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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882

신원진술서.


BY allgolkr 2005-05-19

여기에 글이 올라오는 낸시님의 초등 동창생처럼,

나도 어릴때 내가 무척 좋아했던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는 공부도 잘했고, 글자도 정말 책의 글자모양으로 썼다.

 

대구 영남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도 그 친구와 난 ,

토욜이거나, 생일이 되면, 약속을 하고 하루종일을 자전거를 타고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부유한 기억보다 가난의 기억이 더 파고드는 지라,

그 친구와 난 참으로 많이 걸었던 것 같다.

 

그 친구는 유독 여자친구들에게서 인기가 많았다.

 

나도 그 중의 한 여자친구였던 거 같다...

 

그 친구가 군대엘 가게 되었을 때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대구시내에서 만났다.

 

그 친구는 미리 머리를 깎고 나왔다.

뵈기 싫었지만, 아무 소리도 못했다.

 

막차를 타고 떠나면서 그 친구는

나에게 전날 부모님과 누나들에게서 받은 몇만원을 나에게

집어 주었다.

 

"이제 군대가면 필요없을 것 같애... 내가 가끔 오면

맛난 거 사 줘..."

 

그 친구는 그렇게 군대엘 갔다.

 

수신자 부담으로 집으로 전화가 왔지만,

만나는 횟수는 줄어들었다.

 

그 남자친구랄 것도 없는 그 친구가 군대에서 나에게

썼던 편지를 지금의 남편을 만나서 결혼을 하기 전에

태웠다.

 

야외로 나가서 태웠는데, 몇박스가 나왔다.

 

엷어지는 기억속으로 그 친구도 갔다.

 

가끔씩 대구에 갈 때마다 대구시청에 근무하는 이유로

젤 먼저 만나게 된다.

 

지금은 전화만 해도

" 어이 정여사!!!"

이러고 환대를 한다.

 

그 친구에겐 내가 정여사인가 보다. 그냥 그렇게 치부해 버렸다.

 

최종서류 면접을 통과하고,

계약직으로 학교엘

나가게 되어서

 

신체검사서와

신원진술서를 쓰게 되었다.

 

교우관계를 쓰란다.

 

보증인도 두 사람을 써야하고,

칸을 채울 곳이 많다.

 

최종 서류이다.

 

그 남자친구에게 휴대폰을 했다.

 

그 친구의 부인도 잘 아는 동기이다.

그래서 별 부담이 없다.

부인입장에서야 기분이 나쁘긴 하지만서두,

어떤 때는 오랫동안 그 친구의 부인과 통화를

하기도 하니,

부인은 대학동기이고, 그 남자친구는 나랑 어릴 때 부터

동기이다.

 

한 곳에서 두사람 분을 다 채울 생각이다.

 

주민번호와 최종학교명 그런 걸 채우는 거다.

 

우연의 일치일까?

 

그 친구와 내가 주민번호가 같은 거다.

그는 남자니깐 1로 시작을 하였고, 나는 여자이므로 2로 시작

을 하는 것만 다르다.

이런 우연도 있나?

 

"힉 우리 주민번호가 같네..."

 

하긴 같을 수도 있다.

 

태어난 동네가 같은 곳이므로....

 

그 남자친구는 나에게 내가 살아가는 동안 쭉,,,

나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나랑 만나진 못하더라도

오래동안 같이 갈 것 같다.

 

지금도 40년을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더 많은 시간동안 난 내가 어려울 때마다.

또 그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이 친구를 생각할 때마다.

여자랑 남자가 친구관계가 과연 유지 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엔 쇄기를 박는다.

 

친구는 될 수 있다는 거다.

 

어쩌면 나에게 여자친구들보다 더 지금 이 친구가

다가오는 것은 내가 자란 환경과도 영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자처럼 또는 남자처럼 그는 늘 나에게 자상하다.

 

내가 그 친구의 마누라가 아니어서일까?

 

이 생각까지는 별로 필요가 없다.

 

2년에 한 번도 얼굴을 볼까 말까 하니깐...

 

내가 무얼 하든 별로 관심을 표하지 않는 나랑 같이

사는 남자에 비해 그 친구는

나에게 최선을 다해서 직장생활을 하길 바란다

고 토를 달아 주었다.

 

잘해야지...당연히...

잘 할거야...계속 공부해서 목표에 다다를 때 까지

힘껏 잘 할거야...

 

너도 열심히 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