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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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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공존감정


BY 오늘 2005-04-14

대학졸업반때 소논문을 쓰게 되었다.

뭐 졸업논문이라는 타이틀이지만

그걸 좀 못썼다고 졸업못하는 것은 아니였고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졸업장에 대해 예를 갖추는 뭐 그런거였다.

뭘 주제로 잡을까 꽤나 고심을 하다가

'밤으로의 긴 여로' 라는 작품을 골랐다.

국립도서관 이하 각종 도서관과 서점을 다녀도

무척이나 참고자료가 적은 작품이었으나 굳이 그작품을 고른 이유는

그 속에 나타난 주제 중 하나인 '애증공존감정' 때문이었다.

이 방의 큰언니 라라님을 너끈히 고개숙이게 할 우리엄마의 가슴아픈 인생과

그 여파에 시달린 우리 형제들의 회색빛 젊은 날을

한마디로 정리해 주는 그 주제를 꼭 한번 파헤쳐 보고 싶었던 것이다.

에세이방에 들어와서

대한민국 여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족쇄를 벗어버리지 못해

소리지르기에도 지친 어머니와 언니와 친구들을 만나면서

나는 다시금 그 주제를 생각해본다.

내 사고의 범위가 친정가족 뿐이었을 그 때는

'애'와 '증'의 공존에 머리를 끄덕이며 가슴아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연 '시'자 붙은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애' 와 '증'이 공존할 수 있는가?

남편도 '시남편' 이라 느끼는 우리 '여자'들이

가슴 한켠에라도 그들을 사랑할 여유와 이유를 가지고 있는가?

한 이불 덮고 자도 남만도 못한 것을

s씨 다음에 모든 k씨 이고 그다음에서야

권리는 없고 의무만 짊어진 아내가 있는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해야하는가?

'애증공존감정'이라는거창한 단어도 

겉으로 조각난 듯 해도 그 마음 속에는 

서로를 향해 사랑받고 싶어하고 사랑하고 싶어하는

애절함이 있음을 볼 수 있을때에나 쓸 수 있는 말이지

우리네 삶처럼 겉으로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 같아도

안으로는 더 이상 꾀멜 수도 없이 찢어진 천조각모냥

천갈래 만갈래 갈라진 이런 마음에 무슨 사랑이 있겠는가 말이다.

남편의 숨소리 조차도 싫어지는 우리 여자들을 속좁다 할 것이다.

남자들도 나는 뭐 안그래서 태연히 사는 줄 아느냐고 소리칠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어서 자식 잘되기만 애쓰고

그걸 삶의 낙으로 삶고 살려하면 자식을 무기로 삶고 산다 비난할 것이다.

이 모자른 남자들아!

정직하게 들여다보아라.

너희 마음 속에 있는 아내를 향한 이기심과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당당한 그 모순을......

그리고 너희가 우리의 희생과 우리의 삶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아들의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한 여자의 인생을 마음대로 휘둘러도 되는지를....

그리고 너희 마음에 아내를 향한 순수한 사랑이라는 것이 한가닥이라도 있는지를......

정말 그러하다면 오늘 우리 아내들에게  그걸 보여보란 말이다.

서른셋님이 얻고 싶어하는 남편의 마음,

그걸 구하기에 지쳐서 이제는 울지도 못하는 언니들과 어머니들의 마음,

그들의 마음이 쉼을 얻게 해달라는 말이다.

그래서 최소한 당신네 남편들을 향한 우리 마음에

사랑과 미움이 공존하여

살아야 할 이유라도 찾게 해달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