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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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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까짓꺼 가지고~~


BY 별그림자 2005-06-21

바람이 살랑살랑 기분 좋은 가을날이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우리 3 우방은 

이번에는 한강으로 날라보자고 의기를 투합하고 

행선지로 날랐다

역시 한강은 연인들에게나 어울리는 장소인  듯

대부분 쌍쌍이었다
모두가 쌍쌍인 장소에 여자들끼리 온 우리는 

하릴없이 바람난 여자들처럼 보이는 상황이라 

 

오히려 쑥스러웠다 

하지만 우리 기분만 좋으면 되었지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하리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다양한 메뉴를 자랑하는 

음식점 들을 전전하여 생고기 전문이라는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역시 분위기 최고였다 

시원스럽게 펼쳐진 강물 위로 

유람선과 보트들이 지나다니고 

마주 보이는 강남의 높은 빌딩들은 서양의 

그림 엽서 처럼 아름답다웠다 

식사때를 놓쳐 배가 고픈 여자들은 

쫄깃쫄깃 고소한 차돌박이를 시켜 

고픈 배를 채우는데 한참 고기를 먹던 친구들의 눈빛이 

요상하게 반짝이는 것이었다 

"야들아~ 
안주가 너무 좋지 않니? " 
이것들이 대낮부터...

무신 지랄을 할라꼬 ... 

두 가스나 눈으로 사인을 주고받더니 
"아줌마! 
여기 소주 2병 주세요 ~" 

큰소리로 외치는 것이 아닌가? 

아이구... 
1병도 아니고 2병씩이나... 
이것들이 미쳤나? 
소주 3잔이면 뿅~~가는 주량인지라 

나는 오늘 죽었구나... 

속으로 복창하면서 어떻해 하면 

이 난관을 빠져 나갈 수 있을까 

아무리 잔머리를 굴려도 답이 나오질 않는다 
그래도 어쨌든 버텨 보자.. 

 

하지만 두 지지배의 구박을 견디지 못하고 소주 2잔을 

마셨더니 속이 울렁거려 도저히 견딜수가 없었다 

청하를 마시겠노라 협상을 했다 


그런데 이것이 또 문제였다 

청하는 맛이 순해서 1병을 다 마실 때 까지도 

술 기운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1병 끝내고 2병째를 시작하니 

술 기운이 살살~온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다른 날 같으면 노래방에 가서 2시간쯤 

고래 고래 소리지르며 노래하면 

대충 술이 깨는데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이제 클났다.. 
울 신랑 퇴근 시간도 다됐고 

퇴근 전에 얼른 가서 저녁 해야 하는데.. 
내 속도 모르는 두 가시나는 태평성대를 맞은 듯 

기분 좋아 헬레레 팔레레...
내가 저것 들을 친구라고... 

하긴 오랜만의 바깥나들이라 

기분 좋은 것은 이해 하지만 

그렇다고 내 사정이 달라지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두 여인을 뒤에 두고 택시도 없는 한강변을 헉헉...

걸어 큰길까지 걸어서 택시 잡아타고 
쓩~~~~~ 집으로 날라왔건만 이미 사단은 난거였다

오늘 같은 날 회식이나 하면 좀 좋으련만 

울 신랑 안방에 떡 버텨서 

도끼눈 뜨고 째려 보는 것이 아닌가?
울 신랑 술을 못 마시기 때문에 회식 자리는 

거의 참석을 하지 않는 꽁생원이다 
어쨌든 저녁은 해야겠기에 속으로 

궁시렁 거리며 냉장고를 열어보니 

찬거리는 아무것도 없고 

칼국수만 달랑 하나 들어있을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남편이 칼국수를 좋아하기 망정이지 

아니었음 아마도 쭃겨났을 일이기 때문이다
사건은 그때부터였다 

가물 가물 한 정신을 억지로 붙잡고 

겨우 칼국수를 끓여서 대령했는데 

어째 색깔이 요상하게 국물이 푸르죽죽했다 

"국수가 왜 이래? " 

"으응.. 
요즘 나온 국수는  그런가봐 
그냥 먹어" 
울 신랑 한 젓가락 먹더니

 (나는 그때까지 한 젓가락도 먹지 않았다) 
"아무래도 맛이 이상하다 
그리고 국물 밑에 찌꺼기는 뭐야 ? " 
그러고 보니 모래알 같은 것이 바닥에 자글자글 했다 

 

혹시?... 

얼른 쓰레기통 뒤져 확인했더니.. 

 

으흐흑~ 

이럴 수가.... 

 

양념 인줄 알고 넣은 것이 방부제였던 것이다 

아무 말도 못하고 국수 얼른 그릇을 빼앗아 

개수대에 버리고 

시 끓여주겠노라 했더니 

화가 나서 휭 ~~~ 바람소리 요란 하게 나가 버린다

나는...

술기운을 못 이겨 그대로 잠들어 버렸는데 

아침에 눈 떠보니 방도 아니고 

거실도 아닌 주방 식탁 밑에 

쭈그리고 누워 있더라...

 

다음날 술이 덜깨 아침을 못해서 

밥도 못 먹고 아무 말 없이 

출근한 남편이 무서워 공포속에서 

하루 종일 떨어야 했다 
이제 그날의 기억이 가물거리는데 

며칠 전 또다시 사고를 치고 말았았으니...

우리 집 아침 식단은 엄마는 밥과 국, 

딸냄이는 콘푸라이스나 식빵, 

남편은 간단하게 선식을 하는데 

물론 본인이 즐기는 것은 아니고 

순전히 나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 

때로는 투덜거림이 없을수 없으나

 " 당신 똥배를 보면 아침밥 먹고 싶어? 

똥배 날씬해 질 때까지 절~대 아침밥은 없다!"

라고 못박아 두었기에 더 이상의 반항은 

용납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날도 습관처럼 미숫가루를 타서 한입 먹어보니 
다른 날과 달리 맛이 이상했다 

맛이 왜 이러지? 
밍밍한 게 별맛이 없네? 
에잉... 
설탕이나 잔뜩 넣어야겠다... 

건네준 선식을 먹던 남편이 
"미숫가루 맛이 왜 이러냐?" 고 물었지만 

" 선식 맛이 그렇지 언제는 별 다른 거 였나머~?" 
맛이 이상하다는 남편을 오히려 

입맛 까다로운 사람으로 몰아붙치며 

강제로 마시게 했는데 내가 생각해봐도 

맛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그냥 그렇게 넘어갔다 

오후에 엄마 점심을 차리느라 이것저것 뒤지는데 

어머? 

이것이 뭣이여?

미숫가루가 왜 여기 있지? 
켁... 
그럼? 
아침에 먹은 건 뭐란 말이지? 

다시 먹어봐도 도저히 맛을 모르겠더군요 

"엄마 
이거 무슨 가루에요?" 
울 엄니.. 손끝으로 가루를 찍어 맛을 보더니 
"이건 도토리 가루 아니냐?" 

"오메? 
이것이 도토리 가루에요? 
미숫가룬줄 알고 한서방한테 강제로 마시라 했는데..." 
하하하~ 
호호호~~ 
남편에게 엉뚱한 것 먹여놓고 

두 모녀가 웃느냐고 한바탕 난리가 났다 

 

그날 밤 남편은 당직이었다 

다음날 아침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혹시 뱃속이 별 이상 없더냐고 물었더니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왜 그러냐고 자꾸 캐묻는다
할 수 없이 자백을 했더니 어쩐지 아침에 

응아가 힘들었다느니 어쩌니 하면서 

이젠 남편에게 별 이상한 걸 먹인다고 

때는 이때다 싶은지 

다음부터는 아침에 밥을 달라고 협박이다 

흥! 
하지만 이정도에  꼬랑지 내릴 마누라가 아니란 걸 

모르다니 일 년하고도 열 두달은  

도토리 가루를  먹여도 할 말 없으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