랑 비질하고 나니 하루해가 졌다.

그 사이 @@@호에서 갖다준 감자수제비랑
길거리토스트를 만들어 먹고
애들 인라인 장비 채우기를 한놈이 두번씩 도합 네번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운동도 못하고                                                  
밖에도 한번 못 나가 보고 (잉잉)    

청소하고 나니 밖은 깜깜하고 저녁을 먹어야 했다.                                                          식탁 위에 널린 수제비 그릇들을 거두어 설겆이를 하고                         
버섯된장찌게, 후라이팬에 구운 가자미, 묵으로 저녁을 먹었다.    
또 설겆이를 하였다.                                                                                                     세수하고 양치하고 오면 손톱을 깎아 주겠다고 말하니                                                     큰놈이 말하기를

"꼭 현모양처 같다."                                   

종일 왔다갔다 하면서 내 모양새를 보고 있었나 보다.      
아들에게 현모양처의 긍정적 이미지를 각인시켜 준 하루였다.   
비록 놀진 못했어도... ㅎㅎㅎ

**아들 책가방안을 보다가 발견한 것이다.
 
                       단풍잎 
                 
                 봄에는
                 초록색이 물든다.

                 여름에는
                 초록색이 그대로이고

                 가을에는
                 빨간색이 물든다.

                 겨울에는
                 단풍잎이 떨어진다.

                 봄에 다시 오라고
                 나무가 얘기한다.
              


어떻습니까? 대단한 시인이 아닙니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