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울뚝 판자촌
여덟가구가 앞뒤 벽 하나사이로 방과 부엌을 마주하고 가늘은 연기와 가지 나물과 오이 냉국 그리고 보리밥을 저녁상에 둘러앉아 하루종일 있었던 일들을 토해내며 숟가락이 분주하다
'엄마 정미네 인형샀데 걔네 아버지가 월급 탔다고 사 줬데 분홍색인데 이
쁘더라 근데 엄마 정미가 그 인형 내가 만져보고 준다고 햇는데 뒤로 감추더니 금방 집으로 들어갔어 못됐어"
'어여 밥이나 먹어 그놈의인형을 뭘해 밥이 나와 떡이 나와 처음이라 그렇지 좀 지나바 너도 만지게 할게다"
엄마도 옥주말에 서운한지 자식한테 사랑해줄 말도 격려할말도 칭찬할말도 하도 안해서 모르던 엄마가 오늘저녁밥상에서 옥주말에 넌지시 편을든다
옥이가 어쩐일인가 엄마 눈치를 살핀다
저런말도 할줄 알고 우리도 이뻐하는구나 옥이가 생각하니 우습다
매일 욕이나하고 소리나 지르고 눈도 마주치지않고 잔소리나 할줄알던 엄마가 옥주말에 수긍을하다니.........
아마도 엄만 그 인형을 갖고 둘이 노는걸 본 모양이다
스레트 지붕이 달아 달은넘어가 깜깜한데 집안은 점점 더 더워진다
방문을 열어놓고 모기장을치고 여섯식구아 둘러앉아 잠을 청한다
아버지 엄마 옥이 종근이 명숙이 옥주 ,,이렇게 여섯이 모기장 안에서 요강을 구석에 놓고 잠을 잔다
달빛에 은근히 방안이 환해지고 이불도 없이 자는 옥이네 식구
베게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종근이 다리밑에 옥이가 있고 옥주는 어느새 다리와 팔이 모기장 밖으로 나가있고 명숙이는 치마를 훌렁 올리고 잠이 들었다
아버지의 코 고는 소리라 점점 요란해질즘 달은 점점 밝아지고 밖에 다니는 쥐소리가 요란하다
천정으로 부엌에 남은 음식 찾느라 분주하고 도둑고양이 양양 대는 소리가 옥이 귀에 들리자 옥이가 일어나 요강으로 간다
엄마를 타 넘고 아버지 발을 밟고 지나 구석에 있는 요강으로 눈을 채 뜨지도 않고 찾아간다
쮜르릉~쮜르릉 오줌이 요강에 부딪혀 조용한 방안에 고요를 깨버린다
"오줌 잘 눠라 밖으로 누지 말고 "
자면서 엄마는 다 아나부다
"응 알았어요"
눈을 감고 반쓰를 치키며 옥이가 대답을 한다
"갈때 아버지 타 넘지 말고 잘가 기어서 가라 동생들 밟으면 시끄럽다"
"녜"
살며시 두 팔을 방바닥에 대고 둘둘 기어서 아무 빈 곳으로 찾아간다
옥주 팔을 다리를 잡아서 모기장 안으로 댕겨놓고 옥이가 그 옆에 가서잔다
아마도 옥주가 또 밖으로 나갈까 걱정이 되서 그 옆에서 자는것일거다
뚝 넘어 개울물 소리가 어찌나 맑게 들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