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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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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심는 정자.


BY 천정자 2005-06-22

걸어서 삼십분 거리에 우리밭이 있다.

 

해마다 우리밭에는 참깨도 심고. 들깨도 심고 그런다.

 

물론 남편이 다 알아서 하는데

 

내가  제대로 일을 못하니 보는사람이 답답하다고

 

밭에 나오지 말라고 한다.

 

한번은 나보고 풀메라고 했는데

 

나중에 와서는 소리만 지른다.

 

풀도 구별못하는 미련한 곰퉁이라고

 

호미만 고생시킨다고 소리만 고래고래 지른다.

 

난 그길로 나살려라 집으로 도망가고

 

일시키는 사람이 답답한가 아예나보고 밭에 가자고도 안한다.

 

그래도 난 호기심이 많아서 이게 순이고

 

이게 풀이고 이렇게 알아뒀건만

 

어찌 된 일인지 통 밭에 안데리고 간다.

 

밥해오라고 하는데 난  집에서 먹자고 전화하니

 

식당가서 먹고 온단다.

 

내가 밥해와도 걱정 안해도 걱정은 왜 자기가 하나...

 

그러다가  올해 느닷없이 밭에 콩을 같이 심자고 해서

 

얼시구나 따라갔다.

 

서리태를 심는다고 나보고 드문드문 씨를 심어야 한다고 한다.

 

난 심었다.

 

얼마후 또 소리지른다.

 

도대체 몇개를 심는겨?

 

듬성 듬성 심으라고 했냐?

 

아니...

 

어휴.. 내가  데려온 게 잘못이지...

 

이렇게 심는 거 아녀?

 

드 ..문 , 드... 문!!!

 

이잉 알았다.!

 

남편은 아예 내 앞에서 콩심는 자리를 잡아준다.

 

근데 자리잡아준 흙이나  호미로 판 흙이나  구별이 안간다.

 

그렇다고 했더니

 

네 마음데로 심어라!

 

ㅎㅎㅎ

 

그래서 내 마음데로 실컷 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