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지는 것을 지켜보며 서 있었던 적이 최근에 당신들은 있었는가?
바쁜 현대인들은 비 개인 청명한 하늘도 볼 기회가 별로 없다고 들 하지만,
그래도 자연은 언제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베풀며 인자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다. 단지 인간이 그 고마움을 잊고 살 뿐이지 자연은 인간의 교만함에도 응전을 하고
시련도 주며 사랑도 나누어 준다.
아침에 태양을 산에서 맞을 때 내가 아이을 출산하는 듯한 벅찬 헐떡임을 느낄수 가 있었고
한강다리 옆으로 지는 저녁무렵의 태양은 피곤한 노구를 이끌며 멈출 듯 쉬고,
붉고 주홍빛 물든 아름다운 그림자들을 멀리 여운을 남겨 놓은 채 사라진다.
하루를 보람있게 보낸 이에게는 벅찬 내일의 즐거움을 기약하는 마음으로 볼 것이요,
무엇을 했는지 조차 모르게 그냥 하루를 보낸 이는 그냥 그런 모습의 감상으로 지켜 볼
뿐일 것이다.
결혼을 하여 투쟁하듯 산 세월이 어언 이십육여년, 아이들은 훌쩍 다 커 버려 군대로
학교로 이리저리 다 내 품에서 떠나버리고 , 난 그저 빈 집만 지키는 모양새가 되어
쓸쓸하기 짝이 없는 신세로 추락하였나 싶어, 문화 센터다 무슨 학교다 하는 강의로
기웃거려 가며 나를 추슬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며 공평하게 오는 것이련만
유독, 그 세월을 홍역을 치루듯 고단하고 어려운 삶이 있지 않은가!
고집스러운 남편과 오로지 가족만 챙길 줄 알았던 우리 부부는 그저 앞만 보고
열심히 살면 희망의 열쇠를 누군가 손에 쥐어 주리라 여기며 살았다.
생각대로 아이들은 잘 자라 주었고, 집 평수는 한칸 한칸 늘려 살 수 있게 되었다.
IMF 도 잘 이겨내고 치매로 고생하시는 시어머니 조차 이젠 약이 좋아져서
지난해 처럼 그악스럽지도 않으시다.
이런 세월을 지난 나를 되돌아 보면서, 이정도면 성공한 인생이지 않을까 하고 반문을
할 만큼 내 자신에개 오만한 평가를 할 때 쯤, 이미 예감하고 아니 알고 있었던 일이지만
남편의 퇴직날이 다가왔다. 아직 여유가 있을땐 ' 뭐 집도 있고 통장에 돈도 조금 있으니까
어찌어찌 하면 살수 있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를 위로하고 동시에 나자신울 추슬리며
방법에 대한 묘책을 막연히 세워야 한다는 각오만 했더랬다.
그러나 정작 시간이 다가오자 일 중독자였던 남편은 전전긍긍하며 힘들어 하고,
나 역시 그런 남편을 자주 대하게 되자 혼자 조용히 우울감에 빠져드는 자신을
보게 되었다.
'아직 애들 학교도 졸업을 못 시켰는데...'
'아직 늙지않았으니 뭔가 일을 해야 될텐데, 무슨 일을 해야 할 것인가.... '
'수입도 없이 그냥 놀 수 도 없고, 수중에 돈 몇푼 갖고 뭘 시작할 엄두도 나지 않고....'
앞서 말했 듯이 해는 새벽녁에 일찍 출몰하고 정해진 시간에 일몰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인데, 우린 사는것에 급급한 나머지 그저 눈 앞에 보이는 것만
치우려 하는 어리석음 속에 산 것이다.
황혼에 접어들면 아니 요즘은 한참 일 할 나이의 중년에게도 찾아드는 남편의 퇴직
때문에 집집마다 겪는 고통들이 많을 것이다.
인생이 바로 삶 그 자체고 현실이며 꿈이 아니건만
이제 그 현실을 직시하며 정면으로 도전할 자세는 되었건만,
두번째 뿌릴 씨앗이 과연 어떤 싹을 틔울 것인지, 아니면 썩어버려서 우릴
또 다른 고뇌속으로 빠뜨릴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직면했지만 물러서고 싶지는 않다.
인생이모작...
그것은 우리만이 겪는 고통이 아닐테니, 나 역시 새로운 각오로
새 인생을 이모작 해 보련다.
그곳에 즐거움이 있던 고통이 있던 간에 그것 역시 나의 삶이므로
나만의 도화지가 펼쳐진곳에
조심스럽게 씨를 뿌려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