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몇일 여름날씨 몹지않게 더웁더니만 아침에 일어나니 소리없이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내리는 가을비다.
어젯밤 인터넷을 통하여 내 나라의 봄의 기운을 너무 많이 만끽한 탓일까?
온통 잿빛의 공간이 더욱 기분을 가라 앉게하고 있다.
보라빛에 가깝게 진하게 보이던 분홍 진달래,
내 기억속의 진달래는 엷디 엷은 분홍색이였는데.
또한 벗꽃도 아주 연한 분홍이였는데 사진의 벗꽃은 마치 하얀색처럼
아름답게 하늘을 가리우고 있었다.
엷은 바람에 흩날리는 벗꽃은 사뿐히 내려오는 눈송이처럼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꽃속으로 동화시켜 버릴것이다.
나도 오늘은 지나는 계절을 위하여 뒷마당에 시간을 투자 하여야겠다.
우선 언제부터 생각에 있었던 미운 모양으로 씨를 맺고 있는 깻잎들을
다 뽑아 버려야겠다.
깻잎은 전혀 돌보지 않아도 잘자라 심심찮게 뜯어 먹곤 하였는데 올해는
가뭄과 너무 뜨거웠던 햇살탓에 자라질 않아 한두번 밖에는 수확을 하지
못하였다.
정성을 들인만큼 거두어 들인진데 떨어진 씨앗들의 무리져 나오는 것들을 조금 옮겨주었을 뿐 따뜻한 눈길한번 주지를 못하였다.
하릴없이 다른 일들로 부산하고 바빴다고 게으른 핑계를 대면서.
담아래로 심은 몇 개의 옥수수가 아주 작게 열리었다.
몇가닥의 적은 수염을 걷고 보니 엄지 손가락 만한것에 20개 정도의
알이 촘촘히 박혀있기도 하고 어떤 것은 10개정도의 알갱이가 듬성듬성
박혀있는 것이 여간 귀엽지가 않다.
작년에 농사를 잘 짓는 아는 언니가 진한 밤색과 보라색등이 꼼꼼히 박힌
손가락 만한 작은 옥수수들을 예쁜 장식처럼 땋아 주셨는데 그중 작은
한 개의 알갱이들을 물에 담구었다 심어둔 것이 나름대로 열매를 맺은
것이다.
손이 거칠은 그 분은 해마다 농사를 잘지었다.
배추, 열무, 갯잎, 고추, 도라지, 더덕, 호박, 오이등 빠꼼한 빈땅이 없게
어쩌다 한번씩 들릴지라면 잘자란 채소들과 화초들에 절로 나오는
감탄을 감출수가 없었다.
유난히 흙을 사랑하는 그 분은 화초나 야채 그리고 토끼나 기니피나 금붕어들에도 이름을 다 붙어 마치 자녀들에게 하듯 있는 정성을 다 쏟고 있었다.
정성을 들인만큼 애착도 가고 거두어 들이는 재미도 더 할텐데.
어느새 커다란 송이의 동백꽃들이 활짝피고 있었구나.
간혹 씻겨내기도 하였지만 끈질긴 진딧물의 성화에도 굿굿이 견디어낸
국화도 작은 봉오리들이 맺히는가 싶더니 이내 꽃을 피우고 있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세월의 흐름에 자기 몫을
다 하고 있는데,
마땅히 할일 조차도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그래서 더 핑계도, 짜증도, 탈도 많은 난 그들의 대견함에 어쩐지
미안하고 창피한 생각이 든다. 또한 도전을 받기도 하고.
이 가을지나고 겨울나면 또 다른 화초와 채소들을 심어 가꿀수 있게
슬슬 준비를 하여야겠다.
한,두포대의 계분과 그동안 썩혀둔 잔디를 흙과 잘 썩어 두고
그리고 알맹이의 거름들을 화분과 화초들에게 골고루 뿌려 주어야겠다.
변화무상한 이 한계절 잘 견디어 나갈수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