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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가서 눈 흘기기...


BY 낸시 2005-05-16

"쇠로 된 체인을 사다 나무 사이를 묶어두어야겠어..."

"그거 다 쓸데 없는 짓인 줄 알지?"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는 지 몰라도 내 생각엔 한번 해 볼만한 것 같아..."

"그럼 맘대로 해. 당신이 언제 내가 하는 말 들은 적 있어?"

"당신은 내가 하는 말 들어주냐? 마찬가지지..."

"아무튼 난 싫으니까 하려거든 혼자서 해..."

"당신이 도와줄거라고 생각도 안해. 언제는 도와 주었나...  도와주지 않을거면서 하라, 하지마라...하지마."

"쓸데없는데 돈 낭비하니까 그렇지..."

"나무 한 그루 잃어버리면 몇 백불인데, 잃어버리면 그것이 더 낭비지..."

"그거 쓸데 없는 짓인 것 알지? 쓸데없는 짓을 뭐하러 하냐구..."

"그것은 당신 생각이지... "

이렇게 시작한 싸움은 지난 과거까지 서로 니탓, 네탓 하면서 열을 올렸다.

일요일 아침 교회가기 전 들려 본 꽃밭에 제일 커다란 나무를 누군가 뽑아가려한 흔적이 보였던 것이다.

속상한 마음에 상대방이 하는 말이 곱게 들리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둘 다 한 성깔 하는 사람들이다.

누구도 지지 않는다.

결국 시장 다녀오는 차 안에서 이혼까지 하기로 결말을 냈다.

화가 난 남편은 시장 본 물건을 함부로 다루었고 딸기가 담겨있던 그릇이 열리면서 쏟아져 카펫위로 흩어졌다.

그것을 본 난 당근 봉지를 현관 밖으로 훌떡 던졌다.

"그래, 이렇게 하자는 말이지...한번 해보자고..."

몇 번 더 언성을 높여 서로를 자극하는 말을 주고 받고 남편은 나가버렸다.

약이 올라 엉엉 울었다.

남편이 그리 야속할 수가 없었다.

남편과는 처음부터 의견이 달랐다.

하긴 남편과 나는 의견이 일치하는 순간이 극히 드문 사람들이긴 하다.

어쩌다 같은 결론에 도달하면 남편은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거봐!, 우리도 의견이 일치할 때가 아주 없지는 않다니까..."

그만큼 의견의 일치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준비 중인 음식점에 대한 것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하나에서 열까지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나중에 누군가가 음식점을 열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무엇이었느냐고 물으면 남편이 하루도 몇번씩 비아냥거리는 것이었다고 말할 것만 같다.

남편이 그럴 때는 모든 것 다 포기하고 싶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한참을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시장 봐 온 물건들은 현관 안에 내가 집어던진 당근 봉지는 현관 밖에 널부러져 있었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 당근 봉지를 주어오면서 다짐했다.

"내가 너하고 사는가 봐라... 나쁜놈..."

서로 흥분해서 밀치기하면서 밟은 딸기는 카펫위에 으깨져 있었다.

행주를 물에 적혀 그 자욱을 지우면서 다시 한번 맘을 다졌다.

"두고 봐라. 나쁜놈 ! 내가 정말로 너하고 안 살거다."

시장 본 물건들을 냉장고에 정리하고 쓰레기통에 버릴 것은 버리고 쓸고 닦고 나니 조금 제정신이 들었다.

남편이 꽃밭을 만들면서 얼마나 여러번 불개미에 물렸나 생각도 났다.

더러운 똥도 치우고, 날마다 쓰레기를 몇봉지씩 줍고, 사라진 화단 가장자리 돌을 찾아 주변을 뒤져 다시 채워놓고, 물도 나오지 않아 개울까지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물을 퍼나르고...

남편이 없었더라면 화단은 결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화가 난 것은 남편이 아니고 나무를 훔쳐가려 했던 녀석인데...

엉뚱하게 남편에게 화풀이를 하였다.

남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내게 화가 난 것은 아니었을텐데...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눈물을 닦았다.

이러면 꽃도둑에게 지는 것인데..., 지지 말아야지...하고 생각했다.

'난 지기 싫어. 누구에게도 안 질거야. 꼭 이기고 말거야...'

이를 꼭 물었다.

 

둘이 모두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 가서 눈 흘긴 날이었다.

 

음식점 개업할 날이 자꾸 다가오네요.

아래 주소에 우리가 팔려고 하는 음식 메뉴랑 꽃밭 사진이 있답니다.

http://www.koriente.com/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