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동네에 닷새장이 서는 날이라 이웃 아줌마들과 시장을 갔다.
입추가 오는가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여름이 막바지 기승을 부린다.
순식간에 아스팔트를 녹일것 같다. 강한 태양을 가리느라 시장은 온통 큰 우산을 썼다.
온 가족이 좋아하는 고구마를 한 소쿠리 사고, 제법 긴 시장을 구경했다.
어릴적 아침마다 일찍 남새밭에 소쿠리들고 따다 나르던 애동호박이 눈에 뜨였다.
내 손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날들을 비도 맞고 따가운 태양도 쬐면서 자랐을 호박이 한 통에 500원 이다. 거스름돈 받기가 민망해서 2개를 샀다.
동네에서는 잘 볼수 없는 야채들, 복숭아를 비롯한 과일들, 상인들은 우리 한 사람 한사람 을 유심히 보며 눈을 맞추려 한다.
나는 웬만해선 눈을 맞추지 않는다. 안 사고 돌아올때의 민망함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열무김치를 담을 요량으로 리어카에 한 가득 열무를 실은 아줌마께로 갔다.
"한 단에 천 오백원 인데 천 원만 주세요" 언젠가 부터 나는 가격이 싸면 물건을 의심하는 버릇이있다. 순간 열무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열무가 조금 억세다 싶어 그 자리에 놓고 돌아서려는데 웬지 그 아줌마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몇걸음을 걸어오다 뒤를 돌아 보았다. 아줌마는 아직 내 쪽을 보고 있었다. 생각할 겨를없이 아줌마 열무 두단 만 주세요, 아줌마 땜에 뒤꼭지가 당겨서 그냥 갈 수가 없네요. 했다. 고마워요, 나는 왜 이 나이에 이 짓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눈물이 날려고 했어요, 한다. 그러고 보니 아직 리어카 가득 열무가 그냥 있는게 아닌가!다른 가게에 처져 있는 큰 우산 그늘도 없이 ...... 아줌마 그러지 마세요. 아무것도 할 용기가 없는 사람이 문제지, 아줌마처럼 장사라도 할 수 있으면 괜찮아요, 많이 파세요,
돌아서는 난 다시 돌아가서 열무를 사 온것이 다행스러웠다. 나로 인해 가슴아프게 해선 안된다. 집에와서 저녁밥을 짓는데 그 아줌마의 열무 리어카가 자꾸만 눈에 어린다. 보드라운 열무가 아니라 좋아할 상품은 아니었다. 아마도 장사경험이 별로 없는 듯 했다.
저 아줌마는 무슨 사정이 있을까? 경기가 어렵다고들 모두 야단이다. 우리집도 어렵다. 지금껏 전업주부로만 살아온 난 어려운 경제가 두렵기만 하다. 아침에만 해도 남편께 투정을 부렸었는데, 열무장수 아줌마는 내 모습을 대신한 것 같아 자꾸만 내 머리속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