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한대에 여섯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얼굴을 디밀고 앉아 등을 구부리고 바람을 쐬던 옥이네 여름저녁
"이고 이놈의 기집애 새끼들 전기세가 얼만지 알어? 허구헌날 눈만뜨면 얼굴을디밀고 지랄들이야 으~그"
엄마 악쓰는 말에 옥이와 동생들이 시커먼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이마에 땀방울을 손으로 훔치며 선풍기에서 멀어진다
"그래 이렇게 여럿이 쐴라면 널찍히 앉아서 저 선풍기 모가지를 왔다 갔다 하게 해야 너두 나두 모두 다 시원하지 그리 서로 시원할라고 모여있으면 시원허냐? "
명숙이와 옥주가 투덜거린다
"언니 하나도 안시원한데 그치?"
'명숙이가 눈치보며 말을한다
"그래도 좀 시원하잔아 저기 모가지가 나한테 오면 시원하다 그리고 모가지가 가는데로 따라가면 끝까지 시원해 해봐 "
명숙이 말에 옥주가 신기한듯 얼른 따라 해본다
"정말 시원하다 언니 오빠도 해바 응?"
'싫어 안해 따라가면 더 더워 바보야 그것도 머르냐 "
옥이와 엄마가 웃으며 본다
엄마가 계를 들어 사오신 선풍기
옥이는 날마다 땀을 흘리며 청소할때마다 그 선풍기를 걸래로 먼저 닦는다
그리곤 얼른 들어서 반닺이 위에 올려놓는다
뒤로 서너발자굴 떨어져 바라보고 옥이는 생각한다
"누가 와서 봐도 잘 보여야 할텐데 그래야 우리가 부자고 선풍기도 있구나 할텐데 ..."
옥이는 항상 그런생각에 선풍기 틀을 생각보다 먼지 앉을까 걱정이다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면서도 절대로 옥이는 전기세와 그 선풍기가 아까워 틀지 안는다
선풍기를 집에 들여놓고서부터 옥이는 더 자주 걸래질을 한다
머리서 봐도 얼마나 닦았는지 번쩍번쩍한다
마당에 나와 옥이는 걸래를 펌프질 해 빨면서도 선풍기가 잘 보이나 뒤돌아 보고 웃는다
누가 와서 바람을 쐬면 갈래져 나가는 바람이 아까워 그 바람을 맞으려 옥이는 그 사람 옆에 뒤로 살짝 물러나 바람을 잡는다
아직도 여름은 먼데 옥이는 언제나 그 선풍기를 혼자 맞아보려나
"샌디야 우리 선풍기 샀다 아줌마가 계들어서 사왔어 너 알어 선풍기가 먼지?모르지 ㅎㅎㅎ 바보 난 아는데 저절로 돌아가면 바람이 나와사 시원하다 그거 바람 이 겨울같어 에구 넌 개라서 털이 나 잇으니 얼마나 덥겠냐 나보다 니가 더 덥겠다 나처럼 너도 옷을 갈아입으면 시원할텐데 그치 샌디야 ?"
옥이 말에 항상 샌디는 고개만 갸웃갸웃 거린다
그래도 옥이는 샌디한테만은 끝까지 할말 다 하고 간다
"샌디야 내가 얼음물 갖다줄께 펌프질 해서 금방 떠다 줄께 기다려 "
옥이가 샌디한테까지 자랑을 늘어져라하곤 앞 마당으로 간다
샌디가 집으로 들어가 누어버린다
그새 옥이는 안방을 처다본다
큰 스뎅 살에 날개다 네개가 있는 선풍기
옥이가 아마도 며칠은 더 기분이 좋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