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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더위,여름날의 추억


BY jeongann 2005-07-07

어느새 본격적인 여름속으로 들어와 버렸네요.
모내기를 마친 논에서는 모가 포기수를 늘려 가느라 바쁩니다.
하루가 다르게 너른 들판이 자꾸 파랗게 변해 갑니다.
삽자루 들고 물꼬를 보고 논에 들어 가서 피사리도 하고 김을 맸지요.
점심 나절에는 논두렁사이에 심어 놓은 콩이나 옥수수를
조심스레 헤쳐 가면서 길게 자란 풀을 베어 퇴비를 장만하기도 합니다.
무더운 바람이 불어 오지만 미숫가루 타서 한모금 목을 축이고
허리춤에 매단 수건으로는 땀을 훔칩니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숲엔 귀뚜라미가 이리저리 뛰어 다닙니다.
호박 숭숭 썰어 넣고 하지감자 넣어 떼낸 수제비에
열무김치가 입맛을 돗굽니다.

그 시절에는 선풍기도 없고 에어콘도 없었지만
이글거리는 태양과 불볕 더위도 큰 문제가 아니었지요.
더위에 지친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려 드는  우물가는
더위의 피난처이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웃옷을 훌렁훌렁 벗고 서로에게 물을 끼얹어 줍니다.
등에서부터 시작해 목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던 차가운 물이
비명을 지르게 합니다.
때론 간질이기도 하고, 아프지 않게 등을 철썩이면서
꼬질꼬질한 때를 쓱쓱 밀어 주시던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도 그립습니다.

또, 모시적삼 갈아 입고 동구밖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 길게 드러누워
흘러 가는 구름을 이불 삼고 풀벌레 울음솔리 자장가 삼아
낮잠을 자다가 소낙비의 후두둑 소리에 놀라 일어납니다.

오늘은 작은 더위,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되는 소섭니다.
소서때 시작된 더위가 대서를 지나면 절정에 치닫게 되지요.
그렇게 더웠어도 시원함이 있었고 포근한 자연이 있었고
웃음과 추억이 있었던 여름날의 기억이 너무나도 그리운
소서의 한나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