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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모여인,개모여인.


BY 개망초꽃 2005-06-29

 

개모여인이 패모여인을 만나러 지하철을 탔다.

어제의 비는 언제봤냐는 식으로 뒤돌아 가 버리고 날씨는 목욕탕이었다.

앉을 자리가 있어서 좋아라 했다.

몇정거장 가다보니 손수건 파는 아저씨가 손수건을 목에 걸고 머리에 쓰고 나타났다.

등산갈 때 너두나도 가지고 다니는 손수건과 자매같이 생겼다. 무늬와 색이 촌스러운...

아무도 사지 않았다.

더운데 안됐다.

또 몇정거장 가다보니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몸이 불편한 어린 학생이

뭐라뭐라 쓴 종이를 돌렸다.

돌리면서 한장한장에 “감사합니다.”를 얹어서 사람들 무릎위에 놓았다.

사연을 쓴 종이와 함께 천원짜리 한 장을 얹어서 줬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두 번씩이나 인사를 했다.

나 말고 몇사람이 더 천원짜리를 얹었다.

요즘은 다들 인색한데...인사성 때문인 것 같다.


패모여인은 언제나처럼 마중을 나왔다.

연두색 원피스를 입고, 또각이는 샌달을 신고, 머리를 하나로 깔끔하게 묶고서...

먼저 점심을 먹기위해 명동 칼국수집으로 갔다.

개모여인은 어젯밤 늦게 만두를 먹었더니 속이 안좋다며 그 맛좋은 칼국수를 남겼다.

개모여인이 먼저 오늘 명동 칼국수를 먹자고 선수쳐 놓고선...

머리카락은 긴데 머리속이 짤막하다, 개모여인은...

패모여인은 잘도 먹는다. 개모여인 만두까지 두개 더 건져서 먹었다.

국수 더 먹고 싶은데 배에다가 힘주고 다녀야 할 것 같아 참는다고 한다.

머리카락도 긴데 머릿속도 길다. 패모여인은...


아! 어머니전을 보러 용산으로 갔다.

퉁모여인이 댓글을 때마춰 달아줘서 일정이 “아흐~~오마니”로 바뀌었다.

흔한 말로 감동의 물결이 발바닥서부터 머리끝까지 일렁거렸다.

그을음 나던 석유풍로가 앉아 있던 그 부엌,

녹쓸어 엉성한 그 창살,

엄마가 십일조 한다고 모아 둔 동전을 훔쳐서 보던 그 만화방,

새끼줄에 두루마리 휴지처럼 묶어주던 그 연탄,

빨래줄에 언 내복이었던 그 겨울.

왕십리에서 살던 그 집들과 같은 기억을 보면서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이상국님의 시에

감정이 세차게 치밀어 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다시 명동으로 유턴하면서 다리없는 사람을 만났다.

그냥 지나쳐 갈 수 없었던 개모여인과 패모여인은 지갑을 꺼냈다.

누군가 그랬다. 내 사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느낄 때

나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좌절할 때

나보다 못한 사람을 내려다 보라했다.

저런 사람도 살겠다고 길거리로 나왔는데...두 다리로 뭘 못하겠어.


패모여인은 얼음 동동 수영하는 오렌지 망고를 마시며

개모여인은 얼음 두둥실 떠다니는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털어놨다.

발아래 어둠도 늘어났다.

길거리에 노점상도 즐비하다.

사람들도 넘쳐났다.

복잡한 서울구경도 할만하네.


영화를 보려했는데 표가 한 장 남았다고 해서 관뒀다.

외제영화배우 때문에 보려고 했는데 조금만 아쉽다...

머릿속 짦은 개모여인 외제배우 이름이 생각나지 않네.


롯데백화점에서 아이쇼핑을 하기로 했다.

개모여인과 패모여인 나이는 사십중반인데 이삼십대들 입는 옷만 보았다.

그러니까 태어난지는 사십년이 넘었는데 취향은 아직도 젊다는 것이다.

돈주고 사는것도 아니고, 돈달라는 것도 아니고

보는 것이야 각자들 마음이지, 뭐? 안그런가 패모여인?


저녁은 간단하고 상큼한 것으로 해결보기로 했다.

개모여인이 돈을 내려고 했더니 패모여인이 실업자가 뭔 돈을 내냐고 그런다.

사람 많은대서 창피하게 싸우지 말자고 했다.ㅎㅎㅎㅎ

개모여인이 실업자 아닐때는 글 공짜로 보는데 이 정도는 사야한다고 하던 패모여인.

나홀로 리플작가님의 댓글이 아컴작가님들에게 얼마나 큰 탈력을 붙여 주는지

그걸 아시나요? 모르시나요? 패모여인?


천진난만한 얘들처럼 손을 몇 번씩 흔들어 주던 패모여인.

저런 애인 하나 있었음 좋겠다고 실없는 생각에 실없이 웃던 개모여인.


집으로 오면서 상큼한 자두 한봉지를 사들고 온 상큼해진 개모여인.

벌써 아컴에 들어가 멋진 댓글을 달아 놓고 간 멋스러운 패모여인.

 

패모여인은 패가망신한 여인이 아니고 패랭이님이고

퉁모여인은 퉁명스러운 여인이 아니고 모퉁이님이다.

개모여인은 개같은 여인이 아니고 접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