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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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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밝은 글을 쓰고 싶다


BY 동해바다 2005-08-18



     마냥 어둡지만 않았다. 
     열에 둘 정도는 밝게 살고 있다. 
     하지만 밝은모습을 글로 쓰려니 그것 또한 사치로 보여져 이내 거두고 만다. 

     산에 다녀와 항상 기록을 남긴다. 
     헌데 그 속에서도 나는 어둠을 찾으려고만 한다. 
     산과 삶은 일맥상통하는 것이기에 보여지는 아름다움만 남기고픈데... 
     남겨진 글 속에서 나의 아픔을 읽는다. 
     쓰지않으면 그만일텐데... 

     헌데 참 이상타. 
     밝게 살고 있을 그 둘일때 보다는 어둡게 살고 있는 여덟일때 자꾸만 글쓰기를 클릭하고  
     싶다. 

     위안을 얻고싶어서일까. 그렇다고 얻어지는 것이 무엇이기에... 
     이곳 식구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힘을 얻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처한 입장이 말이나 
     글로써 격려를 받으며 삶의 방향이나 결정을 내려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의사가 되기도 하고 친구, 엄마, 언니, 스승이 되어 치유해주며 
     얻어지는 그 보이지 않는 힘이 이 네모상자에 들어앉아 있어 
     어두운 내 속을 뱉어내는가 보다. 
     뱉어낸 내 속을 여과없이 받아들여주는 이들이 있기에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힘들다 힘들다 해도 올 한 해는 너무 힘들다. 
     힘들어도 참고 사는 내 모습이 처량타 못해 진절머리가 난다. 

     얼마 전 설악의 공룡능선을 11시간반을 오르내리며 힘든 산행을 하고 왔다. 
     체감하는 고통이 정신적 고통에 비할바 되겠는가. 
     호우경보가 내린상태에 그 험하고 높은 설악산을 빗길에 다녀 온 걸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 미끄러져 무릎과 다리 배에 상처를 남기고 왔지만 그 상처 또한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 만 할까. 

     위험하기 짝이없는 줄 하나에 몸을 의지하고 암벽을 오르내리는 일... 
     손만 놓으면 내 목숨은 끝장날, 그런 줄에 생명을 맡기며 과연 살아야 하는 이유를 그 찰
     나 생각했었다. 아니 죽고싶다는 말을 내뱉으면서도 막상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내 자신
     을 보면서 헛웃음이 나오는 순간이기도 했다. 
     어찌보면 장시간 산행이 내 자신과의 혹독한 싸움이라 볼수도 있다. 
     어쩌지 못하고 빌빌거리며 굽신거리는 내가 너무 싫어 나를 학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그런 내 자신을 이겨서라도 1%의 만족을 얻으며 기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순간의 고통이 지나고 나면 과거사로 돌변한다. 
     그래 예전에는 그랬지, 그래 내가 너무 못났어, 아니 잘 참은거야... 이래가며 과거를 이야
     기하고 있을 것이다. 

     정신적 학대에 육체적 학대까지 당하다보니 나는 잃어버리고 껍데기만 살고 있었다.
     그래도 그 껍데기는 산도 다니고 꽃도 가꾸고 할건 어느정도 하며 살았는데 이젠 아닌것 
     같다.

     며칠 사이에 푸릇하게 자라던 식물 몇 개가 말라 죽어버렸다.
     힘을 내려다가 사그라들고 만다. 살려놓으면 또 죽어버릴 날이 올텐데... 
     나를 가만두지 않는 남자가 너무 미워도 화초들때문에 버티고 있었는데.. 
     그만 화초들은 나의 부재로 시들시들 마른 풀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다시 살리기 위해 애쓰는 내 모습이 처량맞다. 

     2년 반동안 가게일을 하면서 그땐 그게 너무 힘든줄 알았다. 일이 힘든것은 절대 아니였
     지만 나를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남자때문에 그때가 가장 힘든 줄 알았다. 

     하지만 ... 
     그때의 고통보다 더 가해진 지금, 운명이라며 받아들이는 나의 모습에 회의가 느껴진다. 

     말라 죽어버린 화초들처럼 시들시들해져가는 내가 컴퓨터를 열고 글쓰기를 클릭하고 있다. 


     나도 밝은 글이 쓰고 싶은데.... 
     밝게 살고 있는 그 둘에 비중을 두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