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두콩을 땄습니다.
아직 푸른기 성성한 완두콩 걷어 내고 참깨씨 뿌립니다.
야무지게 들어 앉아 있는 완두콩 남매들.
오골오골 모여서들 이쁜짓하는 그들
와르르 쏟아내며 오져하는 시어머님
"손이로 한주먹 갖다 심었는디 이라고도 많이 난디 어째
부자 안되까이"
등뒤로 한숨소리 보입니다.
내일부터 양파캐러 가시마고 이것 저것 때도 아닌데 비
설겆이 하듯 일을 해치우십니다.
"가지 말재 집에 일도 많은디, 아버님 혼자 계신디~~"
말끝만 흐릴뿐 가시지 말라고 말은 영 못하고 맙니다.
그러는 내가 많이 싫습니다.
돈벌러 가지 않고도 넉넉하게 살 수 있게 못 해 드리는
아들네들이 참 밉습니다.
그물 어장에서 잡힌 송어 한소쿠리에 이만원.
"어장하는 사람 굶어 죽것소!"
"넘 걱정 말고 소금이나 퍼 주시게 언능 젖대미 담고 북
감주 캐러 가게"
"아이구 지는요 젖대미 좋아라도 않네요"
"메늘이 아니어도 우리집에 입 많소. 그만저만 좀 하고
언능 해 어째 이리 성갓게 해싸까이!"
죄송한 마음에 턱 밑에서 말대답을 하고 있습니다.
감자꽃이 참하게도 피었습니다.
어쩌면 저리도 이쁜지, 그 이쁜 꽃 어머님 감독하에 착실
히도 눕힙니다.
"감자꽃 질때까지라도 좀 둡시다. 이쁜데"
"연설하네 감자꽃이 밥맥여 준대? 아야 어째 너 오늘 그
라고 어긋져 쌋냐? 별일이네"
"아이라우 언능 캐야제 캐제라"
웃으십니다.
오늘은 며느리가 영 살갑게 굴어 삿는게 마음에 드는지.
"가믄 언제 온다요?"
"가봐야 알제 내가 안대 구경도 하고 바람도 쐐고 넘들
다한디 나라고 못할라디야 ~~휴 눈물도 나샇고 일이나
해질랑가 모르제"
"긍께 가지 말랑께요"
감자가 맛있게 생겼습니다.
슬그머니 일어나 감자 한소쿠리 들고 집으로 갑니다.
슥슥 비벼 껍질을 벗기고 소금물에 쪘습니다.
포근포근 하얀 분가루가 터지는 소리가 맛나게 보입니다
알타리 김치에 찐 감주 들고 밭으로 갑니다.
"아야 너 일하다 말고 어디를 그라고 나 다니냐 별이이여
그건 또 뭐다냐? 그새 감주 쪘냐?"
"야! 빠르제라?"
"아야 맛나다. 이라고 포근거린대."
맛나게 잘 드십니다.
감주한입 알타리 한입.
"양파캐러 가도 이런 새참 주것제라?"
또 웃습니다.
웃는 모습이 영 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