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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손주 보러 오시는 시부모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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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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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그 속을 뒤집어 보고 싶다


BY 아리 2005-07-31

 

 

나의 산친구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나의 자식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예를 들면 명문대에 갔거나 올림피아드 상을 탔다거나 수석을 했거나

기타등등 자랑을 하고픈 일이 있을 때

나와 같은 수준으로 같이 기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외에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형제나 자매간에도 어쩌면 작은 질투가 유발되어 --자기 자식과 은근히 비교되어

썩 유쾌한 소식으로 받아들이고 칭찬해주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갑자기 돈을 많이 벌어 부자 되었다던가

로또에 당첨 되었을때 보다 더 참기 어려운 것이

남의 자식의 자랑을 들어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누군가의 글에서도

함께 울어줄 친구보다는 함께 웃어줄 친구를 만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산친구의 시어머님은 며느리가 곤히 자고 있을 때

깨우지도 않을 뿐더러

며느리의 생일날 아침을 차려주신다고 오셔서는

도마소리에 며느리가 깰까봐

뒷베란다에 가셔서 음식을 준비하시는 배려가 돋보이는 분이시다

뿐만 아니라

아이를 낳은 며느리 집에 오셔서 보약을 챙겨주시는 분이다

보약을 먹을 때는 편히 먹어야 한다는 논리로 우는 손자를 밤새 안고 업고 돌보며

며느리의 숙면에 일조를 하시기에 갖은 애를 쓰신다

오죽하면 아기가 울거나 아내가 아프거나 집안의 일이 생기면 서슴없이

"엄마 불러 ..."

하는 철없는 아들의 소리가 저절로 나오겠는가

결혼한지 20년이 지났건만

아직껏 며느리 집에 오셔서 편히 앉아 계시는 적은 거의 없으시다

그렇다고 아무 때고 불쑥 오시는 것도 아니면서

가실 때 또한 며느리의 배웅이 거북하신지 며느리가

공부를 가르치거나 무척 바빠서 어쩌지를 못할 때를 골라 슬그머니 가시는 분이다

시원찮은 살림을 조금도 험잡지 않으시고 베란다청소며 냉장고 정리를

마다하지 않으신다

그래도 ...쉽게 며느리의 냉장고에서 작은 과일하나 축내지 못하신다는데

때로는 그 어머니 속을 뒤집어 보고 싶다는 말을 하곤 한다

천사 같은 마음이 늘 이렇게 튀어나오고 우러나오는가하는 기분으로


내가 가끔씩 산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들을 때

때로는 나이가 드셔서 ..마음을 접을 줄 아시는 어른이라

늘 마음으로 생각으로 그리고 행동으로 보시를 하시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요즘 내게도' 이런 사람이 있구나 '하는 사람이 눈에 띄인다

만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타고난 이타주의도 아니고 ?

언제 어디서든 맨 나중에 일어나 자리를 정돈하고

약속을 준비하고

준비한 약속에선 무엇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늘 자기의 물건을 제일 많이 어지럽히고

각자 맡은 준비물 속에서도 이왕이면 큰 것 값나가는 것을 부담하는데

그 이유인즉 우리의 회원이 아닌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사람의 분량까지 생각한다던가

하는 마음깊은 배려에서 나오는 예측할 수 없었던 행동들이 숨어 있었다

 

캐리비언 베이를 가서도 락커를 정리하고 무거운 물건을 들고

누군가 다쳤다거나 불편한 상황이 생겼을 때

조금의 지체도 없이 자기가 제일 먼저 나선다

도데체 놀러 왔는지 봉사를 하러 왔는지의 구분이

안 생기는 사람이란 생각까지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그녀의 딸은 내게 가끔씩  엄마가 늘 착한 척을 해서 싫다고 애교섞인 불만을 토로한다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고 말고 !!!

남의 집에 가서 밥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고 --내가 사람들이란 글에 써 놓았듯이 설거지를 도맡아서 한다

시어른을 모시는데 있어서도 자기 친정아버지 보다 더 다정한 포우즈를 취한다

일상적으로 다 늙은 시아버지의 뒷치레를 당연시 하고

더러워진 입을 지나던 길에 맨손으로 닦아드린다

시어른이 계신 집에 들끄는 손님 대접에 조금도 낯을 찡그리거나 불평불만을

입에 올리는 걸 본 적이 없다  다만 그녀의 아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느낌의 답답함을

내게만 작은 소리로 속삭일 뿐이다

심지어 움직이기 싫어하시는 시어른을 모시고 드라이브를 시켜주고

양수리에 있는 취나물 밥집에 가서 요반찬 조반찬을 권해본다

좀 더 맛있게 드시기 위해서는 된장에 비벼서 드셔야 하는데

고집을 부리신다고 불평?을 하면서

 

우리들이 모였을 때 처럼 대나무 원두막을 찾아서 팔순의 시아버지와 커피를 나눈다

착한 그녀를 볼때 ..최소한 그녀 앞에서는 나도 흉내낸 위선이라도 떨고 싶은 심정인데

다른 사람은 한 술을 더 떤다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는 그녀를 이리 저리 끌고 다니면서 운전을 시키고

심하면 심부름까지 보태는 경우를 보면서 나 혼자 정의의 사도인양 흥분을 한다

남들은 가끔 나보고 그녀의 보호자 아니 수호자 라고 부르는 적도 있다

 

사람들은 참으로 이상하다

그녀가 무섭게 냉정하게 혹은 까다롭게 굴면 그녀를 조심스러워하고

두려워도 하지만 만만히 보이면 만만한 싹을 보고 이용하려드는 데 문제가 있다 

남의 입장으로 헤아리고 남을 배려하는 깊은 심속을 몰라 주고

조금 더 그녀를 부려먹으려는

속셈이 보일 때 마저 있다  

아무도 돈을 내려하지 않고 꼭지가 따갑게 일어서면 조용히 자기 카드를 내어민다

그저 나라도 대신 

더치페이를 하자고  소리쳐 주는 일이라도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개를 주면 두개를 갚으려하고 두개를 주면 다섯개로 갚으려 한다

본인이 준 것은 모두 잊고

남이 자기에게 어쩌다 베푼  작은 은혜에 민감하다

얼마 전 멤버중 하나에게 정말로 좋은 일이 생겼다

모 기관에 다니는 그 멤버의 남편이 단 한명을 뽑는

외국 연수에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이었다

운전 중인데도 너무도 기쁜 소식이 있어서 문자를 보낸다는 그녀의 메시지가 왔다

자기 남편이 아닌데도

남의 남편이 합격을 한 것인데도

그녀의 기뻐하는 모습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마치 나도 같은 양으로 기뻐해주지 않으면 배신을 때리는 거라고

야단칠 것 같은 태세로

그녀는 뛸듯이 기뻐했다

아마도 그녀만큼 그 일에 기쁨을 표시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본다

그 멤버의 시어머님이 당뇨로 병원에 입원 했을 때도

그 멤버의 휴식을 위해서 하루를 온전히 봉사로 잡아 놓는 사람이다

레지오 활동도 하는데 가까운 친구를 위한 봉사쯤이야 하는 생각이 서슴없이 나온다 

때로 나는 그녀의 속을 뒤집어 보고 싶다


그러나 이런 그녀의 속을 뒤집어 보아도 ..

별로 달라질 것이 없을 것 같은 건 그녀의 한결같은 행동이다

내 스스로  쑥스럽고 부끄러워 질 뿐이다

그녀는 내게 부모님과 같은 비중으로

내 자랑을 제일 먼저 들어도 좋을 친구라는 생각은 조금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실재로 우리 아들이 타기 어려운 장학금을 받았을때도

그녀는 진심어린 표정으로 부럽다는 표현을 정확하게 전달했다

우리 아들이 탄 장학금을 모두 그녀에게 써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ㅎㅎ

그리고 그녀만이 느꼈을 양의 기쁨을 자꾸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어한다

좋은 소식이라고

그러나 나는 안다

다른 사람은 그녀의 같은 양의 기쁨을 절대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

아무리 설명해도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이려하지 않을 때가 있다

어째서 왜 ?라면서

아울러 그녀의 속이 상해하는 말을 들으면

정말로 이상하리만치 그녀만큼? 아파오는 것을 경험하곤한다

우리가 본질을 왜곡할 수 없고

우리의 마음을 포장할 수 없듯이 ...

그녀는 늘 그녀의 마음을 잘 정제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왜 나는 시도 때로 없이 정제되지 못한

내 마음을 추스리지도 못하는 지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나는 내게 조그만 합리화를 마친다

내가 정상이고 그녀는 신이 주신 특별한 사람이라고 위안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