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삼십분 거리에 우리밭이 있다.
해마다 우리밭에는 참깨도 심고. 들깨도 심고 그런다.
물론 남편이 다 알아서 하는데
내가 제대로 일을 못하니 보는사람이 답답하다고
밭에 나오지 말라고 한다.
한번은 나보고 풀메라고 했는데
나중에 와서는 소리만 지른다.
풀도 구별못하는 미련한 곰퉁이라고
호미만 고생시킨다고 소리만 고래고래 지른다.
난 그길로 나살려라 집으로 도망가고
일시키는 사람이 답답한가 아예나보고 밭에 가자고도 안한다.
그래도 난 호기심이 많아서 이게 순이고
이게 풀이고 이렇게 알아뒀건만
어찌 된 일인지 통 밭에 안데리고 간다.
밥해오라고 하는데 난 집에서 먹자고 전화하니
식당가서 먹고 온단다.
내가 밥해와도 걱정 안해도 걱정은 왜 자기가 하나...
그러다가 올해 느닷없이 밭에 콩을 같이 심자고 해서
얼시구나 따라갔다.
서리태를 심는다고 나보고 드문드문 씨를 심어야 한다고 한다.
난 심었다.
얼마후 또 소리지른다.
도대체 몇개를 심는겨?
듬성 듬성 심으라고 했냐?
아니...
어휴.. 내가 데려온 게 잘못이지...
이렇게 심는 거 아녀?
드 ..문 , 드... 문!!!
이잉 알았다.!
남편은 아예 내 앞에서 콩심는 자리를 잡아준다.
근데 자리잡아준 흙이나 호미로 판 흙이나 구별이 안간다.
그렇다고 했더니
네 마음데로 심어라!
ㅎㅎㅎ
그래서 내 마음데로 실컷 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