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라라님이 친정 엄마에게 다녀왔다는 글을 보고 나도 울컥하고 가슴에서 올라오는 것이 있었다
왜 나는 친정 부모님만 생각하면 애증이 교차하는 걸까
왜 내게, 아니 나의 남편에게 좀더 따뚯하게 대해주지 못하는걸까
남편과 내가 싸우는 이유의 50%는 친정때문이다
너의 아버지는 왜 나를 무시하냐, 너의 오빠는 왜 시건방지냐?
로 시작되는 남편의 말에 나는 할 말이 없다
내가 봐도 우리 친정 식구들은 정이 없고 특히 사위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씨암닭한마리 잡아준적 없으니까..
이제 친정을 가지 않는다
가본지가 벌써 가물가물한것이 벌써 몇 해가 되었나보다
내가 이를 악물고 친정에 가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몇해가 흘렀으니....
가끔 보고 싶다
나의 엄마,아버지,오빠,올케언니,언니,형부,동생들,제부들....
가슴이 아프다
왜 나는 이렇게 고아처럼 지내는 걸까
식구들끼리 왕래하며 놀러다니고 같이 저녁도 먹고 싸우기도 하고
그런 일상적인 것들이 나에게는 그리움이다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고 결혼 3개월만에 부산에서 서울로 도망오다시피 올라왔다
방한칸 얻을 돈이 없었다
망해도 어찌 이리 망할수가 있을까
시댁뿐만이 아니라 시댁과 관련된 모든 친척들이 알거지가 됐다
모두 집을 날리고 거리로 뿔뿔이 흩어졌다
허허벌판에 서서 기댈곳은 친정뿐이었다
내가 지참금으로 가지고 있던 돈 600만원에 친정 아버지께 사정사정해서 얻은돈을 보태
지하 단칸방을 얻었다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자랐던 남편이
부잣집 막내도련님이 우유배달을 하고 찰흙집에서 무거운 찰흑을 나르다가 인대가 늘어나고....
철부지 우리는 힘들다 절망하지 않았다
그냥 남들도 다 이렇게 사나 보다 그렇게만 생각했다
서울에 오라온지 1년
처음으로 친정엘 갔다
남편 회사에서 빌린 에어컨도 안나오는 고물트럭을 끌고 한여름을 헤집고 친정을 갔다
나와 내 남편을 너무나 반겨줄줄 알았던 부모님이 남편에게 싸늘하게 대했다
친정에 있는 사흘동안 변변한 반찬이라고는 먹어보지 못했다
그저 돼지고기 사다놓고 사흘동안 구워주니 먹기가 역겨웠다
그 이후 남편은 지독히도 나의 친정을 싫어햇다
건방지다는둥 뱃속에 똥만 찬 사람들이라는 둥
친정의 남편에 대한 냉대는 나에게 고스란히 돌아왔다
이후 십년이 한결같이 차가운 냉대는 남편을 향해 날아왔고 내게 반사되었다
이젠 친정아버지가 좀 누그러지니 친정 오빠가 그러하다
남편이 전화해도 바쁘다는 핑계로 통화도 하려하지 않고
과연 이것이 나의 친정 식구들이 나를 위하는 길일까..
나의 친정부모는 나역시 친정식구의 반열에서 빼버린것일까..
이미 수십억의 재산가가 된 오빠는 내가 동생으로 보이지 않는걸까
못사는 내가....
이러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나도 땅을 치고 통곡을 할까...
살아생전 못한 효도를 후회할까...
나도 친정 식구들이 그립다
찾아가 마음을 풀고 다정하게 지내고 싶다
그러나 두렵다
또 무슨 마음의 상처를 받을지 모르는 남편땜에 친정가기가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