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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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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짝사랑


BY 예운 2005-05-13

 

  아버지!

  엄마!

말을 하지 않고 눈으로 보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

는 아버지. 엄마라는 글씨.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수십번을 한하고 불러도 목이 쉬

지 않을것 같은 아버지라는 이름.

내 아버지.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어쩌면 술취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가 그리도 맛깔스러

울수가 있는지 오늘은 무슨 설교로 우리들 무릎을 꿀리

시려나 걱정을 하면서도 노래는 계속 듣고 싶게 하던 우

리 아버지의 짝사랑.

짝사랑이 한순배 돌아가고 큰눈을 한번 치켜뜨시면 간

얇은 우리엄마 벌써부터 말소리가 작아진다.

"아-들 다 자구만은 또 깨울라요? 자소! 야 잡시더"

애원하는 엄마 목소리 쩌렁쩌렁한 아버지 목소리에 묻혀

자는척 돌아 누운 내 귀에 들린다.

"아부지가 안왔는데 잔다꼬? 택도 없다 다 일나라 일나라

카이 일나라 캐라 아부지 왔다"

행여 엄마한테 불똥 떨어질까 무서워 제일먼저 일어나

아버지 턱밑에 앉는 나와 이제는 제법 말 받아칠 정도로

나이먹은 큰언니 영 뚱한 둘째언니 그리고 동생하나.

술취한 아버지가 무서운건 아니었다.

그냥 싫었다.

술취한 아버지 기준에서의 설교와 교육이 우리한테는 잔

소리요 술구세인걸.

주머니에 든 돈 한장씩 나눠 주신다.

아침이면 다시 회수하실 돈이다.

그나마 우리 식구들만 있을때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이지만 혹시라도 객식구 하나라도 있는 날엔 손해가 많

다. 술취한 아버지 모습 보여버려서 손해고 준돈 회수 안

되니 손해고 나는 그돈이 아깝고 자존심이 상해 한동안

배가 아파야 하니 또 손해다.

아버지의 삼십대와 사십대는 동네 이장일을 한다며 밖으

로 다니시고 엄마와 큰언니는 삼판일하는 사람들 밥해

나르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면서기들이며 손님치느

라 항시 바쁘고 힘들었다.

어린 마음에 나는 손님들이 오는게 좋았다.

과자도 사다주고 돈도 주고 맛난 반찬도 먹게 해주었다.

그중에서 나는 아버지 짝사랑 노래 듣는게 제일 좋았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 짝사랑 노래 하는날이 제일 싫었다.

이제는 좋아도 싫어도 그 노래 들을 날이 별로 없다.

일년에 한번 만날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때도 있는 지금이다. 이제는 아버지 짝사랑 노래하는날이 싫지 않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