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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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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인연


BY 은하수 2005-07-14

작년 이맘때 나는 크게 앓았었다.

나의 젊음으로 인해 건강을 맹신한 결과 하느님께 너 자신을 알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아직 삼십대일 때 뭔가를 이뤄야겠다는 초조감 속에서 서두른 결과였고 상황판단의 착오였고 나의 건강은 꽤 깊은 샘물이라고 착각하고 조롱박으로 계속 퍼올렸는데 왠걸 비온뒤 패인 조그만 물웅덩이에 지나지 않았다.

 

어찌 생각해보면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넓디 넓은 우주라는 공간에서도 별들끼리 부딪쳐 운석이 되어 흩어지는 장엄한 우주쇼가 벌어지는데

좁디 좁은 대한민국땅에서 한번쯤 어깨를 더 부딪쳤다고 해서 호들갑떨 일도 못 될수 있겠다.

 

나는 밑천도 없이 노름판에 뛰어든 노름꾼 모양새였고 처음 시작한 나의 사업에서 제대로 한방 날려보지도 못하고 TKO패 당하기에 이르렀다.

 

부상을 당했으니 병원에 입원할 수 밖에...?

2인실에 입원했었는데 옆자리엔 맹장수술하신 아주머니가 누워 계셨다. 수술한 뒤에도 몇일째 금식 중이었다. 자연스레 서로 통성명을 하게 되었는데 아주머니도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 서로 놀라면서도 반가와했다. 왜냐하면 병원은 우리의 본거지랑 꽤 멀리 떨어져 있는 도시에 있어서 그 곳에서 같은 지역사람과 한방을 쓰게 되었다는 사실은 당연히 신기했다. 물론 당시에는 내 아픔이 너무 커서 잠시동안 그런가 부다할 정도였다. 아주머니는 오십대 중반 정도의 연세였는데 얼굴이 하얗고 마른 편이어서 코스모스가 연상이 되는 인상이었다. 보다 강한 인상을 남겼던 것은  그분의 남편되시는 아저씨였다.

 

취미로 하시는 보디빌딩에 푹 빠져 계신 분이었다. 과거에 일군 재산을 근거로 헬쓰클럽에서 운동으로 하루를 보내시며 그야말로 세월을 낚고 계시는 한량같은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근육질의 몸매를 가지고 계셨고 자신만의 식사를 항상 챙겨서 병원에 오셨다. 침대 머리맡에 놓인 의자에 걸터 앉아 싱싱한 초록 꼭지를 머리에 인 새빨간 둥근 토마토를 인상을 쓰시며 몇개를 계속 드시는 거였다. 참 먹음직스러운 빨간 색이었다. 그리곤 계란을 드셨다. 계란도 한판을 쪄오셔서 앉은 자리에서 몇개씩 드셨다. 어떤 날은 고구마를 쪄오셔서 몇개씩 드셨다.

 

지금까지 아저씨가 드시던 토마토의 빨강색, 갈색껍질을 깨면 비로소 드러나는 계란 하얀 속살과 진노랑 알의 색상이 그걸 맛나게 드시는 아저씨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스크린 속의 한장면처럼 펄럭인다. 왜냐면 그때의 내 모습과 너무나 대조적이었던 것이기에 그러한 것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