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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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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BY jeongann 200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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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바다다. 보리바다다 !” <br>

구릉지대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청보리밭을 보면서<br>
올해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딸이 큰 소리로 <br>
고창군 공응면에 도착했음을 알린다.<br><br>

서해안고속도로 고창 IC에서 빠져나와 톨게이트 앞 삼거리에서 <br>
아산 방면으로 우회전해 796번 지방도로를 따라 <br>
무장을 거쳐 공음 쪽으로 가다 보니 용수(계동) 버스 정류장 삼거리에 <br>
학원농장 돌 팻말이 서 있었다. <br>
왼쪽으로 군도를 타고 2km 정도 들어가자 이이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br><br>
다랑밭만 봐온 아이들에게는 고창 청보리밭이 보리바다였을게다.<br>
정말 진풍경이다. <br>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찾은 이곳 야트막한 언덕배기 너른 들은 <br>
온통 푸르다.  보리들이 빼곡하다. <br>
하늘은 오늘따라 눈이 시리도록 맑다.<br>
4월의 첫째주말에 내리 붓는 햇살이 보송보송 자라난 보리밭에 흩어진다.<br>
보리잎은 햇살의 온기를 먹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br>
스치는 바람에 잔잔한 녹색의 파도처럼 보리잎이 물결친다.<br>
가슴 가득히 초록물이 든다.
<br><br>
때마침 한껏 자란 보리들이 ‘쏴아’ 불어오는 바람에 파도치듯 출렁인다. <br>
경기장의 파도타기 함성처럼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휩쓸어가는 <br>
거대하면서도 아득한 물결. <br>
보리밭 위로 종달새가 까만 점처럼 날아가고, <br>
앞뒷녘에서 소쩍새가 소쩍소쩍 맞장구로 울어댄다.<br><br>

바람결에 실려 온 청보리의 풋풋한 내음. <br>
아! <br>
얼마만인가. <br>
이런 고향의 냄새가...............<br><br>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br>
우리고장 고창군 공음면 20만평의 보리밭을 거닐면서 <br>
백번도 넘게 이 노래를 흥얼거고<br>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br>
고창출신 시인인 서정주의 시 푸르른 날을 &#51015;조리며 <br>
그리운 사람의 이름도 불러 보았다.<br><br>

회색빛 도시를 탈출해 보리밭을 누비며 <br>
마음껏 푸르름을 들이 마셨다.<br><br>

혼자 온 여학생도 있고 우리처럼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의 모습도 보인다.<br>
카메라에 생동하는 보리물결을 담아내는 사진작가 두엇, <br>
한가롭게 보리밭 사잇길을 거니는 연인들,<br>
중년의 친구 모임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보리밭 사잇길을 걸어간다.<br><br>

상쾌한 봄 공기를 마시며 초록의 바다 위를 걸었다.<br>
세상사 근심걱정이 모두 날아가는 듯 하다.<br><br>

보리밭은 사람마다 색다른 정취를 느끼게 한다.<br>
채 여물지 않은 보리이삭을 베어 식량을 대신해야 했던 세대에게는 <br>
지긋한 보릿고개가 사무칠 것이다.<br>
또 다 자란 보릿대를 짓 뭉개며 사랑놀이를 즐긴 386 세대에게는 <br>
짜릿한 추억으로 보리밭이 기억될게 분명하고<br>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지낸 사람들이라면 <br>
서릿발 오른 청보리를 지신 밟듯 꾹꾹 밟았던 기억,
<br>보릿대로 피리를 불었던 사람들에게는 보리 이랑 수만큼 <br>
보리에 대한 추억이 아주 선명할 것 이다.
<br><br>
사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산밑 반이랑이며 <br>
나락을 베고난 논 이랑까지 보리밭이 지천이었다. <br>
보리베기와 타작의 고단한 기억에도 불구하고 <br>
보리밭은 언제나 새봄의 희망을 주었다. <br>
세찬 겨울바람을 견디고 언땅을 뚫고 솟아나는 푸르름의 희열이라니. <br>
어느 세월 보리밭 구경이 힘들다.<br>
 한창 보리순이 오른 고창 청보리농장은 그래서 더 신기하고 이채롭다. <br><br>

추억을 가진 세대 뿐 아니라 삭막한 도회지의 경험에 익숙한 아이들에게<br>
청보리밭은 참으로 감탄스런 풍경임에 분명하다고 말한다.<br>
야트막한 구릉을 따라 여인네 치맛자락 같은 지형을 따라 조성돼 <br>
사뭇 짓푸른 바닷물결 같기도 하고 새로 짠 융단결같기도 한 보리밭을<br>
다리가 아프도록 뛰어 다녔고 걸어 다녔다.<br><br>

 굽이굽이 보리밭을 뒤채는 깨끗하고 시원한 바람! <br>
요즘처럼 숨막히는 세상에 청보리밭 만큼 청신한 볼거리가 있을까. <br>
가슴의 그을음이 한순간에 걷히는 듯 보리밭은 눈부시게 푸르고 평화롭다.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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