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의 일이다..
어려워진 집안 형편으로 우리 세자매는 여수에 있는 큰아버지댁에서 몇년을 살게 되었다..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살다가 이런 깡촌으로 오니 모든게 적응이 안될뿐더러
8살때 아버지가 연탄가스로 돌아가신 직 후였다..어린 마음에 죽는 다는 것..
다시 볼 수 없다는 것..그리고 죽은 사람이 주는 두려움 같은 것이 맘 속에 늘 자리 잡고
있었다..엄마도 객지에서 돈을 벌어야 했기에 어린 막내의 대소변 가리는 것은 모두
내 차지였다..
초등학교 2학년..아니 그때는 국민학교였다.
큰집 화장실은 집 뒤를 뺑~ 돌아 비릿하고 특유의 악취가 나는 염소막 뒤에 있었다..
밤이고 낮이고 막내동생이 일을 본 다음에는 내가 화장실로 들어가서 엉덩이를 신문지로
닦아 주었다..화장실이라고 해봐야 아주 큰 항아리위에 굵은 나무 두개를 나무 젖가락처럼
올려 놓은 형태가 전부였기에 너무도 아슬 아슬했다
그래서 어느날인가 한번은 동생땜에 내가 화장실에 빠져서 죽다 살아난 적도 있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초등 학교 2학년 어느 날 밤..아니 새벽..
시골이어서인지 큰집에는 대문이 없었다..이 날도 어김없이 막내는 화장실 가자고
날 깨웠고 난 졸린 눈을 비비며 약간은 신경질을 내며 창호지 문을 열고 동생 손을
꼭 잡고 나왔다..마당 앞에 감나무는 유난히 흔들거려 꼭 악어가 일어서서 덥칠 것만
같은 형상이었다..마당 옆 우물도 유난히 달빛에 파란 빛을 뛰였고 스산한 기운이
여기저기 감도는 아주 기분 나쁜 순간들이었다..
"현주야..그냥 쩌기 마당 끝에다가 누면 안되겠나?"
"응 ...언니야.. .저기다가 누자"
그러고는 대청마루를 내려가려던 참이었다
그때...대문이 없는... 큰엄마의 사투리를 빌리자면 세루페(집을 들어오는 입구 대문자리)
로 뭔가 히끗한게 지나갔다
"현주야..니 봤나? 휙 지나가는 거 안봤나?"
오줌을 누러갈려고 대청마루를 내려오는 순간에 벌어진 일이라 우리는 다시 마루로 올라서서 꼼짝도 못한 채 얼어붙어 있었다...동생은 얼마나 놀랬던지 내 말에 대답도 못한채
뜨거운 오줌만 마루를 타고 마당으로 흘러 들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다리가 얼어 붙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니 짐 생각해보면 엄청 짧은 시간이었다 한 3초간 얼어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당시에는 한 1시간은 그러고 있었던 것 같다
놀란 가슴을 쓰러 내릴 때 쯤 큰엄마한테 혼날까봐 걸레를 찾으려고 하는데
유유히 떠있는 듯 걸어들어오는 하얀 정체..
순간 모든 것이 정지 되고 그여자랑 얼굴이 마주쳤고
그 형체는 사실로 다가왔다..
길게 풀어헤친 흑단 같은 머리. 움푹 페인 눈 ,창백한 얼굴 ...그 외에는 얼굴 형체가
없는 듯한 미소를 머금어 같긴한데 슬퍼보이는 얼굴..
놀라서 동생도 의식할 수가 없었다..그렇게 유유히 들어오다가 나랑 마주친 순간
한 10미터 앞쯤에서 하얀소복은 절구통 뒤로 휙 하고 숨었다
그러고는 숨은 상태에서 상체만 둥둥 떠있는 형상으로 나를 째려본다
눈알은 보이지 않는데 눈빛이 너무도 매서웠다.
한참을 째려보고만 있는 귀신..
짐 생각해보면 어른들을 깨웠는지 깨우지 않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귀신에 홀렸다가 들어온 사람처럼 그 이후의 그날 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고 아침부터 기억이 난다
아침에 큰엄마한테 어제 본 이야기를 했더니 큰엄마도 종종 본단다
울 집뒤에는 버려진 묘가 있다 ..바로 집뒤다...
전쟁때부터 있었다고 어른들은 말하는데 가꾸지를 않아 있는지 없는지
형체도 묘연 할 뿐 더러 우리들의 좋은 놀이터 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 그 무덤 위에 올라가기는 커녕 쳐다보기도 싫었다.
지금도 가끔 귀신을 본다..늘 같은 가위에 시달린다..가끔 창 밖에서 공중에 둥둥 뜬 듯한촨청을 듣는다..그치만 난 귀신을 보고도 존재를 믿을 수 없다..
그걸 믿는다면 내가 본 그것이 사실이 되어버리기에..
참 동생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그 날 본것은 꿈이라 생각하며 살았는데
사춘기 무렵 우연히 서로 그날 본 것을 이야기하다 꿈이 아님을 알았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꿈으로 생각하고 살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