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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이.....


BY 27kaksi 2005-05-16

딸아이가 결혼을 한지가 1년이 되었다.
식장이던 KBS홀은 축하객으로 넘쳐 났고,
처음으로 맞는 경사는 우리 가족을 거의 흥분하게 만들었다.
성장을 한 딸아이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서던 아빠는,
듬직한 사위에게 큰딸아이의 손을 넘겨주는 손이 가늘게
떨렸다.
큰딸 아인 아빠를 참 많이 닮았다. 모습도 성격도....
유난히 기대치도 컸던 아이고, 사랑도 많이 받고 자란 아이 였다.
아빤 겉으로는 아니었지만 속으론 아마 많이 울었을꺼란
생각이 든다.
나도, 작은딸 과 아들도, 그아이의 행복을 빌며 묵울대가
뜨거워 졌었다.

아빤 유난히 사위를 마음에 들어 했다. 큰아이를 많이 사랑했지만
공부중인 아일 시집을 선뜻 보내기로 허락한데는, 그이유가
많은 비중을 차지 했다.
아마도 우리에게 큰아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사실 사위는 우리의 기대치 이상으로 듬직한 맏아들 노릇을 잘
하고 있다. 부모에게나 동생들에게나...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생각보다 쉽게 일이 진행되면서 박사과정 중인 큰아이를 결혼을
시키게 되었을때,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만만찮은 혼수 비용도 그랬지만, 살림을 배울 시간이라고는
없었던 딸아인 26살이었지만 주부가 되긴 너무 일렀다.
처음으로 만난 남자와 6년을 교제를 했었는데, 대학을 졸업
하던 해부터 결혼말이 나왔었다.
교육평가원의 연구원일은 너무 바쁘고 자기 공부에다 알바에다
조금치도 시간여유가 없었지만 그앤,
"왜 벌써 시집을 가냐"는 주위의 여론엔 별 관심이 없었다.

결혼 준비는 쉽게 진행이 되었고,
시댁에선 융자가 있긴 했지만 30평대 새아파트를 준비를 해
주셨다.
집이 준비 되니까 혼수는 그곳에 맞게 준비가 되어지고, 본인이
가장 원하던 서재방은 책장과 책상을 잘짜서 집어 넣었다.
커텐까지 준비가 끝나고, 깔끔한 신랑의 분위기에 맞게 신혼집은
깨끗하고 단정하게 준비가 되었다.
결혼식 하루 전날까지 바쁘던 아인 결국 원하던 다이어트는
못하고 결혼을 했다.
통통한 신부...그래도 모두 복스럽고 예쁘다고 했다.
호적정리를 한데서 호적등본을 떼가지고 오던 길은 허망하고,
얼마나 기운이 빠지던지....
그앤 그렇게 우리곁을 떠나 갔다. 씩씩하게....
그아이의 빈자리는 참 크고 깊어서,
난 한동안 쓸쓸하고 섭섭했다. 아직도 그애의 방은 그대로 있다.
그아이가 쓰던 피아노랑, 미쳐 가져 가지 못한 책들이랑,
그방에 들어설때면 재잘거리던 그애의 수다와 동그란 얼굴이
생각이 난다. 그꽃처럼 화사한 느낌과 함께.....

둘다 바쁘지만 신혼 아이들은 지금 잘 살고 있다.
밝고, 욕심이 많은 우리아인, 제 앞가림도 잘하고
KBS 기자인 우리 사위는 바뻐도, 어찌나 깔끔한 사람인지,
집안일을 틈틈히 잘 도와주어서, 집은 늘 정돈이 되어있고,
새색씨가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한다.
도통 집안일이라고는 안 도와주는 아빠를 보고 자란 우리아이는
자기 남편을 고마워 하며 살고 있다.
만날때 마다 내게 한바탕씩 자랑을 하곤 한다.

계획대로 공부도, 다른 문제도 잘 해결하며, 시댁어른들과 같은
교회를 다니는 아이들은 매주일마다 교회에서 시어른을 만나
그곳 식당에서 주는 잔치국수를 먹는다고 했다.
국수를 싫어 하는 아이인데, 그래도 시집이 무서운지 한주에
한번씩 먹다보니, 이젠 잘 먹는대나....
시어른들이 좋으셔서 부족한 아이를 잘 감싸 주시나보다.
언제나 바쁜 공부하는 며느리를 잘 이해해주시니 우리아이가
복이 많은 아이 이다.

앞으로도 이제까지 처럼 잘 살아주길 바라고
이젠 예쁜아이를 가져야 할텐데,
내년에나 그다음해 쯤에 손주를 안아보게 할 모양이다.
언제나 맏이로 이제까지 부모에게 걱정 안 시키고 살아온
우리딸!
그애의 앞날에 더큰 행복이 있기를 빌어 본다.

안면도로 여행을 갔노라고, 즐거운 목소리로 딸아이가
전화를 했다.
전화선을 타고 행복한 느낌이 전해져 온다.
나도 행복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