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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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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라는 것


BY 사랑 2005-06-12

내가 자주 가는 칼국수집이 있다.

장사를 시작한 지는 근 25년이 넘은 가게지만

아직도 변변한 간판하나 결려있질 않다.

 

그럼에도...

점심시간이면 몇십년  단골들로 인해 발디딜 틈이 없다.

할머니의 손맛이 하도 아까워 기회있을때 마다 번화가로 이사가셔서 영업해 보질 않게냐

권해 보지만 할머니 말씀은 늘 한결같다.

 

' 난 돈 욕심 없어...이만큼 그저 먹고살기만 하면 족해...'

할머니의 그 말씀속엔 마치 세속적인 탐욕과 완전 담쌓은 무욕감이 스며있는 듯하다.

바싹 마른 몸에 언제나 정갈하게 쪽머리를 올리고 힘겹게 칼국수를 밀어대는 할머니

모습은 때로는 측은하기까지 한다.

 

그런 할머니를 더욱 안스럽게 하는 사연은 또 있다.

할머니에겐 평생 병든 남편이 계신데 병수발 몇십년이면 지칠법도 한데

어린애 다루듯 할아버지를 보필하는 할머니의 정성은 정말 눈물겹다.

 

할머니 말씀에 의하면 결혼하고 남편밥 얻어먹은지 꼭 10년만에 남편이 병을 얻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평한마디 없이 그저 팔자려니 살아가는 할머니를 보면 우리시대의 꿋꿋한

어머니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찡하다.

 

오늘도 일요일이라 가족들과 함께 어김없이 그곳엘 갔다.

날이갈수록 애기같아지는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국수를 마는 그 순간에도

내내 밖에 나갈려고 투정이시다.

 

행여 사고날까봐 할아버지를 제어하는 할머니의 몸짓이 눈코뜰새 없이 바쁘기만 하다.

 

" 힘드시겠어요...많이 지치시죠?..."

보다못해 위로가 될까 한마디 던졌다.

그러나 돌아온 할머니의 대답은 나를 한참이나 부끄럽게 했다.

 

" 지치다니?...  죽지않고 숨쉬고 살아주는것만 해도 고마운데...나는 우리영감이 아직도

내 곁에 잇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워...'

 

부부란 이런것이로구나...

그저 곁에 있어주는 그 존재감만으로도 가슴이 꽉차 오는 충만함과 그감사함.

그런 남편에게 난 어떻게 했던가...

 

조금만 화가 나도 짜증내기 일쑤고

돌아서면 바가지 긁고 면박주고

 

할머니에 비하면

나는 아주 나쁜 아내가 아닐 수 없다.

그것도 아주 고약한...

 

" 이다음에 당신도 늙어서 저렇게 되면 내가 저 할머니처럼  잘 할 수 있을까?"

집으로 오면서 남편에게 문득 물엇다.

" 행여나 니가 그러겠다. 구박이나 하지마라"

 

확실히 지금 이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가장들은 불쌍한 사람들임엔 틀림이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