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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59

자전거 타는 풍경


BY 헤헤 2005-06-03

얼마전에요 집앞에서 참으로 민망한 모습을 봤어요.

 

저희아파트가 큰길로 정문이 나있고 큰길에서 상가옆으로 한 이삼백미터쯤 안으로 쑥 들어가야

비로서 아파트 여나므동이 서있는데
그 들어가는길이 약간 경사가 졌어요. 퇴근해서 얼른 저녁밥을 지어야지 생각하며 부지런히 걸어가는데
저만큼 앞에서 웬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휘이잉 내려오고 있어요.

옷섭을 휘날리며 고개를 반듯이 들고 나멋있어요하며 좌아악 내려오대요.
저랑 눈이 딱 마주치는가 싶었는데
어머나, 그으만 그아저씨가 자전거와 함께 하늘도 펑 튀어오르더니 다시 땅바닥으로
냅다 곤두박질을 치세요.

 

아이고, 어쩌나 어쩌나!! 머리속에선  호들갑이 나오는데 아는척 하면 오히려 무안하겠고
벌떡 일어나는걸 보니 크게 뼈를 다친것 같지는 않은데
얼굴 한쪽이 죄다 갈려서 피가 불긋불긋 비쳐요.

'많이 아프시겠어요,위로를 하나?' '괞찮으세요?물어볼까' '물어보면 더 쪽팔리겠지." 이러구 망설이다 그냥
'나는못봤어요'식으루 걸었갔어요.
옆눈으로 안보는척 쳐다보니 그아저씨는  길가로 내동댕이 쳐진 자전거는 일으켜세울생각도 않고
주머니에서 후다다닥 핸드폰을 꺼내대요.

그러더니 전화를 찌익 눌러서

 

"아이,쓰바 나 넘어졌어.
 아이,쓰바, 나 넘어졌다니까.
 아, 빨리 나와 보라고오---..."

 

이러구 전화기에대고 악을 써요.

보나마나 먹다남은 쑥개떡같이 만만하고도 만만한 그이 마누랄테죠.

저처럼 뻑하면 난데없이 이유도 모르고 당하는 여편이 거기도 있는모냥이여요.^*^

 

아,넘어진것도 자신이고, 잘못한것도 자신인데
그러고 마누라한테 승질부리는걸 보니
은근히 미안할라 했던마음이 싹 달아 나더라니께요.

누가,

자기 보고 경사진길에서 땅바닥 안쳐다보고 한눈팔아가면서 그렇게 똥폼잡고 쌩하니
달리랬냐 말예요.
 

 

영화 '유리의 성'에서는 달콤한 콧소리 섞인 목소리로 Try to remember를 부르는여명이
흰셔츠 검은바지차림에 자전거를 타고
둥굴게 힘차게 페달을 저어 옷깃과 머리카락을 날려가며 홍콩대 캠퍼스를 누비는 모습이
참 낭만적입니다만....

 

저희남편이 새벽에 일어나  지난밤 퍼마신 술기운에 벌건 두눈을 비벼가며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를 빙그르르 빠져나가는 모습은
참, 가슴이 아립니다.

 

내내  남편을 가르쳤어요.

"아파트 입구 나갈때 경사진길 있잖어.
거기 내려갈때 조심해. 길 잘보구 댕기구.

이쁜 아줌마있다구 한눈팔지 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