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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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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원이 그립습니다.


BY 천정자 2005-09-11

웬 오천원이 그립냐?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

이거 미안한 애기지만  옛날  나  결혼하기 전 우리집 친정에서 기르던

잡종개 이름입니다.

 

동생이 친구네집에서 내기 걸고 이겨 사온  강아지인데

그 때 그냥 데려 올려다  조금 미안하여 오천원을  주고  데려 왔답니다.

 

근디  이 동생 나보다 더 엉뚱합니다.

이름을 천원! 이리와 봐! 그러면 옵니다.

나두 그런가보다 하고 천원 , 천원아 하고 불렀습니다.

 

근데 그 개주인 친구가  한 번은 와서  왜 사천원은 빼먹었냐고 난리를 부렸답니다.

동생은 오는 성이고 이름은 천원이라고 우겼지만.

그 친구는 다 부르라고 그래서 오천원으로 모두 붙이기로 합의를 했답니다.

 

그 때 우리집은 단칸방 셋방살이였고

동네는 달이 제일 가까운 달동네.

그럼에도 우리는 산이  온통 우리것처럼 넓어

오천원이나  우리나  별 불편함 없이 살았습니다.

 

오천원은 산책길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솔길도 구비 구비 자기가 길 닦아놓은 듯 인도도 해주고

엄마가 일하시고 돌아오시면

그 발걸음 알아들어 부리나케 뛰어 나갔습니다.

 

그렇게 몇년을 살다보니 오천원을 놔두고 난  결혼을 하여

첫아이를 낳았는데 산후조리를 잘 못했나 영 몸이 깨성하지 못했습니다.

손발도 저리고 어지럽기도 하고.

그렇다고 친정엄마에게 몸상태를 말씀드린지 일주일이 지났나...

엄마는 큰 양동이에 약이라고 끊여와서

몇날 몇칠을 지켜보는데서 먹게 했습니다.

덕분에 난 몸이 한 결 나아졌고

오랜만에 친정집에 가보니

오천원이 안보이는 것입니다.

 

동생도 한 참을 찾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하고

난 숫놈이라 어디 마음에 드는 암놈이 있나 ... 이런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몇년이 흘러 우연히 친정어머니가  오천원을 애기해주는 것입니다.

사실 오천원은 약이 되어 내 몸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 때 내 산후조리를 잘 못해주어 고민하던 차에

누가 그러더라 개고기를 먹으면 한 결 나아진다고 해서

엄마가 직접 잡지는 못하고 그렇다고 사자니 비싸고

그래서 오천원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부디 딸내미 몸속에 들어가서

좋은 약이 되어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물론 남동생들은  지금도 모르는 사실입니다.

 

내 몸에 들어오기위해서 오천원 주고 사온 강아지.

지금은 그 때 낳은 아이가 중학생인데.

아직도 그 선한 눈망울이 선합니다.

 

나두 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거나

밑받침이  되라는 말처럼 보여지기도 합니다.

 

그 때가  이맘 때 가을이였습니다. 오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