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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수 타령.


BY 올리비아 2005-09-02

 

 

잠시 옷깃 한번 스쳐 지나가는 인연인줄 알았는데..

잠시 얼굴 한번 스쳐 지나가는 인연인줄 알았는데..

 

벌써 3년이라는 인연의 굴레 속에

마주하고 아쉬워하는 인연이 또 있으니..

 

너무나 행복하고도..

조금은 불안하여라..

 

인간의 오만한 기술로 만들어진

화려한 조명을 조용히 순응하며 누워있는 한강.

 

8월의 마지막 날 한강은

신혼 첫날 밤 수줍은 새색시마냥

그곳에서 우릴 말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푸르른 잔디위로 8명의 아줌마가

메인은 집에 두고 한강을 애인삼아

 

어린아이 소풍온 것처럼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수련님이 차려 온 환상적인 돗자리 밥상.

계란에 살짝 튀겨온 김밥과 유부초밥.

그리고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던 멍게젓.

 

설리님이 공주에서 따온 무공해 오이와 고추

그리고 직접 만들어오신 쑥떡.

 

한입으로 먹고,

한입으로 이야길하여야 하는 현실.

 

입이 하나임을 그저 원망하여야만 했다.

 

싱그러운 웃음의 소유자인 아리님은

그 풋고추를 사탕 먹듯 인형처럼 먹는데..

 

좀전에 설리님이 가져오신 보따리를

씩씩하게 챙겨들은 이유를 그제야 알게 되었다.

 

수련님의 완벽한 세팅으로 우린 커피와 과일까지 먹자

순간 행우니님이 가져오신 쇼핑백 물건들을 쏟아 붓는다.

 

우리들의 감탄사를 뒤로하고

너무나도 예쁜 브러쉬 세트들을

모두들에게 종류별로 나누어 주는데 ...

 

받는사람보다 주는사람 표정이 더 해맑다.

 

아무 준비도 못해온 나.

달리 보여줄게 없는 나.

 

어쩔수 없이 난 언니들에게 개인기를 보여주었다.

 

바로 송충이쇼~!

모두들 깜짝 놀라며 쇼킹한 무대라고 박수들 쳐주었다.

참.......슬펐다...

 

감동의 물결은 한강의 물결보다 거칠고

우리들의 감성지수는 한강 수위보다 더 높은

위험수준에 도달했지만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우리는 배부른 감성지수와 몸을 부여안고

잔디 위에서 바라보던 선유도로 천천히 향했다.

 

그저 밀리는 차안에서 바라다 본 선유도가

그리 아름다울 줄은........

 

아름다운 한강의 야경은

외국의 유명한 그 어느 강보다 더 멋졌다.

 

이 좋은 곳을 추천한 먼산 가랑비님은

우리들에게 이곳 저곳을 보여주느라 바쁜데....

 

벌써 해는 저물어가고..

 

모처럼 만난 여인네들의 부끄러움은

한강 저 밑바닥에 가라 앉히고

 

그저 웃음소리만 한강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다정은 전날 내게 전화를 걸어 우리가 한강가면

수질 오염 시키는거 아니냐고 말했지만

 

나는 수질 오염이 아니라

수질 개선 하러 가는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순이님은 다음날 아침 학교에 출근하기위해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 살짝 귀뜸만 하고 사라지자

 

수련님 뒤늦게 순이님을 찾자

우린 영어로 이렇게 말해 주었다.

 

쉬 이즈 어 티쳐!

아이 엠 어 악처!

 

티처와 악처의 묘한 앙상블.

순간 웃음소리가 섬안을 장악한다.

 

어둠속에 정자에 오른 8명의 여인네들.

 

제각각 편한 자세로 비스듬히 눕거나

비스듬히 기대 앉아서..

 

가로등의 조명을 받으며

이야기의 밤은 깊어가고..

 

하늘을 마주보고 있는 누워있는 한강은

별빛보다 더 화려한 조명들이 수를 놓고,

 

불빛 실은 유람선은 우릴 위한 이벤트인가...

 

한강을 보고.. 마시고.. 느끼고...

정자를 천천히 일어서 나오려는데

 

설리님은 공주라는 지역구를 이용해 공주노릇을 하며

정자에 또 놀라오라며 주인처럼 우리에게 고개숙여 인사한다.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아름다운 공주병의 여인네들.

 

그렇게 아쉬운 마음 뒤로 하고

다시 만날 것을 손잡고 약속하며

 

주름하나씩 더 늘은 8명의 공주들은

자기가 타고온 가장 큰 전차를 타고

 

한강을 중심으로 살고 있는

각자의 궁으로 모두들 돌아갔다.

 

한강은 나를 보내지 않았는데

나만 홀로 한강을 남기고 돌아온 이곳.

 

아쉬운 마음 뒤로 하고...

 

12시...땡땡땡...메아리치자

유리구두 한짝 한강에 남겨두고...

 

시녀들도 모두 떠난 이곳..

나의 집 경복궁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