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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길-무더위(2)


BY 달팽이 2005-06-08

장대같이 쏟아지던 장마비가 멈추자 태양은 그동안 잠재했던 에너지를 토해내었다.

바람만 약간불어도 토독! 토독!........  과일들이 하나가 아닌 무리를 지어 바닥을 향해 몸을 내 던졌다.

복숭아는 봉지를 싸지 않아 대부분 껍질이 갈라지는 열과로... 자두는 미쳐 손 써보지도 못한채  비온후 땅속에 숨어있던 병충해가 급격히 올라오는 바람에 꼭지가 썩어갔다.

평생 농사라고는 이곳이 처음이다보니...... 현실은 우리가족에겐 너무나 가혹하기만 했다.

남은 과일이라도 따 생활비를 벌기위해  쳐진 어깨에 바구니를 낀채 간간히 붙어있는 자두를

따기시작했다. 바로그때... 윙윙..........검은 구름처럼 무엇인가가 우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것은 땅벌.

아버지와 어머니는 순식간에 벌들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모든것이 순식간에 일어나버렸다.  큰 드럼통에 있던 물들을 퍼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정신없이 내던졌다.  얼마후 벌들은 사라졌고  아버지는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하였고, 혈압이 평소 높았던 어머니는 정신을 잃으셨다

50미터 덜어진 옆집을 향해 마구 달렸다. "아저씨 도와주세요... 엄마가... 벌에  쏘여서.."

말문이 막혔다.  새벽2시쯤에나 병원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오셨다.

흐느끼는 어머니의 목소리........

그 다음날이 기말고사가 끝나고 학교에서 단체로 영화관람하러 가는 날로 기억된다.

온몸이 벌에 소여 누워계시는 부모님께 영화관람비  얘길 꺼낼 수 없었다.   

수확의 기쁨도 잠시 지리한 장마와 병충해로  따내는 양이 점점 줄어둘어,푹푹찌는 더위만큼이나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영화는 SF물인 로보캅,  액션영화를 좋아하는 터라 꼭 가고 싶었지만  선생님과 친구들에게는 부모님이 아프시다는 이유로 집으로 향해야만 했다.

오후 2시쯤인가보다,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는 20여분 산길을 걸어가야했다. 보고싶은 영화를 못봐 속상한 터에 머리위에서 쉼없이 열기를 토해내는 태양이 정말 미웠다.  로보캅이라면 광선총으로 태양에게 한방-.  "아 더워"

졸졸졸!  산길옆에는 작은 고랑이 있었다. 그곳에 맑고 깨긋한 물이 졸졸 흘러내리고 있었다

저곳에 발을 담그면 어떨까...아! 발끝에서 시원함이 머리로 전해지는 느낌

아님 저곳에 손을 담그면.... 아!담그는 순간 온몸에 그 시원함이 곳곳에 퍼지는 느낌.

저 물을 한모금 마시면..... 아! 타들어갔던 목마름이 한순간 달콤함으로.....고랑을 따라 어느새 집앞 큰나무아래 다다랐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더위를 잊게 해주듯 누워계시는 부모님을 위해  조촐한 저녁식사를 준비했고  검게탄 누룽지가 달게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