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어느덧 세월의 그늘에 묻혀만 갑니다.
뜨껍게 달궜던 대지도 조용히 겸연쩍어 하면서
부슬부슬 내리는 비와 함께 떠나가는 여름 뒷자락의 열기를 식혀 주고 있습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가을이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와 있겠지요.
물론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찬바람이 힘들고 지친 가슴을 시원하게 어루만져 주고
이불을 끌어 당기게 합니다.
백화점 매장은 벌써 자줏빛 가을 옷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가을이 설레임으로 다가 옵니다.
새로움으로 채워질 대지는 설레임과 부푼 기대감으로 뚜벅뚜벅 걸어 옵니다.
신선한 코 찌르는 바람으로 목욕하고
노란과 빨간색으로 갈아 입으려는 치장을 서두르는 모습이
곱게 분칠하고 비녀 꽂고 미소짓는 새색시 같습니다.
새로운 각오로 세워나갈 올 가을에는 가득한 희망으로 채워가렵니다.
주렁주렁 매달린 과일처럼 가슴에는 그윽히 사랑을 달고 싶습니다.
누렇게 익어 갈 들판의 벼이삭처럼 겸손함으로 살아 가고 싶습니다.
두 팔 벌려 온 몸으로 가을을 맞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