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일어나기가 너무 힘이 든다
몸이 천근 만근이니 쉬 일어나 지지가 않는다
한 십분을 더 자고 나니 자연 아침이 허둥대어지고 정신이 없다
간신히 아이들 학교보내고 차에 시동을 거니 앞이 자꾸 멍해지는게
이러다 사고가 나지 않을까 두려워진다
자일리톨껌을 꺼내 이가 아프도록 십으며 간신히 출근했다
오늘은 도면작업이 무척 많다
내일 오전까지 마무리해서 거래처에 보내 주어야하기 때문에 쉴 틈이 없다
마음은 바쁜데 몸이 따라와 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무실에 앉아 인상을 쓰고 있을수도 없고
얼굴은 연신 미소를 머금고 마음은 울고 있다
이 도면작업이란것이 또 사람을 잡는 일이다
고도을 정확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도면을 그릴때는 컴에서 눈을 땔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거래처에서 도면에 오류가 있다고 한번 퇴짜를 맞아서
더더욱 신경이 쓰인다
오후가 되니 어지럽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쑤시기 시작하는 것이
앉아 있기가 무척 힘이 든다
할수 없이 사장님께 무척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조퇴하겠다고 했다
사람좋은 우리 사장님이야 몸조리 잘하라고 격려해 주지만
부장이 냉큼 뒷통수에 대고 던진다
"내일 오전까지 도면 끝날수 있죠?"
따가운 시선을 뒤로 하고 집까지 어떻게 운전을 해서 왔는지 모르겠다
그저 눕고 싶은 생각뿐이다
병원에 들러서 갈까 생각도 했지만 그마저도 귀찮고 해서 그냥 집으로 왔다
남편은 오늘 노는날인데 어디 갔는지 안보이고 아들이 걱정스레 쳐다본다
"엄마 많이 아파?"
역시 아들이 최고다
굴러다니는 감기약을 찾아 먹고 잠자리에 든다
시끄러운 소리들......
TV소리, 뭔가가 쿵쾅거리는 소리들에 잠을 깼다
얼추 여섯시가 되어 가는것 같은데
남편은 한번도 나를 들여다 보지 않는다
그저 컴푸터 게임하는라 바쁜가 보다
가끔 아들이 내 옆에 와서 누워 보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나가고...
깜박 잠이 들었다 다시 일어나니 일곱시무렵이다
남편은 여전히 컴퓨터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내가 아픈데 저러고 싶을까
죽이라고 쑤어서 저녁을 먹여야 겠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일까
여전히 부억쪽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여덟시쯤 일어나니 온 집안이 과관이다
부억에는 설것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거실에는 남편이 사다 먹고 남은 순대찌거기가 뒹굴고 있다
이것이 나의 가족인가?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이 가족들에게 어떤 존재인가?
그저 돈이나 벌어 오고 집에 오면 식모처럼 일이나 하고...
나의 존재는 결국 개만도 못한 존재인가?
개가 아프니 남편은 일요일날 여는
개병원을 찾는라 혈안이되어서 난리를 치더니
마누라가 아파서 누워 있으니 안중에도 없다
사람이 아플때 진심을 안다고 하더니....
늦은 시간에 나 스스로 밥을 하고 국을 데워서 아이들과 먹었다
설것이 할 기운도 없어 또 잠을 청하니 서러움이 아픔과 함께 밀려온다
대체로 남편 집안 사람들이 이기적이다
받을줄만 알지 베풀줄은 모르는 사람들이다
옆집에 사는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아프다는 얘기를 아들을 통해
들었을텐데 국 한그릇 끓여오는 법이 없다
나는 시엄니 한테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모든것은 받은 만큼만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거뜬히 일어나 도면작업을 마무리 해야하는데 하는 생각을 하며
서럽고 아픈 잠을 청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