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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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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먹었어? 아침?"(1)


BY 개망초꽃 2005-06-18

친정엄마는 열흘째 막내아들네 가 계신다. 친손녀가 수두에 걸려 유치원을 갈 수가 없어서

봐 주시러 가신 것이다. 막내동생네 부부는 맞벌이를 한다. 동생은 병원원무과에 다니고 올케는 피아노 학원을 운영한다. 몇 달전 분당에 30평 아파트를 장만해서 이사를 했다. 집을 장만할 때 대출을 많이 받아서 그 빚을 갚는다고 동생은 야근까지 한다. 삼년안에 빚을 갚는다는 목표를 삼고 부부가 개미처럼 부지런하게 직장을 오고간다. 방한칸으로 시작한지 6년만에 집을 장만한 막내동생을 보면 대견하고 든든하다. 워낙 가난한집 막내아들이라서 어릴적엔 남의집 자식으로 보내려다가 큰이모가 데려다 키운,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불행한 유년시절을 간직하고 있는 동생이다. 남의 식구가 될 뻔한 동생은 효자이기도 하다. 한달에 두 번은 엄마를 보러오고, 나중에 엄마는 자기가 모신다고 올케한데 말을 했다고 한다. 


큰동생은 나보다 두 살아래니까 올 해로 마흔세살이다. 근데 큰동생은 아직도 미혼남이다. 그래서 엄마랑 같이 살고 있다. 결혼을 안 한 이유는 모른다. 옛날에 한번 물어봤더니 독신주의자라고 했다. 그러나 엄마 입장에선 속이 썪어 문들어질 일이다. 그것도 집안의 주춧돌인 큰아들이 결혼을 안하고 있으니 집안에 결혼식이 있으면 엄마는 가기 싫다고 하셨다. 큰동생은 비가 뒤집어지게 와도 눈이 퍼부어 길이 없어져도 먹고 살 걱정없는 공무원이다. 젊었을 때 영화배우하라고 할 정도로 미남형이다. 키도 크고 늘씬하다. 친척집에 동생이 나타나면 이름을 부르지 않고 어이~~미남? 그랬을 정도다. 근데 장가를 안간다. 그런데 동생에게 한가지 흠이 있다. 음식이 까다롭다. 가리는 것이 너무 많다. 그래서 여자들이 질려서 시집을 안오는건지? 아리송하다. 근데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암튼 서류상 총각이다.


큰동생이 음식을 가리는 이야기를 해야겠다. 닭고기를 안먹는다. 이유는 부위가 다 보여서 징그럽단다. 다리, 날개, 모가지. 다 보이긴 다 보이네. 국을 안먹는다. 된장국도 미역국도 몸에 좋은 사골국도 안 먹는다. 한번 올라온 음식은 다음끼엔 절대 안먹는다. 김치도 바로 한 김치만 먹는다. 큰동생 때문에 엄마는 밤중에도 시장을 가시고, 아침일찍 일어나 동생입맛에 맛는 반찬을 하기 위해 고민을 하신다. 그래서 엄마는 어디 외출을 하시려면 항상 큰동생 밥걱정 때문에 안절부절 하신다. 그리고 자고 오는 경우에도 하루에 아침 저녁으로 큰동생 밥걱정 하느라고 전화를 하시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힌다. 그래서 주변친척들이나 교회사람들이 큰동생은 아예 굷고사는 아들로 찍혀 있다. 큰동생은 그걸 알고 있어서 친척집가는 것도 엄마 아는 사람 만나는 것도 싫어한다. 장가는 왜 안가냐는 질문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니 엄마가 그러는데 너 밥을 그리 안먹는다며? 굶고 산다며? 이 물음 때문에 돌아버릴겠다고 한다.


한번은 막내동생이 엄마와 이모를 모시고 이박삼일동안 여행을 간적이 있다. 그때도 엄마는 밤낮으로 큰동생 밥문제 때문에 전화를 수시로 하셨다. 첫날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큰동생한테 전화를 걸어서 “밥먹었어? 아침?” 그랬나보다. 그 걸 막내동생이 녹음을 해서 핸드폰 벨소리에 저장을 했나보다. 엄마가 엄마 핸드폰으로 막내동생한테나 올케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면 “밥먹었어?아침? 밥먹었어? 아침? 밤먹었어? 아침?” 받을때까지 난리가 난다. 그걸 식구들 모였을때 들려 주는데, 다들 뒤집어지고 뒹굴고 방바닥을 치고 옆사람을 때리고 난리가 났었다. 얼마나 웃었는지 눈물까지 나올 정도로 웃었다. 그 다음부터 우리 엄마 별명이 “밥먹었어? 아침?”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