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딸아이와 외식을 하기로 했다
오십이 되는해엔 유럽여행을 같이 하기로 했던 아이가 내년이면 조교계약이 끝나는데 한달간의 공백이 아까워 먼저 시범차(?) 다녀 오겠단다.
혼자라는 이유로 허락을 할 수 없었던 걸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국은 승낙을 했더니 근사한데서 밥을 산댄다
워낙 털털한데다 꾸미는 거엔 소질이 없는 걸 잘아는 딸아인 아침에 나가면서 내옷장의 옷을 꺼내어 코디를 한다.
구두까지 완벽하게 맞추어 놓으며 꼭 이렇게 입고 와야 한다고 다짐을 받아내고서야 출근을 한다
직장에 오래 근무한 탓에 정장이 잘 어울린다는 소릴 듣던내가 이젠 정말 아니다 보니 옷에 신경 쓴지도 참 오랫만이 아닌가 싶었다
우아하게 그 약속 장소에 나갔고 우아하게 아이랑 메뉴 선택을 끝내고 주위를 둘러 보는데 참으로 우아한 실내 분위기, 입에서 뱅뱅 도는데 떠 오르지 않는 클래식 음악이 한층 멋을 더해주고 있었다
얼마만에 이런델 와 보는 건지 햇수가 계산이 되어 나오질 않는다
그러고보니 커피숍에 간지는 또 언제인지 ?
아 그러고 보니 울방님들과 서울에서 갔구나 싶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시 우울해 지려는 찰나 어느 여인의 등장이 나의 상상을 깨고 나타 났다
흑진주가 참 잘 어울리게 목을 감고 있었고 양 귓볼에도 부담 스러울 만큼 큰 흑 진주가 달려 있는 여인이 두손을 아주 공손하게 모으며 우리쪽을 향해 왔다
아이랑 눈이 마주쳤고 둘이는 아는 사이인지 아이는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 그 여인은
호들갑 스러울만큼 큰 목소리로 교수님이 왠일이냐며 엄청 반가워 하는 스타일로 아이손을 붙잡고 갑자기 웨이타를 부르더니 여기 밥값은 자기쪽으로 부담을 시키라는 것이다
얼떨결에 난 그여인에게 교수님(?)의 어머니가 되어 잠시 치하의 소리를 들어야 했다
착하고 얌전하고 어찌나 애들에게 잘하는지 학교에 소문이 쫘~악 놨대나 어쨌대나.
아이는 민망해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교수라는 명칭 보다는 아인 큰소리로 이야기 하는 그 여인의 목소릴 더 민망해 할것이
뻔하기에 실실 웃음이 나왔다
주위의 시선또한 부담 스러우리라 딸아이에겐.
어찌하여 조교가 교수 소릴 듣냐는 내 물음에 아인 픽하니 웃는다
교수와 조교가 합성어인줄 아는 분이랜다
아이가 가져왔던 일본산 허브 목욕세트가 그여인의 선물 이였였고 오징어 세트도 그여인의
선물 이랜다
올때마다 전 조교라고 몇번 이야길 했지만 아이구 선생님도 참 그게 그거죠 라며 항상 교수님 이랜다 ㅎㅎ
식사를 하는중에도 눈만 마주치면 많이 들으시래는 시늉을 한다
두손을 들어가며.
심성이 참 고운분이다
아이와 내가 막 식사를 끝내고 후식을 시킬즈음 누군가가 내 어깨를 툭 치며 반가워 한다
아이고 주방장님이 여긴 어쩐 일이래요 라는, 소린, 얼굴도 알아 보기전 들리는 소리다
고개를 돌려 그 남잘 알아보는데까진 한참을 걸렸다
우리 식당에 오시는 분인데 유난이도 아는척을 하시는 분이다
주방장님 저 왔습니다로 시작해서 금방 또 모임이 있어 올테니 그때도 부탁한다는 말로 끝나는분이다.
근데 호칭은 늘 주방장이다
주방일을 맡아 하다보니 새로오시는 도우미 아줌마도 주방장인줄 아신다
그러다 보니 사장은 어떤 사람 이냐고 넌지시 묻기까지 한다
간단하게 아는척을 하고 후식을 먹는데 그남자분이 바로 옆자리에 앉으셨다
그런데 사람은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린다는 했던가 그 앞에 앉은 여자분이 탈 이였다
그 남자분 못지 않게 목소리가 컸다
당신은 식당엘 다니면 주방장도 아는척해 라는 소리와 반반하게(?) 생기면 그저 다 좋지 로 끝낼줄을 모른다
흑진주의 여인도 그 소릴 들었나 보다
눈이 마주치자 얼른 못 본척 고개를 돌리고 아인 얼굴에 표정이 없지만 난 그 자존심 강한 아이의 상처를 읽는다
주방장이라 칭한 호칭 때문이 아닌, 그 남자분의 앞에 앉은 여자 때문 이라는걸.
그 와중에 실실 웃음이 나오는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묵묵히 후식을 먹던 아이가 듣기 민망 했던지
한마디
한다
아주 조용하게
교양이 없으면 목소리나 작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