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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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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BY 큰돌 2005-09-28

푸르름이 짙어지는 늦은 봄날 옥이는 어릴적 국민학교 수학여행을 못가 목 놓아 울던 그 남춘천 역전에서 엄마와 웃으며 개찰을 합니다

서울에 있는 사춘언니네 집에 가는 길입니다

옥이와 엄만 집을 떠나 멀리 가보지 못햇기에 가슴이 울렁거리고 혹시나 서울이 복잡하다는데 길이라도 잃어버리면 어쩌나 서로 손을 잡고 걱정이 먼저 기차를 탑니다

기차 도착을 알리는 방송에 옥이는 "엄마 저기 서울가는길은 왼쪽이래 그리고 가까이 서 있으면 기차 도착하는 바람에 위험하데 나 처럼 이렇게 한발 나와서 기다리래"

옥이는 뒤로 정확히 한발 뒤로 물러서며 엄마을 끌어 낸다

찔뚝거리며 엄마가 뒤로 물러서 옥이 손을 잡는다

저 멀리서 기차가 된장 쫄아서 뚝배기 터지는 소리를하며 가까이 다가온다

사람들이 가방에 꾸러미에 술병에 이쁜 아가씨는 뽀족구두에 작은 가방 하나를 어깨에 둘러매고 하얀 양말을 신고 바삐 움직이며 기차가 서기도 전에 기차 가까이 다가오고 역전 아저씨는 그 사람들이 다칠까 호르라기와 긴 봉을 들고 왔다갔다 뒤 섞여서 분잡하다

옥이도 엄마도 혹시라도 저 사람들에 처져서 못탈까 두려워 얼른 역전 아저씨 눈을 피해 사람들 속으로 끼어들어가 얼른 기차에 오른다

옥이가 가슴이 놓인다

얼른 창가로 옥이가 앉고 엄마를 통로에 앉으라 손으로 가르친다

엄마가 아무소리 없이 못쓰는 다리를 들어 의자 가까이 다가 앉는다

창가밖으로 사람들이 서로 타려 아우성이고 그래서 더 늦어지고 역전 아저씨가 소리를 지른다

그 소리에 기차는 움직이고 옥이도 천천이 움직인다

"엄마 기차가 간다 그치? 이제 얼만큼 가면 서울에 갈까?"

설치는 옥이가 엄만 아무렇지 않은듯 창밖만 바라본다

마른나무도 큰 나무도 똑같이 지나가고 멀리 시내버스도 휙 ~ 지나고 가까운 산은 더 빨리 지나고 그 긴 강은 아무리 지나도 천천히 지나는것 같고 똑같은 강이다

이젠 얼마나 기차가 빠른지 지나는 사람들이 잘 안보이고 논에 있는 사람들도 금방 지나가 버린다

강촌을 들어서면서 기차굴이 많아진다

시커먼 굴속에서 옥이 얼굴이 차창에 어리듯 비췬다

엄마도 옥이 얼굴에 겹처서 옥이 눈에 들어온다

"엄마 이거바 거울처럼  잘 보이지? 엄마 머리좀 봐바 하나도 버리지 않고 그대로야 근데 난 머리 쩝맨게 여기선 헝클어져 보인다 그치 엄마?"

바람에 짧은 머리가 흘러내려 창가에 그렇게 보인것이다

"괜찮다 그만하면 꺼먼 고무줄로 챙챙 동여 맷는데 머이 머리가 흐트러 지누 만지지 마라 여기서 머리 풀어지면 누가 또 매주겟나  집에선 산 아줌마가 매 주지만 말이다 그러니 머리 만지지 마라 옥아 알겟제?"

옥이가 머리를 끄덕인다

"자~오징어  땅콩 왔습니다 삶은 계란도 있습니다 맥주 잇어요 김밥 잇습니다 삶은 밤도  잇습니다 "
권색 양복에 까만 구두을 신은 아저씨가 작은 구르마에 가득 먹을거를 싣고 메뉴를 소리 지르며 옥이에게로 다가온다

옥이가 엄마 눈치를 보며 아저씨 얼굴을 빤히 본다

먹을게 저렇게 많다니 옥이가 얼른 그 아저씨의 딸을 생각한다

얼마나 좋을까 안팔리면 저 아저씨 집에 가져갈까  옥이가 생각에 부럽다

"옥아 머루 먹을래? "

엄마가 돈이 없어 작은 소리로 말을 한다

그 말에 얼른 옥이가 큰 소리로 대답을 한다

"우라질년"
옥이가 웃는다

"멀 먹을건지 집어라 얼른"
옥이가 그말에 얼른 정말 먹고 싶엇던 소세지를 집는다

"이거  이거 먹을래 엄마"
"그게 머냐 뻘그리 한게 딴거 집어라 그거 놓고"
"싫어 이거 먹을래"
"얼마유?"
"700원 입니다 "

"아니 이쪼그만게 그렇게 비싸요? 먼데 이렇게 비싸 "
괜히 엄마는 아저씨를 핀찬 주신다

"그거 담백하니 맛잇습니다 요즘 애들 이거 잘 먹어요 아주머니  한번 드셔보세요 맛이 좋습니다 돼지고기 다져서 만들엇다고 하는데 다들 좋아하더군요 어른들도 술 안주로 잘 사드십니다 드셔보세요 "

웃으며 아저씨가 말을하자 엄만 아무소리 없이 돈을 준다

옥이가 신이 났다

두꺼운 비닐을 입으로 물어 뜯고 하나를 꺼내 엄마를 준다

"너나 먹어라 맛도 없게 생겻구만"
"엄마 먹어바 맛잇어 새로 나온거래잔아 자 먹어"
옥이가 엄마 손에 쥐어 준다

엄마가 못이기는척 손으로 잡는다

"어디 먹어볼까 그럼"
옥이와 엄마가 작은 소세지에 기차안에서 처음으로 눈을 마주보며 웃는다

흔들리는 기차안에서 옥이와 엄마가 말이다

옥이도 하나 꺼내 씹어보지만 아무리 씹어도 그 쏘세지가 씹혀지지가 않는다

엄마도  아무리 머리를 기웃거리며 이리저리 씹어바도 도대체 씹혀지질 않는다

"아니 아까 그사람이 돼지고기라고 하더니 그래서 이렇게 질기나"
옥이와 엄마가 한정거장 다 가도록 씹어도 먹을수가 없다

마주 앉는 아가씨가 웃으며 말을 한다

"꼬마야 그거 안에 또 비닐을 잇는거란다 눈으로 보이진 않지만 네가 씹은델 봐라 하얗게 구겨진거 보이지? 그게 비닐인데 그걸 손으로 찢으면 돌돌 돌아가며 찢어진단다 그걸 벗기고 먹어야지 ㅎㅎㅎㅎ"

" 이그 그런거유 색시 ㅎㅎㅎㅎ 첨이라 먹을줄 몰라서 "
엄마가 쑥쓰러워 웃는다

옥이가 얼른 손으로 벗기니 물엇다 놧다 해서 침이 묻어 미끌거리던 비닐이 줄줄 벗겨진다

얼른 엄마것도 옥이가 벗겨 준다

그러자 흐물거리며 소세지가 부드럽게 입으로 다가온다

엄마가 그 앞에 앉은 아가씨 한테도 하나 준다

"아공 맛잇다 야 이렇게 쉽게 먹는걸 그 질긴 비니루를 먹을려고 햇으니 그러게 먹어본놈이 먹는다는 말이 맞는거야 "
엄마가 먹으며 웃으며 하는말에 옥이도 웃는다

이제 서울이 다 왔는지 산과 나무와 강은 보이지 않고 다닥 다닥 붙은 집들과 차들이 많고 서울 냄새에 숨이 막히고 가차소리도 세멘트에 숨이 차 보인다

엄마가 말을 한다

"옥아 일어나서 머리위에 올려논 짐 내리고 에미손 꼭 잡아라  아마도 언니가 역에 나온다고 햇으니 기다릴겟다"
" 응 엄마 알앗어 나두 언니 얼굴 알으니까 걱정마 보면서 나갈테니"
엄마와 옥이가 다시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느새 모녀가 또 아까 춘천서 기차 탈때처럼 두 손을 꼭 잡는다

여기저기서 잠자던 사람들도 어느새 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성격 급한 사람들은 문간옆에 짐을 들고 서잇다

"옥아 우린 천천히 나가자 빨리 나갈려고 하다거 넘어지면 다칠라 "
옥이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어느새 기차는 역에 다 오고 차창 밖은 기찻길이 엿처럼 엉켜 잇고 여기저기 기차도 많이 서잇고 어느길은 기차 머리만 왓다갓다갓다하고 어느 아저씨들은 기차 밑에 들어가 잇기도 하고 어느 아저씨는 빨간 기를 들고 흔들기도 한다

어느새 기차 안에서는 종착역에 다 왓으니 잊으신 물건 없이 가시는 목적지 까지 잘 가라고 이쁜 여자 목소리가 나온다

옥이와 엄마가 사람들 맨 뒤에서 어정쩡 기다리고 잇다

옥이는 생각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천천히 내려서 우리가 못내리고 기차가 다른데로 가버리면 어쩌나 겁이 난다

그래도 옥이는 엄마가 걱정할까바 혼자서 그 걱정을 다 하고 잇다

밖에 벌써 기차 안에 잇는 사람들보다 나가 잇는 사람들이 더 많다

아직도 서울은 봄이 안왓나 보다

사람들 바쁘게 뛰는 사이로 찬 바람이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