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은근히 물어 보네요.
"너 솔직히 말해봐 쌋지 .....옷에다.....ㅋㅋ".
"우쒸"........
저희 시댁은 이번 추석때 집안 어른이 아프셔서 차례를 지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조금은 쉬운 몸이 덜 고달픈 추석을 보내나 보다 했습니다.
추석날 당일 이른 아침을 해먹고 동서들 두명과 어머님 저 이렇게 넷이서
산소옆에 심은 고구마 밭으로 고구마 줄기를 따러 갔습니다.
빤히 보이는 곳인데도 걸어가기엔 너무 멀고 쉴새 없이 지나 다니는 차들로
위험하고 저희 신랑이 우리를 태워다 놓고 가고 우리는 열심히 고구마 순을
따며 수다도 떨고 보라색 나팔꽃이 온 밭에 피어 있는데 어찌나 예쁜지 감탄도
하며.......
갖고간 봉투가 가득차 이제 가자고 형님이 신랑에게 전화를 하고 나자 갑자기
신호가 오기 시작 하는 겁니다. 배가 살살 아프고....... 아무래도 이상해 혼자서
허겁지겁 무조건 밭을 벗어나 찻길로 내려와서 배를 부여잡고 있는데 참을 수
없을 만큼 점점 더 심해 지는 것이었습니다.
아! 참을 수 없는 그 고통 식은 땀은 줄줄나고 하늘이 노래 지고 뒤에서는
밀고 나오려고 하고 쩔쩔매고 있으니 어머님이 오셔선 저 밑에 내려가면 안
보이니 거기가서 해결하라며 여기저기 헤매시더니 헌 신문지 한장을 찾아
주시 더군요.
들고 내려 가긴 했는데 도저히 도저히 엄두가 안 나는 겁니다. 덩어리가 아니고
쭉쭉나올 텐데 할수 없이 입술을 꽉 깨물고 올라와 생전 처음으로 형님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형님,나 죽어요 . 전화 좀 다시 해봐욧".....ㅠㅠ
하지만 그러고도 이넘의 영감이 올생각을 안하는 겁니다. 결혼해서 십년을
살면서 신랑을 그렇게 간절히 기다려 보긴 생전 처음이었습니다. ...우쒸...
저 결국 "어머님 ,저 먼저 가요". 하고 뛰었습니다. 그 먼길을 나중에 신랑이
1키로 밖에 안돼는 거리였다고 했지만 2키로가 넘는 길을 엉덩이에 힘주고
열심히 달렸습니다. 죽기 살기로 그것도 인도가 없는 찻길에 차는 줄줄이
지나가고 헐렁한 몸뻬입고 모자쓴 헐렁하게 옷입은 아줌마가 죽기 살기로 뛰고 있
으니 꼬리를 문 차들이 2차선 도로에서 모두 비켜 가더군요.
아!....살다가 그리 먼길은 처음이었습니다. 고넘의 체면 때문에 집 가까이 도
착하니 그때야 영감이 차 끌고 가면서 빵! 빵! 아무생각 안나더군요.
귀찮다고 가라고 하고 뛰어들어 갔습니다.
그것도 집이 아니라 친척집으로........윗어른 계신데 안면 몰수 하고 저 급해요
하고 뛰어 들어갔습니다......화장실로.....
아! 행복하고 시원해.....
다리가 후들후들 온몸에 땀 범벅을 하고 그대고 주저 앉았습니다.
식구들이 찾으러 왔을 때까지.....
신랑이 기가막히다며 실실 웃으며 묻네요. "너 옷에다 쌋지?".
"안쌋어.씨 나 내일 못일어나 다리 아파서".......ㅠㅠ
심신 편한 추석 보낼려다 에구 몸살났습니다..추석날 마라톤 하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