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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BY 큰돌 2005-06-08

팔월의 뙈약볕

옥이는 더위를 너무 타기에 저놈의 팔월 뙈약볕을 확~ 도끼를 가지고 올라가서 해를 반으로 쪼개고 내려오고 싶다.

헤덜헤덜 해진 권색 운동화를 신고 무릎이 나와서 바지 길이가 더 깡충해진 거무 튀튀하고 무늬도 없는 바지에 어깨가 처진 하얀색 티셔츠  .........

상고머리에 까만 피부를 가진 옥이는 엄마 시중에 집안일에 거기다 막내까지 정말 숨이 막힌다.

그래도 옥이는 낮에도 밤에도 학교에 가서 검정고시 공부를 한다

낮에는 토요일날 국민학교가 다~끝나서야 교실이 비기때문에 토요일과 일요일만 낮에 가고 평일엔 밤에 간다.

대학생들이 좋은 뜻으로 환경 어려운 아이들을 불러다 가르치는 곳이기에 선생님들도 어렵고 학생들은 학구열도 없고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 거기다 며칠 다니다 안 다니는 학생들 이 많았고 선생님들은 그 학생을 어떻해서든지 가르처 보려고 집까지 물어물어서 찾아가 설득하고 달래고 얼려서 데려오기 일쑤다.

그래도 옥이는 꾸준히 다닌다.

꼬부라진 영어도 꽃과 나비가 나오는 생물도 공식이 많은 과학도 비쩍 마른 남자 선생님이 가르치는 수학도 애국심에 불타서 자기 시간이면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도록 혼자 열내는 국사 선생님 또 가정시간이면 창문을 닫고 누가 들을까 살피며 여자 생리며 여자 도리며 조근조근 가르치는 갸날픈 여 선생님  이렇게 나라가 되면 절대 잘 살수 없으며 우리가 힘들어도 나서야 한다며 한손을불끈쥐고 노래도 가르치며 우리에게 알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를 가르치며 민주화를 외치시던 선생님들 다들 자기 시간 버려가며 우리를 위해 열심히 진지하게 가르친다.

반대로 공부하며 고생한다고 100원짜리 하드를 하나가득 까만 봉지에 넣어서 막 뛰어오시던 정 많은 선생님들

"야 이거 하나씩 먹고해라 응 날도 꽤 덥다 .그래도 공부에 열중하면 안더운거 알지?니들 열심히 해서 곡 검정고시에 합격해라 응? 그래야 우리가 고생를 해도 보람이 있다 알았냐 짜깃식들아"

"녜"

아이들의 지나가는 대답에 선생님들은 웃고 아이들은 먹는데 취한다.

'이제 얼마 안남았다 .모르는거 있으면 물어보고 그냥 지나치지 말아라 그리고 암기 과목은 무조건 외우고 수학하고 과학은 공식을 외워라 음......아또있다 예 체능은 잘 못해도 되니까 기존 과목은 철저히 알고 넘어가라 알간 "

아이들은 흐르는 하드를 화장지로 돌려가며 닦으며 건성 대답을 한다

옥이도 하드가 더 맛있다.

옥이도 더러 빠지고 학교 안다닌다고 해서 선생님이 찾아오고 설득해서 지금은 꾸준히 다닌다

정말 시험을 잘 봐야 할텐데 옥이는 심난하다

일요일.......... 검정고시 시험날이다

아침일찍 엄마한테 말을하고 볼펜과 연필을 갖고 집을 나선다

시험장 학교는 썰렁하리만큼 조용하고 사람들도 별로 없다

없는 청 소년들이 시험보는게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기도하고 측은해 하고 안타까워하고 걱정하고 그런 평범한 학생들 시험하곤 전혀 다르다

하지만 옥이와 친구들은 더 강직되어 있고 더 긴장한다

선생님들이 며칠 안보이더니 저기만큼서 헐래벌떡 뛰어 오신다

'야~~다 모였냐? 언제 왔냐 빠진 애들 없지? 이리 모여라 내 말 잘 들어라 마지막이다

우리 선생님들은 여기서 기다릴테니 시험 잘 보고 와라 서둘르지 말고 천천히 시간은 많으니까 알았지? 그리고 여기저기 고개 돌려서 괜한 오해 받아서 퇴장 당하지 말고 명심해라 알았냐? 이름 꼭 쓰고 그래 잘 해라 고생한게 오늘 결정 난다 "

선생님들은 대신 하고픈 맘을 말로 전하고 하나씩 등을 툭!툭! 처서 기운을 북돋워 준다

옥이도 생끗 웃는다

시원한 교실에 들어와 시험을 본다

1교시 2교시 시간은 넘어가고 옥이는 화장실 한번만 간다

누구와 말도 안하고 그저 혼자 멍하니 칠판만 처다본다

그렇게 4교시가 끝나고 점심시간

옥이는 걱정이 된다

(어떡하지 변또를 안싸왔는데 어디가서 있지 아침에 알았으면 싸올걸 클났네)옥이는 걱정이 태산이다 굶는것보다 남들 다 먹는데 혼자 어디 가서있어야 할지 그게 걱정이 더 크다

헌데 저쪽 복도 끝에서 친구들이 부른다

"야 ~선생님들이 오래 점심준다고 빨리와"{

옥이는 얼른 처다보며 웃는다

'알았어 어디로 가야해?"

"학교앞에 중국집으로 오래"
중국집 .........옥이가 젤로 좋아하는짜장면을 먹을수 있는곳

옥이는 시험볼때 걱정이 싹~가시고 먹을거리에 걸음이 빠르다

옥이가 젤로 먼저 와 있다

"근데 누가 사는거야? 선생님들도 돈이 없을텐데?"
옥이가 궁금하다

"조용히 해 넌 몰랐니? 선생님들이 우리 오늘 짜장면 사줄려고 아침부터 저녁늦게까지 노가다 하셨다잖아 몇명이 돌아가면서 말야 그렇게 해서 돈 받아서 오늘우리 사주는거래"

옥이는 고개가 숙여지고 눈물이 난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며칠 안보였구나) 얼마나 가슴이 찡 한지 옥이는 선생님 얼굴을 볼수가 없다

이런 사랑을 첨 맛보는 순간이다

누군가 옥이를 맛난거 사주고 힘든거 알아주는게 오늘 중국집서 첨 느껴보는것이다

옥이 눈에 눈물이 고이고 선생님들이 그렇게 훌륭하게 보이고 고귀해 보이긴 첨이다

어떡해 나를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 옥이는 상상을 해본다

몇층까지 세멘트를 어깨에 지고 수건을 목에 두르고 땀이 이마에서 등으로 흐르고 다리는 후둘거리고 그것도 대학생들이  옥이와 친구들 짜장면 사주려고 ........

가슴이 메이고 코가 뻐근하다

"자자 여기 봐라 선생님들이 너희들 더 맛난거 사줘야 하는데 사정이 그렇지 못해서 오늘 짜장면을 사주는거니 실컷 먹고 나머지 시험 분발해서 잘 보도록 알았나?"

"녜"

대답이 씩씩하게 목청도 크다

"짜식들 목소리는 먹을때만 크지 "

다들 그 말에 웃는다

옥이도 정말 맛있게 먹는다

"옥이야 시험 잘봐라 고생 많은데 잘 봐야지 알았지?"

선생님이 물잔에 물을 따라주며 작은 소리로 말을 한다

옥이는 넘기는 짜장면 을 끊고 "녜"하고 작게 말을 한다

한참 독오른 햇살에 선생님 사랑에 옥이가 즐겁다

아이들 행복한 소리에 넘어가는 짜장면 맛이 선생님 웃음에 넘어간다

오랫만에 옥이가 짜장면 한 그릇에 행복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