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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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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한테 꼭 붙어서..


BY nasoul 2005-05-13

내가 눈을 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우리집에서 가장 늙은...

 

연세든... 강아지 희망이의 밤새 만들어 놓은 便(변)를

 

치우는 일로 시작 한다.

 

강아지를 키우며 느끼는 것은 어쩜 사람이나 동물이나 이렇게

 

똑 같을 수가 있을까!  이다.

 

희망이가 새끼를 낳던 날..난 한없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후 절대 교배를 시키지 않았다.

 

내가 아이들을 힘들게 낳아서가 아니라..그 킹킹 거리며 신음 소리

 

내던 간절한 목소리가 메아리 되어서, 다시 엄두를 내지 못한다.

 

강아지는 이러면서 나는 또 셋째를 배안에 갖었다.

 

요즘 남편의 일은 참 힘들다.

 

아니 늘 조금씩조금씩 힘든 부분들이 있었지만, 오뚜기처럼 잘 버티더니

 

지금은 앗쌀하게 힘들다고 말한다.

 

" 언젠 안 힘들었어"

 

난 퉁을 줬다. 그러나 속은 안다.

 

입으로 뱉어낼 정도라면, 저 아저씨 속은 벌써 시궁창이 되었을 거란 걸..

 

" 나 오늘은 좀 쉬자"

 

' 쉬는게 아니라 돈이 없어 못 나가는 거겠지'

 

내심 감은 잡았지만, 자존심 상할까봐 말은 안했다.

 

남편이 집에 있으면, 난 귀찮다.

 

밥 해 주는게 힘들어서가 아니라..집에 있어도 가만이 있지 않아서 이다.

 

난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데 비해 남편은 티비를 항상 켜 놓고, 씻지도 않고

 

침대에서 데굴데굴 리모콘 작동을 하던지..냉장고문을 쉴새 없이 열었다

 

닫었다 하고, 서랍마다 뒤져 뭐 할 것 없나를 찾아 헤메인다.

 

집에서 자기가 할 일은 뭐가 있을 거라고...

 

나중엔 쪽집게로 턱수염까지 뽑는다. 거울 앞에 놓고..

 

그런데 자꾸 그런 모습을 봐서 그런지 처음엔 털 뽑는 거 아프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피부 상하겠다 염려도 스러웠는데..어느날 부터 인가

 

내가 한번 해 볼까!

 

특히 남편의 얼굴엔 여드름이 종종 샘물처럼 있다.

 

그것 짜는 재미도 솔솔 하다.

 

특히 난 살 만지는 것을 좋아한다.

 

살의 감촉이나...냄새. 특히 결대로 움직이는 살의 조직을 볼때면 늘

 

그 살의 미학에 빠지곤 한다.

 

아주 어릴때부터의 버릇이라 친정식구는 다 안다.

 

" 아직도 언니 배 만지고 자?"

 

남편 " 어디가"

 

어릴땐 동생들 배를 만지고 잤지만, 지금은 남편의 배를 만지고 잔다.

 

처음엔 뻣뻣하더니 요즘엔 몰랑몰랑 해져서 그 감촉이 이만저만

 

예사롭지 않다.

 

너무 기쁘거나 좋은 일이 있을땐 가장 먼저 살 냄새가 생각난다.

 

이렇게 좋아하는 살 속에 알맹이(여드름) 은 나에게 적수다.

 

그 알맹이 빼는 작업도 결혼과 동시에 10년을 훨씬 넘기다 보니 남편도

 

내 얼굴 아니려니 한다.

 

요즘엔 간혹 수염도 내가 뽑을때 있다.

 

아침도 여지 없이 조각 화장지 하나 들고 , 요지 내지 귀지개를 들고 남편의

 

곁으로 갔다.

 

밥 줄 생각은 하지도 않고..

 

코에 붙은 알갱이를 짜기 위해서..

 

남편은 영화를 보느라 여념이 없다.

 

보든 말든..남편이 움직이기 전에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내 재미는 달아나니까!

 

우선 손으로 볼살을 비비고, 어긋난 수염 먼저 뽑은 다음..그리고 코의

 

분화구를 찾아 돌진 한다.

 

손으로 볼살을 비비는 것은 무언의 '가만이 있어' 체면의 효과다.

 

' 흥' 남편은 내가 자기를 넘 사랑해서 그런줄 안다.

 

근데 무던한 사람!

 

그렇게 귀찮게 하고, 지금 자기가 흥미진진하게 영화를 보면서도

 

얼굴를 비틀고, 귀지게로 쑤시고 하는데도 인상은 찌그러지면서

 

소리 한번 안지른다.

 

휴일마다 10년을 넘게 했는데도..그러려니 한다.

 

그것을 오늘에서야 난 느꼈다. 그리고 나서 난 땅을 치며 웃었다.

 

말은 내가 귀찮다고 했지만, 결론은 남편이 귀찮은 거다.

 

느닷없이 여드름 짜다가 웃는 날 보고 남편도 덩달아 웃긴 했지만,

 

내가 왜 웃었는지는 모를 것이다.

 

너무 아프면 뱉던 말.." 꼭 당신 스모 선수 같애 "

 

무작정 달려드니 그러고도 남지..더구나 배는 남산만 해가지고..

 

킥킥 거리며 웃는 날 보고 " 같이 웃자 " 라고 쫓아 다니는 남편에게...

 

" 아우 됐어..귀찮게 하지 말고 잠이나 자요 "

 

그러면서도 난 웃었다.

 

얼마나 아팟을까!  만약 나에게 그랬다면 당장 사단이 났을 것이다.

 

그 아픈 얼굴을 하면서도 10년을 하루 같이 마누라 손에 얼굴 드밀고

 

있는 남편을 생각하니 .. 참 !

 

오전시간 남편과 실갱이하면서 할 일은 다 미루고...오늘 하루도 날 샌다.

 

" 밥 안줘? "

 

" 일 해놓고 줄께"

 

" 알았어 "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난 계속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