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칼국수.
선약이 있었지만 목요일에 등산을 가는 것으로 계획을 미루었다.
도무지 어떤 음식인지 궁금하여 꼭 참석하고 싶어.
전에도 한번 초대받아 결혼국수와 돼지고기 편육을 맛있게 먹은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팥죽 칼국수"를 하여 준다고 친구들을 초대한 것이다.
집안에 들어서자 팥죽냄새가 온통 진동하고 있었다.
잘 삶은 팥을 고운 채에 받쳐 앙금을 내어두고
그리고 손수 반죽하여 얇게 밀어 넓적넓적하게 썰어놓은 칼국수가 쟁반에 담기어 있었다.
먼저 팔팔 팥죽을 끓이다가 준비하여 둔 칼국수를 넣어 끓인것이다.
약간의 소금과 설탕을 넣고. (매웁지 않은 것이 우선 좋았다)
수저로는 죽을, 젓가락으로는 국수를, 한꺼번에 두가지를 먹는 셈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조심스럽게 먹기 시작하였는데 먹을수록
너무나 재미있고 맛도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팥죽과 칼국수가 이렇게 잘 어우러 질줄이야 상상도 못하였는데.
여느 음식보다도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긴 하지만 모두들 처음 먹어보는 것에
신기해 하였다.
사실 팥죽만 먹으라 하면 그리 많이 먹을수 없는데
곁들어진 잘익은 포기 배추김치와 홍어회가 있어 느끼하지 않게 많이 먹을수 있었다.
전라도 지방에선 한 여름에 마당에 앉아 이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고 하였다.
아마도 이열치열이라는 말대로 더울때 더운것을 먹는것일까.
충청도에선 굴을 넣고 칼국수를 만들어 먹는다고 하였다.
아마도 매웁게 만든 다데기를 듬뿍넣어 땀을 뻘뻘흘리면서 먹을것이다.
내가 서울 살땐 명동 닭 칼국수가 유명하였다.
매운 다데기를 따로 넣지 않고 그냥 먹어도 그래도 매웠던지
연신 물을 마시면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 떠난지 30년이 가까와도 더욱 친근하게 닫아오는 한국음식.
외식을 하여도 집에와 김치한쪽을 먹은후에야 개운함을 느낄수 있는 것은
음식문화는 바뀌기 쉽지 않는것 같다.
세월이 흘러도 입맛은 여전히. 변하는가 하면 나이들면서 더욱 더 제자리로
되돌아 가버리는것 같다.
일을 나갈때는 마늘 냄새때문에 쉬이 김치도 먹을수 없기도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온갖 양념이 어울린 김치냄새는 마늘냄새로 표현하고 있었다.
어찌하옇건 입에 맛는 별미를 먹는것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니랴..
한달에 한집씩 돌아가면서 모이는 가족모임에 다음 내 차례때가 오면 한번 나도 한번
만들어 보아야겠다.
흔히 먹을수 없는 것들을 만들어 먹이고 싶어 지난번에는 수제비를 만들었었는데
그보다는 훨씬 준비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도 들겠지만
그래도 한번 하여 보아야겠다.
식구들이 깜짝놀라게 메뉴를 공개하지 말고
한번도 먹어 보지 않았을 별미
"팥죽 칼국수"를 만들어 모두 깜짝놀라는, 웃음보따리를 풀게 하여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