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이나 보아 지는 상황의 설정에 부딪혔을 때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발길 멈추고 오래도록 서 있어 본 적이 있는지요..
이 곳에선 한 분 한 분의 글들이 거의 그러하지만
특히 모퉁이님의 글을 읽을 때면 꼭 누군가가 제 맘을 들여다 보고
찬찬하게 짚어낸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참 많았답니다.
님의 '햇볕도 아까워라'는 글제 또한 읽다가
어쩌면 똑 내 맘 같아야 싶어서..한참을 짓눌러 앉았음을..^^
지금 직장이라 님처럼 부지런을 떨지 못하는 주부지만
비온 뒤 햇살 좋은 날
한 때는 저도 님의 영역안에서 집안을 닦달하며 뽀도독 거리던 사람이었음을..
얼마 전이지만
그런 마음을 글로 옮겼던 시입니다.
-먼저 부산 여성지에 실린 글임을 밝힙니다.
제가 님께 드리는 작은 선물이라 여겨주셨으면..!
/ 빨래를 널며 /
일상의 비만으로 게으른 시간들이
사정없이 몰매를 맞는 날
위선을 씻어낸 생활들이 표정을 찾는다
물기를 털어 내는 마당
단단한 바지랑대를 받치고 선 유년의 빨랫줄이
눈부시게 하얀 물빛 추억을 펄럭이며
성큼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한숨이 많은 날은
더 오래 시름을 세탁하고
기쁨이 많은 날은
동그란 비눗방울, 뽀얀 웃음이 널린다
몸피보다 큰 옷을 걸치고
신경질을 내는 건조대 밑
오후 3시를 걸어가는 삶이
날렵한 다듬이질을 시작한다
견고한 햇살의 자리
저만치
말갛게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