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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야기] 부엌


BY 아줌마 2005-08-15

아주 오래전 이야기 입니다.

사십여년전인데,

저의집 부엌은 헛간이 딸려있고,

붙박이처럼 짜넣은 작은 장농만한 큰찬장이 있었고,

마을 공동 우물에서 물을 양동이로 길어서 담아두고 먹는,

사람셋은 들어갈만한 큰독이 있었는데,

그옆엔 연탄이나 나무를 쌓아두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살강이라고 합니까?

부산사투리로는 그렇게 불렀던거 같은데

그릇은 씻어서 위에 살강에 주욱 얹어서 말려서 썼습니다.

 

전 헛간이 붙은 부엌이 무서워서 어릴때도

해만 지면 부엌에 들어가는걸 무지 싫어했었는데

제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날이었는데,

유독 초저녁 잠이 많은 엄마는 그날도 저녁을 먹고 나니  조셨습니다.

그땐 여자들이 방한칸  남자들이 방한칸 이렇게 방을 썼기 때문에 

큰방에 언니둘하고 엄마나 이렇게 여자넷이 방을 썼었는데, 

제가 막내라 언니들하고 나이 차가 많이 났습니다.

 

언니들은 아직 집에 오지  않았고 주무시는 엄마옆에 제가 누워 있는데.

부엌에서 '땅!땅!땅!' 소리가 나는것이었어요.

그래 놀라서 엄마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엄마 엄마. 부엌에서 무슨 소리가 나"

그럼 엄마가 눈을 뜨시면 거짓말 같이 그 소리가 멈추는것 이었어요.

근데 다시 엄마가 잠이 드시면 또 그렇게 '땅!땅!' 소리가 났습니다.

몇번을 내가 무서워서 엄마를 깨웠더니 결국 엄마가 일어나셔서 부엌엘 나가

보셨습니다.

근데 아무도 없다고 들어오시더라구요.

 

그때 부엌 헛간엔 곡괭이 삽..온갖 잡동사니가 다 들어 있어서,

전 해만 지면 부엌에 물뜨러 가는것도 싫어 했었거든요.

유독 간이 작았던 난지라..그렇게 벌벌 떨면서 엄마곁에 있다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밥을 해먹고 날이 밝아져서 엄마가 보시니까,

살강에 얹혀 있던 양재기가 동그랗게 송송 구멍이 나 있었습니다.

마치 송곳으로 뚫은것처럼 뺑 돌아가면서...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더니 정말 귀신이 있나 보구나 했었어요.

 

그러곤 저는 무섬증이 더 심해져서 해만 지면 부엌엔 얼씬도 안했지요.

그당시엔 어머니들께서 무슨 조왕신인가 뭔가 모신다고,

방안에 조그만 선반 같은걸 올려놓고 밥그릇에 쌀을 담아두시던 기억도 납니다.

 

심기가 약하다고 하나 전 이상하게 헛거도 잘보는 편인데.

살면서 몇번 귀신을 본적이 있습니다.

 

친정엄마가 저랑 사시다가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고 나서 너무너무 엄마가 보고싶어서 엄마가 계시던방,

엄마가 돌아가실때 까지 누워있던 자리에 가서,

엄마 생각을 하면서 누워있었습니다.

 

허긴 사실 그땐 제가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니랄수도 있는 상태였는데.

엄마가 일주일정도 갑자기 편찮으시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충격이 컸었거든요.

엄마상을 치르고 나서 신랑이 바로 출장을 가고, 

애들은 학원에서 돌아오지 않아 저혼자 였습니다.

 

근데 갑자기 방바닥이 마구 울룩불룩 마구 움직이는거 였습니다.

내몸이 흔들릴정도로.

밥도 안먹고 허구헌날 울고 있을때 였는데,

너무 놀라서 일어나 나왔습니다 그방에서.

엄마가 저 그러지 말라고 그러셨는지 모르지요.

 

거짓말 같지만 한참 동안은 늘 엄마가 옆에 따라다니시는거 같았어요.

느낌으로 엄마가 늘 느껴졌었습니다.

그때 아랫층에 사는 언니집엘 놀러를 갔었는데,

마침 그집에 그 언니친구가 와 계시더라구요.

그날 절 보더니 제가 가고 난 다음에 그러더랍니다.

"너 저아줌마하고 놀지마라 귀신이 잔뜩 붙어 다닌다" 고.

그아줌만 평소에도 귀신이 눈에 보인다 하는 사람 이었대요.

 

살면서 몇번더 그런경험을 했었거든요.

가끔 티비에서 귀신을 봤다는 얘기가 나오면 공감해요.

제가본 귀신도 남자같이 아주 체격이 컸었어요.

엄마 돌아가시고 나서 베란다에서 일을 하다가 엄마 계시던 방을

쳐다보니 기골이 장대한 큰 남자가 책상의자에 앉아 있더라구요.

 

첨엔 놀라다가 그다음부텀은 그냥 귀신인가보다 내가 또 무얼 봤나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