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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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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되는 마음들.


BY 선물 2005-05-13

정지된 화면 속, 울부짖는 한 여자의 모습이 흑백으로 새겨져 있다. 그것은 꼭 1년 전의 내 모습이다. 정말 엄청난 혼돈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깜깜한 절망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헤매던 시간들이었다.

지금은 이 시간 이런 글을 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끝없이 펼쳐진 인생길. 그 길을 걷다보면 뜻밖의 장애물로 인해 평화를 잃기도 하고 깊고 깊은 나락으로 빠지기도 한다. 그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그 고통이란 것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인가, 그보다 훨씬 잔인한 것인가 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작년 이맘때 내가 겪었던 고통은 분명 내가 감당하기 어려웠던 고통이었다. 그러나 시간은 흘렀고 잔인했던 시간들도 이젠 과거가 되었다. 그 때의 세상빛이 이리도 환했던가? 기억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 세상은 참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다. 푸르름도 눈부시다. 지금 나는 그것을 볼 수 있음에 행복하다.

 

나는 골고루 고통을 겪었던 것 같다. 처음 결혼해서 남편과 겪은 심한 갈등, 시어머님과 겪은 아픔들. 그러나 돌아보니 그 고통들은 그래도 내가 정신만 차리면 어떻게 해서라도 감당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그러나 자식의 일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엄청난 비명을 질러댔다. 내 비명을 들은 사람들은 기꺼이 내게 고개를 돌려주었고 손을 내밀어주었다. 직접적으로 어떤 해결방안을 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맥없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데에는 정말 커다란 힘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지금 이 곳에 글을 올리면서 다시 그 분들께 감사드린다.

나와 아이를 위해 기도해 주셨던 분.
쪽지로 나와 상담해주셨던 분.
그리고 메일로 계속 나를 걱정하며 안타까워 해 주셨던 분들.
그 따스한 기운이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요즘 어떤 님의 글을 꼭 읽게 된다.
처음에는 솔직히 읽고싶었던 마음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 분의 삶이 잘 이해되지 않았던 탓이다.
나라면 그렇게 살진 않을 텐데...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단 한번도 답글을 달지 않았다.
그리고 그 분의 글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정말 너무 답답해서...

그러던 어느 날, 하루에도 몇 편씩 그 분의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글을 쓸 때 생각보다 오래 시간이 걸린다.
그냥 낙서같은 글을 쓰는 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그 분은 글을 올리고 또 올리고 답글을 달고...
갑자기 그 분의 외로움이 울컥 느껴졌다.
아, 이 분은 이렇게 이 곳에서 마음을 풀어놓으시는구나...

 

신혼 때, 너무 힘든 시간일 때, 나는 정말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고싶어졌다.

태어난지 얼마되지도 않은  딸아이하고만 눈을 맞추고 세상과는 단절하고 싶었던 때였다.
그 때, 잡지 책을 뒤적였다.
그리고 찾아낸 것이 마리아의 집이라는 곳이었다. 미혼모나 그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받아준다는 것이다.
정확하진 않으나 내 기억에는 그렇게 남아있다.
그 때 내 나이 스물여섯. 그 때 나는 참으로 철이 없었다.
결혼한지 일년이 조금 지났을 때였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 결혼생활이 너무 힘들었다. 어딘가 내 한몸과 아이가 함께 기댈 곳을 찾던 내게 그 곳은 피신처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친정으로 가기도 싫고 친구에게 의지하기도 싫고 그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모녀가 의지할 수 있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이었을 뿐, 실천하진 못했던 일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이렇게 마음을 풀어낼 수 있는 곳이 있었다면 그 힘든 시간을 훨씬 수월하게 이겨내었으리라 생각된다.
분명 내게 지혜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위로 주시는 분들도 계셨을 것이다.
직접적인 도움이 없다 하더라도 그저 내 하소연 들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 그리고 한 줄 글로라도 마음 나눠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힘을 얻었을 것이다.
그것은 작년에 내가 직접 겪었기에 잘 알 수가 있다.

 

사람들은 가끔 내게도 왜 그렇게 살고 있냐고 답답하다는 말을 하곤 한다.
내 사는 모양이 답답하고 한심해 보인다는 이야기다.
나는 잠시나마 그 분의 삶을 답답해 했던 내가 부끄럽다.
그 분은 나름대로 그 분의 지혜대로 지금 세상을 감당해내고 계시는 것이리라.
모든 사람이 나를 답답해 해도 나는 내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고 또 그렇게 걸어온 길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뿐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저  그 분께서 글을 통해 힘을 얻으셨으면... 그런 바람이다.
그 분이 가지신 지혜로  가장 최선이 되는 삶을 선택하시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은 그 분이 좀 더 행복해지셨으면 좋겠다.
나는 그 분께 따스히 응대하는 이 곳의 많은 님들이 정말 예뻐보인다.

예전에 다른 닉을 가진 분께 종교문제 때문에 답글을 드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 그 분이 바로 같은 분임을 알았다.
그래서 또 부끄러웠다. 아무 것도 모르고선....
그러나 그 때 나 나름대로는 정말 도움을 드리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지금 오월이 흘러간다.
세상과의 통로.
그 의미로 인터넷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