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암에 걸린 친구
친구의 이상한 얼굴
차마 마주하고 싶지 않은지
남편은 멀찌감치 물러나 앉아
줄곧 시선을 피한다.
머리카락, 눈썹 몽땅 빠져
부은 얼굴 더욱 이그러지고
오로지 살고 싶은 염원으로
친구는 창밖의 목련을 내다본다.
부활절, 병원에서
꿈인지, 생시인지.
병아리 떼, 뿅뿅뿅.
어린애 같은 계시를 받고
불교에서 하루아침 기독교를 받아들인 절실함.
평생소원인 예쁜 집짓고
마당에 목련꽃 심었는데
높은 호텔 뒤로 들어서
일조권, 사생활 침해
탄원서 들고 이리저리
6개월 만에 뇌 암 진단 받았다고
그의 아내는 울며 웃으며 감정 주체 못하고
나는 그녀의 손 부둥켜 쥐고 말없이 앉았네.
해 줄 수 있는 게 그것 밖에 없어서.
해 줄 수 있는 게 정말 그것 밖에 없어서.
☞ 남편의 친구는 고등학교 교사로, 자식들 먹이려고 추운 겨울에 군고구마를 가슴에 품고 집에 올 만큼 가정적인 사람이었다. 집 앞으로 공원을 마주한 예쁜 집을 짓고 행복하게 산 지 일년 만에 집 뒤로 큰 호텔이 높게, 높게 올라갔다.
일조권과 사생활 침해 등 탄원서를 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를 6개월, 단순한 소화불량이라고 생각했던 병은 뇌 암으로 판정이 났다.
수술, 그리고 몇 번에 걸친 항암 치료 등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는 뇌 암 판정을 받은 지 1년 6개월 만에 저 세상으로 가고 말았다.
그리고 내가 그 후 들은 소식은 그 호텔 측에서, 시가의 몇 배로 그 집을 흥정하고 있지만, 너무 억울해서 부인이 응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얼마 전, 우연히 그 부근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그 아담한 집은 온데간데없고, 호텔에 딸린 주차장으로 변해 있었다.
문득 그가 그냥 세태에 순응해서, 그러려니 살았더라면, 지금쯤 딴 곳에서 가족과 함께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에 한 때의 화가 복이 될 수도 있고, 또한 복이 화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있으나, 어디 세상사 그렇게 허허롭기가 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