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맨윗층인 우리 아파트 베란다 밖으로 비닐봉지가
휘익 휙 떠 다니고 바람소리가 옥상의 물탱크를 두들기는지 요란스럽다.
건너편 아파트 화요장이 서는 날이라 단단히 옷을 여며입고 나섰는데,머리칼이 이리 저리 쏠리느건 고사하고 볼살이 옆으로 마구 떨릴 지경이다.
낑낑대며 장바구니들고 바람 과 맞서 걸으며,
몇몇집 전화해도 다들 부재중인 이웃들이 잠시 원망스럽다.
이 바람 속에들 다들 어디로 마실갔남?
혼자서 김오르는 순대를 찍어먹자니 별 맛도 없다.
이사온지 아직 일년이 채 안됐지만 그래도 많은 이웃을 사귀었는데,
오늘같이 바람불고 조용한 날,
가까이 벗할 친구,이웃이 不在.......
조금 쓸쓸하다.
몇달후면 마흔.
나의 사십대를 곰곰 생각해 보면 마음이 더욱 쓸쓸하다.
맹렬히 자신의 일들에 돌진하는 엄마들을 보면 나의 유약함이
더욱 대비대 씁쓸하다.
결혼 십년째 ,남편과 초등생 두 형제.
이제 무엇인가 해봄직하겠다고 여겼는데
내가 서야할 자리가 이사회에서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것 같다.
학습지 하는 엄마.집배원 하는 엄마.마트에서 캐셔 하는 엄마.
은행다니는 엄마.부동산 하는 엄마.
혹은 변호사 사모님,의사 사모님,사장 사모님.....
아,나같은 월급쟁이 와이프에 남편만 바라보고 사는 전업 주부인 자신이
왜 이렇게 기가 막혀 보일까?
이건 이래서 안되겠고 저건 저래서 안되겠고,
너무 오랫동안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안주했던 것일까?
세상에 대해 당당했던 푸릇한 이십대.
매일 의 고민 속에서도 의지에 불타올랐는데.
그 용기, 그 기백,그 의욕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
마음속이 태풍만큼 격렬하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십을 코앞에 두고 이리저리 어지러이
방황하는 내 마음에게.
스스로 작은 위로를 해 본다.
'수고했어.고마워.'
예쁜 내 아이들,평범하지만 수더분하고 성실한 남편,뒷바라지 참
잘 해왔잖아? 화목하고 건강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잖아?
설핏 입가에 웃음이 돈다.
한없이 위축되는 나 자신에 대한 최고의 방어이자 최면이다.아니,사실이다.
가끔씩은 평화로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애쓴 나를 위해
고맙다고 수고했다고 애썼다고 훌륭하다고
주문처럼 되뇌어야 겠다.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