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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기도, 엘리제를 위하여, 사랑의 기쁨, 고사리 손으로 건반을 통통 눌러가면서
긴 머리 소녀로 그 앞에 앉아 앙증스럽게 고운 곡을 연주하던 딸~
바이엘 상 하권, 체르니 30번 한 장 또 한 장 넘겨 갈 때 저러다 피아니스트 되는 것은
아닐까?
이 엄마 속으로 기대 흐드러지게 야물었던 시절도 있었다.
어디 딸아이만 그랬을까?
딸 위로 아들 역시 차분한 성격에 전국 피아노 대회에 나가 초등부 은상까지
받았던 적이 있었다.
15년 전
그렇게 강산이 한번 변하고 다시금 반이 변할 세월의 흐름 속에서 덩치 큰 피아노는
상전처럼 자리만 차지하고 이제는 훌쩍 커 버린 아이들이 그 앞에 앉아 건반을 두드려
보았자 한해에 한 두 번?
집이라도 공간이 넉넉하였다면 혹 모르겠지만 작은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피아노는 늘 버거운 물건이었다.
어제는 휴가 첫날
그간 직장 생활로 미뤘던 집안일들을 하나하나 목록 만들어 처리 하여 가는데
그중에 한가지 첫 번째는 바로 피아노 처분이었다.
오전 10시 정도 아파트마다 무료 배포되는 상가 점포 안내 책자를 펼쳐들고
중고 피아노 판매점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피아노를 좀 팔려고 하는데요~
전화를 받은 아가씨가 묻는다
디자인이 어떤 건가요?
네~색은 무광의 티크고요 가운데 꽃무늬가 있어요~
평소 전화 문의가 많았는지
몇 마디 말을 건네지도 않았는데 어떤 상품인지 몇 년도에 출시 된
어떤 모델인지 척척 잘도 알아낸다.
상태는 직접 나와 봐야 알겠지만
대략 가격을 말해 주는데 생각보다 좋은 가격이었다.
늦잠 자는 딸아이를 깨워 이야기하니
조금은 섭섭해 하면서 그래도 자기 생각에도 후한 가격이었는지 놀래 한다.
책자에 다른 중고 피아노점 전화번호가 올라와 있기에
다시 한번 가격 비교차 전화를 하였다.
그런데 좀 전에 가격과는 비교도 안 되게 낮은 가격으로 부른다.
네 알겠습니다~ 얼른 수화기를 내려놓고
선택의 여지없이 처음 통화를 했던 곳으로 전화를 하여 방문 시간을 정하였다.
오후 1시 정도 남자 두 분이 찾아 오셨다.
직 사각형 나무판 귀퉁이 마다 바퀴를 단 운반에 필요한 도구를 든 남자분과
또 다른분은 피아노 상태를 보는 조율사 같았다.
건반을 몇 번 두드려 보고 피아노 뚜껑을 열어 보더니
두말 않고 입금할 계좌 번호 메모를 해달라고 한다
처리도 신속하다.
바로 계좌 이체를 했는지 입금 확인을 하라 해서 조회하니 입금 완료다.
그런데 참 기분이 묘했다.
피아노가 그 네 바퀴 달린 직사각형 패널위에 올려지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실려져 나가는데 가슴이 울컥하면서 순간 섭섭한 마음이 전해져왔다.
처음 피아노를 장만하려 매장에 들렸을때 꼼꼼하게 살펴보던 누군가의
모습이 추억으로 문득 떠올라서 였을까?
아니면 피아노를 장만할때 그즈음 무탈하게 아무런 어려움 없이 평탄했던 행복에
출렁거리던 지난 시절이 그리워 그랬었을까?
잘 가렴~~~
부디~
좋은 주인 만나서 너를 알리는 시엠송처럼 고운소리 맑은소리
울려 퍼지기를 바램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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