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 한통의 연락을 받았다.
"도영..나 수야언니 우리 남편 해외 사업차 출장 갔어. 우리농장와서 일박 하고가라 농장 입구에 층층꽃과 지산스님이 목숨 걸엇던 도룡뇽 새끼가 바글대는 우리농장 구경하러오렴."
수야언니는 부산에서 사는데 지리산 자락에서
산머루 농장을 한는 관계로 일주일에 한번은 농장에서 산다 했다
나이 오십에 뒤늦게 문예창작과에 입학해서 공부하랴
사업가 남편 내조하랴 농장 운영하랴. 바쁘기에 시간널널한 내가
언젠가 가봐야지 마음먹고 있었지만 초대를 받고나니 난감했다.
초대받은 주말이 내생일 전날이라 스케줄이 있었기에.
"언니야 그날 내 생일이라 스케줄이 있는데..우쨔지."
언니는 그거 잘된거라며 45세 생일을 지리산자락 중턱에서 하자고 했다.
동서들과 금요일로 땡겨서 저녁을 먹고
친구들에게는 지리산 산머루 농장에서 만나자고 제안을 했다.
포항에서 친구 한명과 출발해서 송편을 맞춘 박스를 들고있는
화린이를 경주에서 태워서 과일을 사러 홈플러스를 들렸다.
파란 수박을 사고
노란 참외를 사서 세사람은 전라도 남원과 경계선인 경남 함양으로 출발`~~
대구를 지나 마산방면으로 88도로를 달리다보니 합천 해인사가 보이고
참..산이 좋다 좋아 감탄 했더니 지리산 자락이란다.
전라도 남원이 나오고 다시 국도를 달려가다보니 전라와 경남의 경계인
함양 이정표가 나오자 장시간 차안에서 갇혀서 주리난장을 틀던
우리는 들뜬 분위기로 환성을 질러댔다.야호홋`~~함양골~~~잘바도고~~
지리산 자락 해발 600m에 위치한 수야언니 '"산머루 농장"에 도착 하니
지리산 자락으로 노을이 붉은 커텐을 내리고 있었다.
농장 입구에서 올려다본 수야언니 농장을 본순간
"오우..바로 이집이야.내가 꿈꾸던것이 이런 분위기야."중얼대며
올라오다보니 우리차를 보고 개들은 컹컹대며 환영을 해주고
수야언니가 음식 장만하던 손으로 달려나와 손을 덥석 잡으며 환하게 웃는다.
언니손에 이끌여 거실로 들어서니
언니 친구들과 내친구들이 일찍 도착해 음식 하기 바빴다.
해물부추전이 넓직한 소쿠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음식 잘하는 대전 내친구는
뒷산 지천에 널려 있는 취나물과 두릅을 따서 데치고 묻히고
잡채를 볶네 ...육수를 내네 날리였다.
반년만에 보는 솜씨좋은 대전 친구와 수야언니는 내생일이라꼬
많은 먹거리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잡채를 만들었단다.
이윽고 노을지는 지리산이 병풍펴듯 보이는 농장 마당에서
바베큐 파티가 열렸다.
넓고 길다란 베이지색 긴탁자에 음식이 차려졌고
숯 대리점을 하는 서울 언니는 드럼통에다 숯을 피우고
대전언니 남편이 사냥해서 잡아왔다는 꿩과
두툼한 삼겹살이 철판위에 올려졌다.
고기굽는 연기속으로 지리산 노을은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노을이 사라진 어스름한 저녁이 되자 긴급으로 설치한 조명이 켜지고
케익에 불이 붙여지고..
나는 언니들과 친구들에 둘러싸여 촛불을 끄며 축하박수를 받았는데
아마도 내생애 이렇게 의미있는 생일파티를 처음이였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언니들은 레드와인으로 .
술을 잘마시는 알콜과는 인삼이 통째로 들어가있는 40도 양주로
건배를 하였는데 참으로 섭섭한것이
술에 일가견이 있는 내게 성에도 안차는 와인을 따라준다.
언니들이나 친구들은 나의 술실력을 몰라 벌어진 사태였다.
나는 수년전까지만 해도 이미지 관리가 철저 했었다.
절친한 친구외에는 내가 술을 마실줄 안다는것을 보여주지를 않았었다.
그러다보니 아무도 도영이는 약간의 술도 이기지 못하는 타입으로 분류되어.
알콜도수 약한 포도주만 그것도 겨우 목만 축일정도로 따라주는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꾹꾹 참았지만
지리산 하늘에서 달빛과 별빛이 비치는 산머루 농장에서 분위기는
그야말로 술이 땡기는 분위기여서 나의 내숭을 와장창!깨기로 했다
"나는 왜 술을 안줘요.."
"어머 도영이 넌 술 안좋아 하잖니.."
"무신소리여요.저 술잘마셔요 주이소~인삼들은 도수 높은걸로.."
와인을 마시다가 40도 양주한잔을 꿀꺽마시니 목에 불이나고
기분이 업 되자 숯드럼통에 준비한 통나무들이 올려졌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가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야기꽃이 피었다.
수야언니는 못마시는 와인을 한잔 마시더니
어디론가 가더니 잠시후.내게 네입클로바 꽃팔찌를 만들어
"도영아.언니가 꽃팔찌 줄께.."
내손목에 채워주며 즐거운 표정이다.
달빛을 받아 주위에 들꽃들은 영롱한 색을 발하고
언니가 자랑한 층층나무에 핀 흰 꽃들은 마치 겨울에 핀 눈꽃 같았다
조명옆에 무대?에서는 재주꾼들의 춤동작에 까르르 넘어가고
잠시후 음악 매니아인 서울 언니가 짚차를 후진해서 뒷문을 열자
음악소리가 지리산 자락을 휘감고는 되돌아왔다.
뒤이어 국악을 전공한 대구친구의
장구치는 소리와 창하는 소리에 추임새를 넣듯히 때마쳐
개들이 짖어대자 수야 언니가 한마디 한다.
"주목!지금 이 탁자는 우리 백구집인데 몰랐지~?"
언니의 말에 다들 탁자 아래를 보니 개집이였고 우리는 백구집 지붕을
식탁삼아 맛있게 먹었으니..쿳~
내가 "언니 그럼 집주인 백구의 행방은 ?"
"아.우리 백구는 옆농장 개집에 잠시 맡겻지~ ~~"
즐거웠다.
행복했다.
대전 친구가 끓여내온 해물탕을 먹고 나는 이미지 관리?차원상
슬쩍 들어와서 누웠지만 잠자리가 바뀐탓에 잠을 못이루다가
새벽까지 두런두런 나누는 담소가 아스라이 자장가 처럼 들려와
나도 모르게 골아떨어졌다.
아침이다.
지리산에 아침햇살은 그어디보다 찬란하다.
오월 연초록으로 둘러쌓인 농장을 나와 친구와 산책을 했다.
보석같은 오월에 아침 햇살을 받아
과수원에 들어가보니 마치 좁살 크기에 산머루가
앙증맞게 머루잎 사이에서 아침 햇살을 먹고 있었다
구불구불 사잇길도 지나가보고
옆집 농장도 기웃거려보고
연못가. 이름모를 나무에 마치 작은 종같이 생긴 꽃들이 쪼르르
매달려 자연의 아름다움에 잠시 매료당해 있다보니
"두릅은 쎄져서 안되니 취나물 뜯으러 가세~~"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농장으로 올라갔다.
욕심에 제일 큰 비닐 봉지를 들고 뒷산을 들어가니
둥글레차와 취나물이 천지였지만 인내심 없는 나와 한친구는
자연을 벗삼아 놀기 바빴다.
나물을 뜯어 골고루 나누고 우리가 놀았던 흔적들을 치우고
대전 친구가 뚝딱 안들어낸 복국을 먹으니 냉면도 아닌것이
와그리 시원턴지..ㅎㅎ
우리는 일박을 마치고
헤여질 시간이 되니 다들 아쉬워서 차시동을 걸지를 못한다
가을에 산머루가 익어갈 즈음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우리 일행들은 구불구불 아름다운 들꽃 가득한 농장길을 내려와
지리산을 벗어나 88올림픽 ic로 힘찬 가속페닯을 밟고 있었다.
세시간만에 포항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고들어가니
"내 삶을 가득 채워주고 늘 내게 새로운 힘이 되어주는 당신!"
평소 시적인 남편 절대 아닌데 이런 글귀가 써있는
백송이 장미가 거실에서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내나이 마흔다섯의 땡잡은 생일인 2005년도 5월 어제는.
치매가 온다해도 잊지 못하리.
*백구야..니집 지붕에 내 생일상 차려서 미안타..대신 꿩고기 맛잇게 잘먹었지?"ㅎㅎㅎㅎ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