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같은 마을에 사는 동생이 수박을 가져 왔다.
"언니 덥지? 자 수박~ "
덩치는 황소만한 게 애 머리 통 만한
수박을 들고는 낑낑거리며 건네준다.
'음 증말루 무겁군'
살짝 받아 쥐다가 그만 놓치고 말았다.
순식 간의 일이었다.
생각보다 무거웠다.
수박속 뻘건 알갱이가 튀어 나와 바닥이
질펀 해졌다.
"아이 몰라 이게 얼만데."
'기집애 수박 한댕이에 얼마라고 가격을
운운해. 깨뜨린 건 미안하지만.
쫀쫀하긴.'
(이건 어디까지나 나 혼자의 독백이다)
얼른 주워 담아 가져 온 성의가 괘씸(?)해
흙만 털어 내고, 아니 흙이 묻어도 먹어줘야
할 것 같아 그냥 눈을 감고 우적거리며
먹었다.
"언니 눈 감은 김에 뜨지 말고 그대로 있어
내가 시 한 귀절 읊어 줄께"
"무신 귀신 신나락 까먹는 소리랴?
난 수박 먹는데 시 읊는 인간은 니가 첨여."
"쉿~ ~"
더 떠들면 얻어 맞을 분위기다.
"그랴 읊어 봐라."
"얘야 보아라.
수박 농사를 지었는디 별루 안되었어야~
그랴서 젤 존 늠이로 두 개 보내마.
애덜하구 사이좋게 먹어라.
아참 그라구 나 제주도 관광가는디 돈이
십만원이 필요허니 부쳐라.
어쩌면 바람 불어서 취소될지도 몰라.
그라면 도로 보내 줄껑게 그리 알아라.
충남 서산서 시 엄니가."
일기는 좋아서 그녀의 시어머니는 제주도를
다녀 오셨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는 그날 정확히 오만원짜리
수박을 먹은 셈이다.
약간 덜 익은.
아직도 입에서 흙내가 가시지 않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