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완전히 물러 갔나요?
온갖 심술은 다 가진듯 뿌루퉁하던 날씨가 모처럼 활짝 개었습니다.
우산장수 웃는 날이 있나 하면 소금장수 우는 날이 있듯이
이런날이 좋은 사람도 있을테고 싫은 사람도 있을테지요.
저는 모처럼 따가운 햇살이 무척 반갑습니다.
그동안 말리지 못했던 옷가지며 이불을 내다 널었습니다.
어떤 아파트는 낮에는 이불을 널지도 털지도 말라고 했다지요.
없는 사람들 사는 곳 같아 집값 떨어진다고 그런다나요.
우리 동네는 그런 말 하는 사람 없어 좋습니다.
베란다에 이불도 걸쳐놓고 방충망까지 열어 제치고 방안까지
햇살을 끌어다 놓습니다.
김장 후 처음으로 배추김치를 담궜습니다.
아직 김장김치가 한 통은 남았습니다만 내 입맛이 새김치를 원합니다.
식구들 입맛도 중요하지만 주부 입맛이 먼저인 접니다.
아주 얌체같습니다.어쨋거나 음식은 내 손 안에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통배추김치가 아닌 설기설기 썰어서 부추 섞어 버무린 막김치를 담궜습니다.
간단하게 한 통 채우고 나니 괜히 뿌듯하네요.
김치 담구고 설겆이한 소쿠리며 대야도 볕 잘 드는 곳에 엎어두었습니다.
도마도 내다놓고 장농이며 서랍장의 서랍이란 서랍은 다 열었습니다.
모르긴 해도 누군가 슬그머니 들어왔다간 되려 기함을 하고 달아날지 모르겠습니다.
먼저 다녀간 양산군자님이 계시니 가져갈 게 있겠습니까?
까슬하게 마른 수건 냄새가 좋습니다.
뽀얗게 삶은 행주에서도 햇볕 냄새가 납니다.
내다 놓을게 있으면 다 내다놓고 말리고 싶은 날입니다.
햇볕도 아까운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