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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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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님의 '햇볕도 아까워라'에 부쳐


BY 최지인 2005-07-18

 

***어떤 글이나 보아 지는 상황의 설정에 부딪혔을 때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발길 멈추고 오래도록 서 있어 본 적이 있는지요..

이 곳에선 한 분 한 분의 글들이 거의 그러하지만

특히 모퉁이님의 글을 읽을 때면 꼭 누군가가 제 맘을 들여다 보고

찬찬하게 짚어낸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참 많았답니다.

 님의 '햇볕도 아까워라'는 글제 또한  읽다가

어쩌면 똑 내 맘 같아야 싶어서..한참을 짓눌러 앉았음을..^^

지금 직장이라 님처럼 부지런을 떨지 못하는 주부지만

비온 뒤 햇살 좋은 날

한 때는 저도 님의 영역안에서 집안을 닦달하며 뽀도독 거리던 사람이었음을..

얼마 전이지만

그런 마음을 글로 옮겼던 시입니다.

-먼저 부산 여성지에 실린 글임을 밝힙니다.

제가 님께 드리는 작은 선물이라 여겨주셨으면..!

 

/ 빨래를 널며 /

 

일상의 비만으로 게으른 시간들이

사정없이 몰매를 맞는 날

위선을 씻어낸 생활들이 표정을 찾는다

 

물기를 털어 내는 마당

단단한 바지랑대를 받치고 선 유년의 빨랫줄이

눈부시게 하얀 물빛 추억을 펄럭이며

성큼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한숨이 많은 날은

더 오래 시름을 세탁하고

기쁨이 많은 날은

동그란 비눗방울, 뽀얀 웃음이 널린다

 

몸피보다 큰 옷을 걸치고

신경질을 내는 건조대 밑

오후 3시를 걸어가는 삶이

날렵한 다듬이질을 시작한다

 

견고한 햇살의 자리

저만치

말갛게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