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왁자하다
중1딸의 친구들이 놀러와 있다
함께 미술 숙제를 하고 있었는 듯 온 방이 미술도구로 어지럽다
"안녕하세요 아줌마"
친구들이 합창을 한다
언제봐도 이쁘고 발랄한 아이들이다
"엄마, 누나들이 나는 라면 조금밖에 안 줬어!!"
저희들끼리 라면을 끓여 먹었나보다
"왜 우리 아들 라면 쬐끔 줬어, 많이 줘야지~~"
짐짓 누나들을 향해 야단을 치자 아들의 얼굴이 의기양양해 진다
누나들틈에서 좀 소외당했나보다
오늘은 중간고사 발표가 있는 날이다
몇등을 했냐고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지만
혹 친구들 앞에서 자존심상할까봐 애써 참는다
"너희들은 시험 잘 봤냐?"
돌려 물어본다
"아줌마, 애는 평균 95점이구요, 저는 90점이에용"
친구아이가 자랑스럽게 얘기한다
"오우, 너희들은 전부 수재들이구나"
얼른 계산이 된다
친구들중 딸이 점수가 제일 낮다
워낙 똑똑한 애들이니까
그래도 공부도 못하는 애들과 어울리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실망을 감추기가 힘이 든다
친구아이가 얼른 눈치를 채고 말한다
"아줌마, 그래도 연희도 굉장히 잘한거예요
요즘 학원 안 다니는 아이들 반에서 5명도 안되는데요,
연희는 학원도 안 다니는데 10등안에 들었으면 정말 잘 한거에요"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렇다
나는 딸 아이를 학원도 못 보내줬다
"응, 그러니.... 그래 연희도 참 잘 했네.... "
얼른 아이들 방에서 나왔다
딸아이 친구들 앞에서 너무 창피했다
능력없는 부모....
그러면서 바라기만 하는 건가
중학교 들어가면 학원을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어겨야 했다
우리 형편상 도저히 학원비를 부담할 능력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저녁마다 아이 붙잡고 나름대로 공부를 시켰다
역부족을 많이 느꼈지만
업무시간에도 틈틈이 인터넷으로 ebs방송을 몰래 보아가며 공부하고
참고서를 뒤적이며 좋은 학습길잡이가 되어 주고자 애썻다
딸도 엄마 마음을 아는지 학원 다니는것보다
엄마랑 공부하는게 좋다고 하며 아주 열심히 노력했다
내심 반에서 5등안에 들길 바랬지만
시험결과는 나를 실망시켰다
딸에게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몇번 보였였다
.....오늘 딸아이 친구말을 듣고 많이 반성했다
능력도 없는 부모가 바라는것만 많아서..
저녁에 딸아이에게 미안하고 열심히 공부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엄마가 계속 학원은 못 보내주지만 우리 조금더 노력하자고...
너는 열심히 공부해서 능력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착한 딸은 금방 엄마맘을 이해하고 오히려 엄마를 위로해 준다
"엄마, 나는 학원 안 다녀도 돼, 지금처럼 공부하는게 오히려 더 능률적이야"
이쁜딸!!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